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 인싸템 콩 발효식품 ‘템페’를 아시나요?
소유에프앤비 윤서연 대표. 식물성 고단백 대체 식재료 템페를 연구하고 다양한 제품을 개발한다.
아직 템페를 접해보지 않은 분들을 위해 설명이 필요할 것 같아요.
템페는 콩과 템페균이 만나 만들어진 발효식품이에요. 외관은 흰콩을 꽉 뭉쳐 만든 벽돌 모양인데, 자세히 보면 콩 알갱이의 형태가 흰 표면 위로 올록볼록 튀어나와 있어요. 하얀 표면은 자연 발효의 흔적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직접 만져보면 손에 묻어나는 것도 없고 발효식품이지만 쿰쿰한 냄새나 끈적임도 없어요. 템페는 발효식품인 만큼 장 건강에 좋은 프로바이오틱스의 원천이에요. 다른 콩 식품들과 콩을 통째로 사용해 만들어 단백질 함량이 매우 높죠. 실제로 소고기와 영양분을 비교 분석한 그래프를 보면 단백질 함량은 거의 비슷한 정도예요. 하지만 템페는 소고기처럼 콜레스테롤이나 중성지방 수치가 높지는 않거든요. 그래서 고기를 먹지 않는 채식인들과 다이어터들에게 훌륭한 단백질 공급원이 되어줘요.
이전에는 식품과 전혀 상관없는 일을 했다고 들었어요.
제약 회사의 화장품 파트에서 10년 넘게 근무했어요. 기능성 화장품에 의약품의 전문적인 치료 기능을 합친 코즈메슈티컬 제품 마케팅을 담당했고요. "You are what you eat"이라는 말을 참 좋아해요. 내가 먹는 것이 곧 나인 거죠. 저는 피부가 좋아지려면 화장품보다 먹는 음식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사업을 시작하기 전부터 먹거리와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았어요. 회사에 다니면서 취미로 레시피 북을 쓰기도 했죠. 사실 식품 관련 사업은 5년 전에 시작했어요. 건강한 재료로 만드는 간편식 매장을 오픈했고, 그게 쭉 이어져서 지금은 비건 식재료를 연구하고 직접 제조도 하는 공장을 운영하게 됐어요. 시판 템페 제품은 작년부터 개발하기 시작했고, 올해 3월 비건 페스타 박람회에서 정식으로 론칭했어요.
템페라는 아이템으로 사업을 하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평소 요리하는 걸 좋아하고 건강에도 관심이 많아서 템페라는 식재료는 예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맛과 식감을 좋아해서 즐겨 먹었죠. 국내에는 제조사가 한 곳뿐이고 종류도 많지 않아서 아쉽다는 생각을 하던 차에 직접 만들기로 결심했죠. 발효 과정 자체가 신기하고 매력적인 식재료라고 생각했어요.
대표님도 비건인가요.
채식주의자는 아니에요. 건강한 음식을 주로 섭취하려다 보니 채식 위주의 식단을 좋아하지만 가끔 고기도 먹어요. 템페가 꼭 채식주의자들을 위한 식품은 아니에요. 저도 처음에 템페가 맛있고 영양적으로도 훌륭해서 관심을 가지게 됐어요. 많은 사람이 템페를 편하게 즐길 수 있으면 좋겠어요.
템페를 만드는 콩은 종류가 정해져 있나요.
꼭 그렇지는 않아요. 보통은 대두를 사용하는데, 저희 브랜드 키토유 템페는 병아리콩을 섞은 것도 있고 흰강낭콩을 배합한 버전도 있어요. 어떤 콩을 발효시키는지에 따라 맛도 식감도 다 다르거든요. 최근에는 버섯으로 만드는 템페를 연구하고 있어요.
메주 모양 같기도 한데, 템페 섭취 방법이 궁금합니다.
