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서 역지사지 역할극·1박2일 캠프… “놀면서 세상을 배워요” [선생님 선생님 우리 선생님]

정철순 기자 2023. 7. 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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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생님 선생님 우리 선생님 - 경북 청도 동산초 하경숙 교사
놀이로 상대방 이해하는 교육
학생 · 교사가 역할 바꿔보기도
“경쟁대신 공감 높이고 벽없애”
1박 2일 ‘평화학교 프로그램’
학생 · 학부모 · 교사 함께 참여
서로 소통하며 더 가까워져
경북 청도군 동산초등학교 학생들이 지난해 9월 교실에서 그림책에서 마음에 드는 역할을 골라 역할극을 하고 있는 모습.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공

“신나게 놀면서 인간관계와 세상사는 즐거움을 배우고 자신을 표현하고 알아간다고 생각합니다.”아이들과 교실에서 즉흥 역할극을 함께하고 1박 2일로 놀이 활동을 하는 경북 청도군 동산초등학교의 하경숙(여·55) 교사는 5일 이같이 말하며 놀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아이들에게 ‘노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고 쉽게 말은 하지만, 교육 현장에서 이를 실행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는 아이들과 함께 강가를 산책하며 율무차를 마시는 데서 즐거움을 찾고 아이들에게도 소소한 즐거움을 전달한다.

하 교사는 “청도에서 근무하면서 6학년 친구들과 모둠으로 해인사에 다녀오기도 했고 동생들과 함께 기차 타고 부산 해운대에 놀러 갔었던 기억이 많이 떠오른다”며 “어떤 날은 밤에 차를 타고 삼자현 고개의 휴게소에서 쏟아질 듯한 별을 보며 ‘와∼’ 하고 함께 탄성을 지르기도 했다”고 추억했다.

하 교사의 교실에는 다른 학교에선 찾아보기 힘든 ‘역할극’이 있다. 일종의 놀이지만 다툼을 하는 아이들에게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게 하는 교육이다. 그는 “친구들 사이에 다툼이 있거나 속상한 일이 있으면 그 일을 역할극으로 재연하는데 다른 사람의 입장이 돼 보면서 마음에 공감하게 된다”며 “그 순간 친구에게 못했던 말도 해보면서 마음을 표현하는 연습도 한다”고 말했다. 역할극은 아이들 사이에서만 하는 것이 아니다. 하 교사가 아이들의 입장이 돼 보기도 한다. 그는 “때로는 수업시간에 장난치는 학생과 선생님이 역할을 바꾸어보기도 한다”며 “아이들은 저의 속상한 마음을 이해하게 되고, 제가 아이들 자리에 앉아 보면 다른 게 보이고 아이들이 장난치고 싶은 마음도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지난해 5월 학교 밖 동산에서 술래잡기 놀이를 하고 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공

아이들에게 역할극 놀이가 어려울 수 있다. 하 교사는 “꼭 놀이나 역할극을 하고 나면 원으로 둘러앉아 소감 나누기를 하고 그 원 안에서 교사도 한 사람으로서 평등하게 참여해 자신의 소감을 말한다”며 “즐겁게 자주 놀면서 친해지고 역할극을 하면서 서로의 마음과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아이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 벽을 없애려는 취지다.

아이들에게 놀이는 자칫 경쟁으로 흘러 적응하지 못하면 싫증을 내기 쉽다. 하 교사는 “경쟁을 하는 게임과는 달리 즐겁게 함께 놀기 위해 경청하고 술래가 돼 자기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며 “놀이 속에는 친구를 잘 살펴봐야 하는 때도 많아 자연스럽게 친구들과 짝이 되고 이야기를 나눈다”고 말했다.

하 교사는 아이들에게 즐거움을 배우는 것을 강조한다. 그는 “초·중등학교 때 따뜻한 선생님들을 많이 만났고, 그래서 저도 교사가 돼 따뜻한 선생님이 되려고 했다”며 “대학 시절을 거치며 세상을 변화시키는 시작은 교육이라는 신념을 갖게 돼 지금은 교사로 아이들과 함께 서로 성장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외부 시설에 입소하는 캠프와 달리 하 교사의 학교에는 학생·학부모·교사가 함께 참여하는 학교가 있다. 교실에서 하는 평화학교프로그램 활동으로, 하루 종일 혹은 1박 2일로 교육의 세 주체가 함께 참여한다. 아이들을 중심으로 함께 모여 서로의 마음을 터놓는 자리다. 하 교사는 “서로를 깊이 이해하고 가까워지는 경험을 하고 추억을 하나 만들게 된다”며 “이전 학교에 있을 때도 2년간 캠프를 진행했는데, 지금도 만나면 그때 이야기를 한다”고 추억했다.

하 교사는 2012년 잠시 교직을 떠난 후 귀농했다가 어린 학생들을 만나 즐거움을 느낀 후 2016년 9월 다시 학교로 돌아왔다. 그는 “자연도 덜 해치고 자급자족하며 살려고 했지만, 준비 없이 나갔더니 쉽지 않았다”며 “그러다가 우연히 일주일 동안 평화학교프로그램으로 초·중등학교 학생들을 만나는 활동에 참여하게 되었는데 ‘이렇게 아이들을 만나고 함께하면 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하 교사는 ‘아이들에게 꼭 가르쳐 주고 싶은 것’을 묻는 질문에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나를 있는 그대로 당당하게 표현하고 신나게 놀고 다른 친구들과도 잘 놀 수 있도록 사이좋게 지내면서 서로에게서 배우며 사는 것”이라고 답했다. 공부보다 더 어려울 수 있는 과제지만, 그는 교실에서 이를 가르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문화일보 -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공동기획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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