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반도체 빼면…대기업 中법인 매출 6년새 37% 하락
삼성SDI, SK온 등 K-배터리 3사는 지난해 중국서 최대 실적 거둬
(시사저널=김은정 디지털팀 기자)
지난 6년간 국내 대기업의 중국 법인 매출이 약 13%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배터리와 반도체 부문을 제외하면 매출 감소 폭은 약 40%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 조치 이후 한국 기업에 대한 중국 정부의 압박이 본격화하며 현대차·기아, 삼성전자 등이 중국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5일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가 국내 500대 기업 가운데 중국 생산법인 실적을 공시한 113곳의 지난 6개년 매출액을 조사한 결과, 이들 기업의 지난해 합산 매출액은 111조424억원으로 2016년(127조7292억원) 대비 13.1%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 중국 시장 매출이 급증한 국내 배터리, 반도체 관련 기업을 빼면, 해당 수치는 2016년 117조2300억원에서 지난해 73조4485억원으로 37.3%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CEO스코어는 이런 배경에 대해 "한한령으로 국내 기업에 대한 제재가 시작된 이후 미·중 무역 갈등, 공급망 위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복합적인 위기 상황이 지속되면서 국내 주요 기업의 대(對)중국 사업이 후퇴를 거듭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중국 생산법인 매출 타격이 가장 큰 곳은 현대자동차였다. 현대차 중국 법인인 '북경현대기차'의 매출액은 2016년 20조1287억원에서 지난해 4조9003억원으로 무려 75.7%(15조2284억원) 수직 하강했다. 국내 기업 가운데 중국 법인 매출이 10조원 이상 감소한 곳은 현대차 중국 법인이 유일했다.
같은 기간 기아의 중국 법인 '강소열달기아기차' 매출도 9조7996억원에서 1조8835억원으로 80.8%(7조9161억원) 떨어졌다. 이에 현대차·기아의 중국 생산법인 합산 매출은 6년새 5분의1 수준으로 위축됐다.
이는 국내 부품 업체들에도 타격을 가했다. 지난해 현대모비스의 중국 생산법인 매출은 1조7051억원으로, 2016년(8조8746억원)과 비교해 80.8% 위축됐다. 현대트랜시스(-55.1%), 현대위아(-62.7%), 성우하이텍(-71.4%), 현대케피코(-74.3%) 등도 중국 법인 매출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
삼성전자는 중국 스마트폰과 가전 부문 판매 감소세로 2016년 17조1236억원이던 중국 법인 매출이 지난해 9조6798억원으로 43.5% 줄었다. 2021년 후이저우 공장을 청산한 점이 매출 감소에 직격탄을 가했다는 분석이다. 삼성디스플레이 중국 법인 매출도 2016년 10조7831억원에서 지난해 5조435억원으로 절반 가량 급감했다.
반면 배터리와 반도체 부문은 중국 시장에서 성장가도를 달렸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 등 K-배터리 3사는 지난해 중국에서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LG에너지솔루션의 지난해 중국 법인 매출액은 12조8458억원으로, 2016년(2조4167억원) 대비 431.6% 수직 상승했다.
같은 기간 삼성SDI 중국 법인 매출도 9298억원에서 5조4250억원으로 6년새 483.5% 급증했다. 2차 전지를 생산하는 삼성SDI의 톈진 생산법인은 2558.7%라는 기록적인 매출 증가율을 나타냈다. 2019년 중국에 신규 법인을 설립한 SK온 역시 지난해 2조979억원의 매출을 기록, 중국 시장에 안착했다.
삼성전자의 중국 내 반도체 생산법인 중 하나인 시안법인(SCS)의 매출액은 2016년 4조1521억원에서 지난해 9조6798억원으로 133.1% 상승했고, SK하이닉스의 중국 생산법인 매출액도 2016년 3조6억원에서 지난해 7조5454억원으로 151.5% 증가했다.
또한 LG화학(179.4%)과 LG디스플레이(38.7%), 효성티앤씨(182.3%), HD현대인프라코어(138.1%), 삼성전기(21.0%) 등의 중국 법인 매출도 상승세를 탔다.
업종별로 보면 자동차·부품 업종의 매출 감소 폭(-36조329억원)이 가장 컸고, 생활용품(-2610억원), 건자재(532억원), 철강(355억원) 등의 매출도 감소했다. 반대로 IT·전기전자 업종의 매출은 12조4824억원 많아졌다. 이어 석유화학(6조290억원), 식음료(6809억원), 조선·기계·설비(3399억원) 순으로 매출 증가 폭이 컸다.
지난 6년간 국내 대기업이 중국에서 법인을 매각하거나 청산한 사례는 46건(매각 30곳·청산 16곳)으로 집계됐다. 매각된 중국 법인의 매출액은 2016년 기준 6조5945억원, 청산 법인은 13조1981억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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