템페를 처음 접하는 분들은 "어떻게 먹어요?"라는 질문을 가장 많이 하세요. 그냥 얇게 썰어서 굽거나 튀겨서 간식으로 즐기거나 샐러드에 얹어 먹어도 맛있지만 요리에 활용해도 좋아요. 정말 다양한 요리로 즐길 수 있죠. 저는 매주 템페로 만드는 요리 레시피를 공개하는 라이브 방송을 하고 있어요. 지난주에는 김밥을 만들었어요. 템페를 으깨서 김밥 속 재료로 사용하면 참치김밥 같은 식감과 맛을 느낄 수 있어요. 카레, 탕수육, 팟타이 등 템페로 할 수 있는 레시피는 무궁무진해요.
최근 가장 관심 있는 것은 무엇인가요.
아무래도 제품 개발이죠. 건강한 식품을 섭취해야 한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모양도 맛도 생소하다 보니 다가오기 힘들어하는 분들도 있으시거든요. 그래서 템페 초보자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주재료인 콩을 다양한 종류로 사용하고 시즈닝 발효도 시키는 등 계속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어요. 템페로 만드는 콩고기, 치즈 등 지속 가능한 식재료 음식에 대한 연구도 진행 중이고요. 템페가 모든 사람의 입맛에 맞을 수는 없잖아요. 최근에는 누구나 부담 없이 쉽게 즐길 수 있는 템페 두유도 출시했어요.
템페로 만든 두유라니 신기하네요.
아이가 일곱 살인데, 유치원에 가기 전에 템페를 먹이고 싶은데 자르고 구워서 먹일 시간적인 여유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한 잔씩 먹을 수 있는 템페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두유를 만들었어요. 종류는 '두유원템페’ '두유원템페콩물’ 2가지예요. 두유원템페의 주원료는 국내산 대두와 키토유 프로틴 템페라 약간 달콤한 맛이 나요. 남녀노소 누구나 맛있게 먹을 수 있죠. 두유원템페콩물은 국내산 콩으로 우려낸 콩국물이라고 보시면 돼요. 국내산 대두와 키토유 대두템페, 천일염만으로 맛을 내서 정말 진해요. 그냥 마셔도 좋지만 콩국수나 파스타 같은 요리에 사용할 수도 있어요.
앞으로의 계획 한마디 부탁드려요.
좀 더 많은 사람이 템페를 알고 간편하게 즐겼으면 하는 바람으로 두유를 출시했어요. 요즘은 템페를 분말화하는 작업을 하는 중이에요. 분말화한 결과물로 버거 패티나 비건 치즈를 만들려고 해요. 좀 더 멀리 보자면 체중 조절 식품도 만들어서 템페로 건강기능식품 시장까지 확대하려고 해요.
평소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은데, 템페를 제조하면 콩 삶은 물이 나오는데 매번 버려지는 것이 안타깝더라고요. 요즘 푸드 업사이클링도 많이 하잖아요. 그래서 최근에는 달걀흰자 대신 콩 삶은 물로 비건 머랭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이것도 올해 안으로 상품화해보려고 해요. 이제 템페를 만들고 남은 콩깍지를 활용할 수 있는 적절한 방법만 찾으면 버려지는 찌꺼기는 제로가 되는 거죠. 사실 저는 사업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모르는 상태에서 '지속 가능한 식재료를 계속 연구하고 싶다’는 마음만 가지고 무작정 제조 공장을 계약했어요. 그래서 초기에는 정말 시행착오도 많았고 좌절도 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그런 시련들이 다 재산이 된 것 같아요. 올해는 템페 제조 방법에 대한 특허등록이 완료되어서, 식물성 단백질에 대한 두 가지 새로운 특허출원도 준비하고 있어요. 이러한 기술들을 활용하여 미래 식품을 더 다양하게 만들고 싶어요, 이번 달에 여성창업경진대회에서 상도 받았어요. 앞으로 더 많은 여성창업자가 생겨날 수 있도록 좋은 본보기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했어요.
2 키토유 두유원템페콩물 국내산 대두와 키토유 대두템페로만 맛을 낸 진한 콩물. 설탕을 넣지 않고 천일염과 효소를 넣어 고소한 맛을 느낄 수 있다. 180ml×18개 2만8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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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김도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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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초롱 기자 chor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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