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에 복종하는’ 군대, 세계 수십곳 활동… 비용 싸지만 통제불능 위험[Who, What, Why]
1965년 최초 PMC ‘워치가드’
英 퇴역장교 설립… 걸프 파견
냉전 종식, 9·11 거치며 급증
훈련비용·퇴직금 등 들지 않고
무기도 보유… 軍 동원보다 저렴
범죄 등 논란에도 수요 이어져
美블랙워터, 이라크 민간인 학살
종신형 등 선고… 트럼프가 사면
국가에 대한 충성심도 ‘외주’가 될까. 지난달 러시아 용병 기업 바그너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향해 무장 반란을 일으킨 이후 민간군사기업(Private Military Company·PMC)을 향해 이 같은 질문이 쏟아지고 있다. 많은 국가가 위험 지역에서의 정보 수집, 기지 건설 등을 보다 전문적이고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대가를 지급하고 PMC에 안보의 일부를 일임하곤 하지만, ‘기업’이란 명칭에서도 알 수 있다시피 PMC가 철저히 돈의 논리로 움직이는 사조직이기 때문이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직업 ‘용병’ = 제네바협약에 따르면 용병은 충돌 당사국 국민 또는 군대 구성원이 아니면서 무력 충돌에서 싸우기 위해 국내 또는 해외에서 특별히 모집된 이들을 일컫는다. 역사적으로는 기원전 401년 페르시아 왕자 키루스가 형으로부터 왕위를 찬탈하고자 그리스에서 1만 명의 용병대를 고용한 기록이 남아 있다. 그래서 흔히들 용병을 ‘세상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직업’이라 말한다.
현대로 오면서 이를 PMC로 기업화하는 움직임이 생겨난다. 최초의 PMC는 스코틀랜드 출신 영국군 퇴역 장교 데이비드 스털링이 1965년 세운 워치가드 인터내셔널이다. 스털링은 영국 육군 최정예 특수부대인 공수특전단(SAS) 창설의 주역으로, 영국제 무기와 제대한 군인들을 모아 그들을 필요로 하는 걸프국 등 해외로 파견, 무기 공급 및 훈련 등의 업무를 수행토록 했다. PMC의 수는 1990년 초 급격히 증가한다. 냉전 종식과 함께 일자리를 잃은 군인들이 서방에서만 600만 명 이상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다. 미국의 빈넬, 영국의 G4S와 키니미니서비스, 이스라엘 로르단레브단 등이 당시 PMC 대기업으로 성장한다.
◇첩보 활동부터 전쟁까지…세계 각국으로 퍼져 나간 PMC = PMC는 2001년 9·11테러 이후 더욱 폭발적으로 성장한다. 미국이 이를 이유로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하고, 이라크와도 전쟁을 시작하며 미국 PMC인 아카데미(구 블랙워터)가 동원됐기 때문이다. ‘세계 최강의 사설 군대’를 내건 이들은 미국 해군 특수부대 출신 에릭 프린스가 1997년 설립한 회사로, 미 정부와 군사 용역계약을 맺은 뒤 막대한 이익을 얻었다. 원거리 항공 군사정찰 업무 수행이 가능한 ‘에어스캔’도 미국의 PMC다. 수단의 반군, 앙골라 정부 등과 함께 일을 했다. 그 외 영국 이지스 방위 서비스, 남아프리카공화국 이그제큐티브 아우컴즈 등 전 세계에서 수십 개의 PMC가 운영 중이다.
군을 지휘하는 정부가 PMC와 계약을 맺는 이유는 간단하다. 군대를 동원하는 것보다 비용이 저렴해서다. 이미 훈련된 병력이니 따로 교육하지 않아도 되고, 은퇴 시 퇴직금을 지불할 필요가 없으며, 부상병에 대한 치료비용도 들지 않는다. 자체적으로 무기도 보유하고 있다. 도이체벨레(DW)는 전문가를 인용해 “미국이 1994년부터 2007년까지 12개 PMC에 약 3000억 달러(약 390조 원)를 투자했는데, 대규모 투자이나 국가의 입장에서는 잘한 투자”라고 전했다.
◇범죄인 포함부터 고문 논란까지, 해결 요원한 ‘윤리 문제’ = 전문가들은 PMC가 편리한 만큼 통제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일단 법적인 경계를 넘나들고, 국가가 주체가 아니기에 전시국제법 적용도 어렵다. 대표적인 예가 아카데미가 블랙워터로 활동하던 2007년 이라크 민간인 17명을 학살한 사건이다. 미 연방법원은 이에 2015년 이들 직원 4명에 대해 징역 30년 형부터 종신형까지 선고했는데, 2020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에 의해 사면됐다. 용병의 신원 검증이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 우크라이나 전장을 누비던 러시아 바그너그룹에는 살인자, 성폭행범, 마약상 등 죄수가 대거 포함돼 있다. 바그너그룹이 최근 벨라루스로 근거지를 옮기자 폴란드 등 국경을 접한 다른 국가들이 수비를 강화하고 나서는 이유다.
김현아 기자 kimhah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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