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방류’ 위해 일본 여론 총력전…“기시다, 한일 정상회담 추진“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의 오염수를 8월에라도 방류하는 방안으로 조정 중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5일 보도했다. 일본 정부는 그 전까지 오염수 방류가 안전하다고 결론 낸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최종 보고서를 근거로 현지 어민과 주변국 설득에 나설 계획이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직접 이해를 구하기 위해 오는 11일부터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일 정상회담을 추진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이날 요미우리신문에 “설명을 위해서는 일정의 시간이 필요하다”며 “풍평(소문)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섬세하게 주의를 기울여 총리가 최후에 방류 시기를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앞서 지난 1월 관계 각료회의에서 해양 방류 시기에 대해 “2023년 봄부터 여름쯤”이라고 밝힌 바 있다. 마츠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은 지난 3일 기자회견에서도 “이 방침에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도 이날 열린 정례회의에서 오염수 해양 방류 설비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해 오는 7일 도쿄전력에 설비 합격을 의미하는 ‘(검사)종료증’을 교부하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이 증서가 발행되면 언제든 오염수의 해양 방류가 가능해진다.
일본 정부는 방류 전까지 IAEA의 보고서를 근거로 국내외 여론 설득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니시무라 야스토시 경제산업성은 IAEA 보고서 발표 이튿날인 이날 후쿠시마현 이와키시에서 어민들을 대상으로 IAEA 보고서 내용을 설명하고 방류의 안전성 홍보에 나섰다.
이 행사에는 그로시 IAEA 사무총장도 참석했다. 그는 전날 공개한 IAEA 보고서 내용에 대해 직접 설명하면서 “처리수(오염수)의 최후의 한 방울이 안전하게 방류될 때까지 IAEA는 후쿠시마에 최후까지 머물 것”이라고 말했다고 교도통신이 전했다. 그러면서 “20년 후, 30년 후에도 계획대로 되는지 확인을 계속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행사에 참석한 노자키 데쓰 후쿠시마현 어업협동조합연합회장은 “우리(어업인)가 반대하는 가운데 해양 방류 공사가 진행되는 데 긴장감을 가져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후쿠시마현 어업협동조합연합회는 지난달 30일 “오염수 해양 방류에 반대하는 것은 조금도 변하지 않는다”는 특별결의를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앞서 2015년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관계자의 이해 없이는 (오염수의) 어떠한 처분도 하지 않는다”고 후쿠시마 지역 어민들과 약속한 바 있다.
방류 반대 여론이 강한 주변국에 대해서는 기시다 총리를 비롯한 고위 관료들이 외교 총력전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마이니치신문은 5일 기시다 총리가 오는 11∼12일 리투아니아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를 계기로 윤 대통령과 개별 정상회담을 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기시다 총리는 회담에서 오염수 해양 방류 계획의 안전성과 감시 시스템 등을 직접 설명하고 이해를 구할 방침이다. 한국 외교부 당국자는 “현재로서는 회담이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도 한국·중국 외교장관과 각각 회담하고 방류 계획을 설명할 예정이다. 요미우리는 하야시 외무상이 오는 13∼14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등 아세안(ASEAN) 외교장관회의를 계기로 박진 한국 외교부 장관·친강 중국 외교부장과 개별적으로 회담을 열고 방류 계획을 설명하는 방향으로 조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일본 정부는 중국, 한국 등에서 제기되는 원전 오염수 위험성 주장에 대해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요미우리는 오염수를 둘러싸고 “중국 정부와 한국 일부 미디어에서 근거가 부족한 주장을 펼쳐 불안을 만들어내고 있다”면서 일본 정부에 정보 관리 강화가 요구되고 있다고 전했다.
외무성은 현재 오염수에 관련한 정보 감시를 강화하고 있다. 마츠노 관방장관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중국은 사실에 반하는 내용을 발신하고 있어 과학적 견지에 근거한 논의를 할 것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고 불쾌감을 보였다. 오노 히코 일본 외무성 대변인은 요미우리에 “무책임한 가짜 정보에는 강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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