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AC 보육시스템 , 스타트업 본고장 美·유럽에 수출할 것"
"한국 액셀러레이터(AC)의 보육 및 투자 능력은 이미 글로벌 최상위 수준에 이르렀다. 우리의 프로그램과 소프트웨어(SW)를 아시아를 넘어 스타트업의 본고장인 미국, 유럽까지 수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초기 스타트업 투자 전문 AC 씨엔티테크(CNTTECH)의 전화성 대표는 최근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와 인터뷰에서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 운영사 '사나빌 인베스트먼트'와 중동에 진출하는 한국 기업에 투자하는 공동펀드 조성을 논의 중"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전 대표는 "최근 사나빌 측이 우리가 보육 중인 기업 23곳에 연락해 어떤 지원을 받고 있는지를 체크했다"면서 "씨엔티테크가 자체 개발·운영중인 '스타트업 밸류(기업가치)체크시스템'에 대해 깊은 인상을 받았고, 일대일 보육서비스도 상당히 체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피드백을 줬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AC가 사우디 국부펀드를 펀딩에 참여시키는 일은 그리 흔한 일이 아니다"라며 "그간 홍콩, 대만, 베트남, 인도네시아 투자기관과의 협업 경험이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2003년에 문을 연 씨엔티테크는 오는 7일 설립 20주년을 맞는다. 그동안의 실적을 요약하면 △누적 보육기업 수 5000곳 △누적 투자 포트폴리오 330곳 △ 최근 3년(2020~2022년) 연속 국내 AC업계 투자 건수 1위를 달성하는 등 명실상부한 국내 대표 AC로 자리잡았다. 씨엔티테크는 이같은 성장세를 한층 끌어올리기 위해 하반기 코스닥 입성을 준비 중이다. 오는 9월 예비심사청구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전 대표는 "보육서비스와 투자조합운용 사업 부문이 탄탄하고, 이런 사업 영역에 소프트웨어 역량을 결합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고도화하기 위한 노력도 이어가고 있다"면서 "현금 흐름상 이윤이 매년 50억원 이상 안전하게 나오고 있기 때문에 상장 과정은 무난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다음은 전 대표와의 일문일답.
-상장에 성공한다면 국내 AC업계에선 1호다.
▶AC라는 사업은 상장하기에 충분한 저력을 지닌 모델이라고 생각한다. 업력이 쌓이면서 보육서비스 매출과 투자조합 운용·관리보수가 매년 늘고 있다. 두 사업의 매출 기반이 탄탄하기 때문에 회계상 투자 평가이익(투자한 기업의 주식가치가 올라 그 차액을 매출과 이익으로 잡는 것)은 거의 반영하지 않고 있다. 평가이익을 빼도 현금흐름상 이익이 잘 나와 상장에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본다.
-보육시스템을 수출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는데 글로벌 AC들과 경쟁이 가능하다고 보는가.
▶우리나라는 민간이 아닌 정부 주도로 AC 생태계가 형성됐고, 입찰이란 경쟁시스템에서 살아남기 위해 좋은 서비스들이 계속 만들어지고 업데이트돼 왔다. 보육서비스 효율화 제고를 위해 DX(디지털전환)도 추진하고 있다. 이를테면 '스타트업 밸류 체크시스템' 뿐만 아니라 스타트업 BM(비즈니스모델)의 사회적 가치를 진단해 볼 수 있는 '스타트업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체크시스템'도 개발 중이다. 이런 건 해외에도 없다.
우리가 자체 개발한 '심사역 능력시험'은 업계에서도 꽤 입소문이 났다. 예비 투자심사역들을 대상으로 기본기, 직무능력 등을 매분기 평가하는 시험인데 올해 7회째를 맞았고 4회차부턴 외부 응시생도 받고 있다. 20여 년간 한 필드에서 갈고 닦은 보육 노하우와 관련 자동화 솔루션은 수출 가능하다고 본다.
-총 운용자산(AUM)이 1100억원에 달한다. 투자 비법이 있다면.
▶다른 회사처럼 네트워크 기반으로 투자대상을 찾지 않는다. 새로운 팀들을 자주 그리고 많이 만난다는 게 원칙이다. 예를 들어 최근 3년간 주말마다 약 20개팀씩 보고 있다. 전국에 흩어져 있어 직접 만날 수 없기 때문에 보통 화상회의를 이용한다. 좋은 기업들은 첫 미팅 때 촉이 온다. 그런 곳은 빨리 투자해 성장 속도를 배가시킨다. 그렇지 않은 곳이라도 두 번, 세 번 만나는 과정에서 준비가 돼 투자하는 경우도 꽤 있다.
-'투자의 촉'은 어디서 오나.
▶투자 결정은 창업자가 어떤 사람인지를 보고하는 데 나름의 평가 방식이 있다. 그분(창업자)의 IR(기업설명회)를 들으면 대략 온다. 대부분 초기 스타트업 대표님들이 IR 때 자기소개를 한 70%하고, 기술 설명 없이 나머지 30%를 사업모델을 설명하는데 쓴다. 그땐 제가 순서를 이렇게 알려드린다. '대표님께서 말씀하신 시장 문제점을 통해 대표님의 경험치를 보고, 대표님이 말씀하시는 솔루션을 통해 대표님이 가지고 있는 인사이트를 볼 겁니다. 그리고 대표님이 설명하신 기술을 통해 현재 확보하고 있는 기술과 앞으로 확보 가능한 기술을 예측하고, 대표님이 제시한 경쟁자와 BM을 통해 분석 능력을 볼 겁니다. 마지막으로 팀 소개를 통해 대표님의 겸손함을 보겠습니다'라고. 그런 틀 안에서 그분들이 자신을 드러낼 때 가장 정확한 촉이 온다.
-20년간 몸 담은 AC 업종의 매력을 꼽는다면.
▶저는 대학에서 전산학을 전공했다. 한 분야를 깊게 파고 드는 공학도의 삶도 물론 매력적이긴 하나 여러 분야를 공부하며 다양한 일을 해보고 싶었다. 그러기엔 인생이 너무 짧은데 투자를 하다 보면 간접 사업 경험을 하게 된다. 그게 정말 매력적이었다. 제 인생에, 제가 직접 사업을 일으켰다면 아마 5개 정도 했을 것 같다. 그런데 지금까지 저희가 330곳에 투자했으니 그만큼의 사업을 일으킨 느낌을 받는다. AC의 매력은 원래 인생 대비 100배 더 긴 다양한 삶을 누려볼 수 있다는 것 같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
류준영 기자 jo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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