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그냥 믿는 거라더니…신고가에 팔아버리는 개미들
오는 7일, 2분기 잠정실적 발표 예정
"모바일 사업 저조해 8000억 적자" vs "반도체 출하량 늘어나 흑자"
"단기 실적 관계없이 주가 우상향할 것"
개인 투자자들이 삼성전자 주식을 팔아치우고 있다. 삼성전자는 오는 7일 2분기 잠정실적 발표를 앞두고 주가가 7만원대 초반에 머무르고 있다. 실적에 대한 증권가의 전망은 엇갈리고 있지만, 주가가 우상향할 것이라는 데에는 공통적인 의견을 보이고 있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전날 장중 7만3600원까지 치솟으며 52주 신고가를 기록했다. 올해 초 5만5500원이던 주가는 7만3000원으로 31.5% 치솟았다. 올해 초부터 현재까지 종가 기준 10차례나 52주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삼성전자의 주가를 끌어올린 건 외국인 투자자다. 올 들어 외국인은 삼성전자의 주식을 12조원 넘게 순매수했다. 최근 1개월(6월 5일~7월 4일)로 좁혀보면 외인은 삼성전자를 1조5736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외국인은 지난달 22일부터 전날까지 9거래일 연속 매수 우위를 보였다.
반면 개인은 삼성전자의 주식을 내다 팔고 있다. 개인은 최근 한 달 새 삼성전자를 1조6482억원 순매도했다. 개인은 지난해 삼성전자의 주가가 하락할 때 순매수하는 흐름을 보였다. 주가가 지지부진한 상황에서는 '삼성은 믿고 사자'는 분위기가 한 몫 했다. 그런데 주가가 안정화되는 흐름을 보이자 앞다퉈 차익실현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시장 안팎에서는 오는 7일 발표될 2분기 실적이 주가의 향방을 가를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적에 대한 증권가의 전망은 엇갈리는 게 이러한 배경이다.
가장 낮은 추정치를 제시한 곳은 BNK투자증권이다. 이 증권사는 지난달 20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손실 추정치를 8200억원으로 제시했다. 모바일 부문의 실적이 악화할 것이란 전망에서다. 이민희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 D램 부문의 실적이 소폭 개선될 것"이라면서도 "모바일 수요 악화의 영향이 지속되며 시스템 반도체와 무선 부문 실적이 예상보다 더 부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부문 역시 2분기에 적자 전환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베스트투자증권도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이 시장 기대치(2818억원)를 밑돌 것으로 봤다. 남대종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부문의 적자가 4조4000억원으로 예상되고 모바일 경험(MX) 부문의 영업익은 전 분기 대비 29% 감소할 것"이라며 "D램과 낸드의 평균판매단가(ASP)가 하락해 실적이 부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대로 실적 눈높이를 높인 증권사도 있었다. 2분기 D램 출하량이 늘어 원가 구조가 개선될 것이란 분석에서다. KB증권은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익을 전 분기 대비 40.8% 늘어난 9012억원으로 추정했다. 이 증권사 김동원 연구원은 "전 분기 대비 D램 비트그로스(비트 단위로 환산한 생산량 증가율)는 20%를 기록할 것"이라며 "분기 실적은 1분기 바닥을 찍었다"고 말했다.
현대차증권도 최근 삼성전자의 이익 전망치를 기존 239억원에서 2984억원으로 높였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분기 삼성전자의 메모리 반도체 적자 폭은 의미 있게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SK증권도 시장 전망치보다 높은 5000억원을 이익 전망치로 제시했다.
실적에 대한 전망은 갈렸지만, 주가가 점차 오를 것이란 데는 이견이 없었다. 반도체 업황이 점차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이 삼성전자에 제시한 목표주가의 평균치는 8만4652원이었다. 남대종 연구원은 "SK하이닉스의 경우 목표주가와 현재 주가가 근접해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부담이 있지만, 삼성전자는 부담이 적은 편"이라고 말했다. 남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8만원으로 제시했다.
김동원 연구원은 "그간 삼성전자의 주가는 경쟁사 대비 부진했다"며 "하반기부터 고부가 메모리인 고대역폭메모리(HBM)3, 더블데이터레이트(DDR)5의 양산이 시작되며 경쟁사와의 주가 수익률 격차가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HBM3는 인공지능(AI) 서버에 탑재된다. 김 연구원은 향후 5년간 AI 서버 시장이 연평균 25% 성장할 것으로 봤다.
다만 AI에 대한 기대감은 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반도체 시장에서 AI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극히 일부라는 점에서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AI용 반도체의 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점에선 이견이 없다"면서도 "AI 반도체가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 미만"이라고 말했다. 김양팽 연구원은 하반기 국내 반도체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2.8% 감소할 것으로 봤다. PC, 스마트폰 등 전방 산업이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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