[매경경영지원본부 칼럼] 이제는 팀장이다
회사는 유지해서는 생존할 수가 없다. 부단히 이익을 창출하고 성장해야 한다. 이것을 모르는 직장인은 없다. 하지만, 젊은 직원들은 갈수록 받은 만큼만 일한다고 한다. 실제 매일 정시에 출근하고 퇴근하는 직원들을 보면, 이 말이 농담이 아닌가 착각에 빠지게 한다. 연봉만큼 일하면 회사는 어떻게 되겠는가?
오후 5시반, 본부장의 급한 호출에 올라가 30분 넘는 지시로 기진맥진한 상태로 자리에 오니 아무도 없다. 내일 오전까지 초안을 만들어 보고해야 하는데, 퇴근한 담당자를 부를 수도 없고 자리에 앉아 A팀장은 한숨을 쉬며 초안 작업을 한다. 1주일에 이런 일이 두 세번 되면서 이제는 야근이 더 익숙하다. 팀원들에게 하나 둘 다 이야기하기도 뭐해 작업한 내용을 공유하고 직접 보고를 한다. 팀원들은 자신의 일을 대신하는 팀장이 그리 좋지만은 않다.
금요일 오후 전사 지역 봉사활동에 각 팀에서 2명씩 참석하라는 업무 연락을 받았다. 5명의 팀원 중 귀경하는 인원 3명을 제외하면 2명밖에 되지 않는다. 2명에게 의향을 물으니 모두 선약이 있다고 한다. 결국 팀장과 B부장이 참석하게 되었다. 회식도 참석하려고 하지 않는데, 몸만 고생하고 혜택은 없는 일에 참석하려는 팀원은 없다.
업무 분장 된 유지 업무에는 실수나 잘못이 있어서는 안된다. 기본 업무이기 때문에 완벽하게 처리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일의 과정을 살피면 허점투성이이다. 조금만 신경을 썼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일들이 발생하여 고객 불만으로 이어진다. 고객만족팀에서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다고 담당자를 징계위원회에 회부하겠다고 한다. 고객만족팀장을 만나 사정사정하여 무마시킨다. 잘못을 한 담당자는 퇴직하겠다는 말을 달고 다닌다. 몇 번의 주의를 줬지만, 크게 개선되지 않는다. 그냥 인복이다 생각하고 참을 수밖에 없다.
회사 평가 항목 중 다면 평가가 있다. 1명의 상사 평가가 50점, 5명의 부하 평가가 50점이다. 상사는 47점으로 비교적 높은 점수를 부여했는데, 5명의 팀원의 점수 합은 35점이다. 부하 점수로만 보면 32명의 팀장 중 중간수준이다. 개별 점수는 알 수가 없지만, 머리 속은 복잡하다.
아침에 갑자기 C대리가 전화로 휴가를 쓰겠다고 한다. 어디 아프거나 일이 있냐고 물으니, 그냥 휴가 처리해 달라고 한다. 더 이상 대화는 의미 없기에 알았다고 했다. C대리가 할 일을 할 수 있는 다른 팀원은 없다. A팀장은 C대리의 전화를 받고, 일들을 처리한다. A팀장이 사원 시절에는 선배들이 업무에 대해 다 알고 있었으나, 팀제가 되며 팀원은 자신의 업무 밖에 모른다. 아니 자신의 업무만 한다. 옆 팀원이 무슨 업무 담당인 가는 알지만, 무슨 일을 하는가에 관심이 없다.
A팀장은 오늘도 야근이다. 전화가 울린다. 6살 딸이 아빠 보고 싶다고 한다.
혜택은 없고 책임만 있다
팀장이란 자리는 팀 전체의 실무 책임자이며 의사결정자이다. 팀이라는 조직의 방향과 전략을 세우고, 한 직무의 담당자가 아닌 의사결정자이며 관리자이다. 일 중심에서 조직 중심의 보다 길고 멀리 보며 결정을 내려야 한다. 내 일만 잘하면 된다는 생각에서 조직 전체를 한 방향 정렬 시키고, 팀과 팀원의 육성과 성과를 견인해야 한다. 팀에서 발생하는 모든 일에 책임을 져야 한다. 팀장을 거쳐야 임원이 될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하다.
많은 회사의 팀장들은 공히 권한과 혜택은 거의 없고, 일과 책임만 많다는 불만이 높다. 중소기업 중에는 팀장이 되었다고 대기업에서 주는 팀장 수당을 주지 않는 곳도 많다. 그냥 팀의 대표자 수준이다. 경영층은 무슨 일만 있으면 팀장을 부른다. 팀원들은 수 많은 회의, 지시에 참석하고 밤에 남아 일을 하는 팀장을 불쌍한 눈으로 바라본다.
컨설팅을 하며, 팀장들 인터뷰를 했다. 팀장들이 힘들어 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상황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① 팀장들과 모처럼 저녁을 함께 할 때, “내가 너의 팀원으로 가면 안될까?” 요청하니 바로 “아니, 내가 너희 팀원으로 갈게 받아줘라” 한다.
② 팀원으로 있겠다고 인사팀에 팀장 보직해임 해달라고 했더니, 팀장 추천을 해 달라고 한다.
③ 경영층에서는 팀장을 거쳐 임원이 될 수 있다고 하는데, 나는 임원이 되고 싶은 생각이 없다.
④ 무슨 일만 있으면 팀장이고, 여기 저기 회의와 호출이 너무 많다. 팀장이 동네 북도 아닌데..
⑤ 여기서 팀장 하며 스트레스 받는 것보다 그냥 퇴직하고 싶다.
팀장들에 대한 실질적 육성과 동기부여 방안이 절실하다.
팀장의 조직 상 중간 역할을 수행하며, 실무 책임자이면서 의사결정자이다. 팀장의 결정이 잘못되면 그 일의 성과는 불 보듯 뻔하다. 팀장의 판단과 결정, 솔선수범하는 자세가 회사의 경쟁력이며 모범이 되어야 한다.
팀장의 말 한마디에 팀원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던 시대가 아니다. 정시에 퇴근해야 하며, 자신의 일이 아니면 관심이 없는 팀원들과 함께 팀의 역할과 책임이 아닌 지시사항을 처리해야만 한다. 팀장의 헌신이 없으면 회사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
경영층의 인식 전환이 중요하다. 팀장이 되었으면 알아서 해야지 하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팀장에 대한 금전적, 비금전적 보상을 통해 동기부여해야 한다.
금전적 보상으로는 팀장에 대한 급여체계 개선, 별도 상여금, 팀장 수당의 지급 등이다.
더 중요한 것은 비금전적 보상이다. 팀장에 대한 인정과 칭찬 문화가 시급하게 개선되어야 한다. CEO의 팀장과의 대화, 본부 간 만남, 팀장 세미나와 정보 공유 토론회, 인사와 재무에서의 권한 확대 등 다양한 동기부여 방안이 모색되어야 한다.
물론 저역량, 저성과 팀장이면서 조직과 구성원에게 피해를 주는 팀장은 보직해임하여 엄하게 가져가야 한다. 팀장 인선은 아무나 되는 것이 아닌 엄격한 절차를 거쳐 누구나 인정하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소중한 사람이라면 더 소중하게 유지관리해야 한다.
[홍석환 매경경영지원본부 칼럼니스트/ 현) 홍석환의 HR 전략 컨설팅 대표/전) 인사혁신처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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