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의회, '협치' 종료…국힘, 민주 입법활동 반대 '당론' 결정

조명휘 기자 2023. 7. 5. 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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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석 민주당 의안발의 사실상 봉쇄돼…감정 골 깊어 관계회복 난망
[대전=뉴시스] 조명휘 기자 = 대전시의원들이 8일 제9대 의회 개원식이 열린 뒤 본회의장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대전시의회 제공) 2022.07.0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대전=뉴시스] 조명휘 기자 = 제9대 대전시의회의 여야 협치 기조가 끝날 조짐이다.

5일 각 정당에 따르면 다수당인 국민의힘은 지난 3일 시당에서 의원총회를 열어 앞으로 더불어민주당 시의원들의 입법활동에 일절 동참하지 않는 것을 '당론'으로 확정했다.

민주당 시의원들이 발의하는 조례안과 건의안 등에는 참여하지 않고 무조건 막겠다는 뜻이다. 통상 동료 의원들이 조례나 건의안을 발의하면 소속 정당을 떠나 품앗이로 이름을 올려주는 관행을 중단하는 것이다.

의원 개개인의 판단에 따르는 것이 아닌, 당론으로 아예 서명 불참을 결정한 것은 대전시의회 역사에서 유례를 찾기 어렵다. 의회 안팎에선 제9대의회 출범 1년만에 협치가 사실상 종료됐다는 우려 섞인 평가가 나온다.

대전시의회 여야의 갈등이 당분간 봉합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우세하다. 개인 신상 등과 관련된 감정들이 여러 건 누적돼 폭발한 양상이기 때문이다.

일단 국민의힘 정명국(동구3) 시의원이 시교육청 관련 구매현황 자료제출을 요구하는 과정서 국민권익위원회에 제소당한 사례, 같은 당 김선광(중구2) 의원이 운영하는 행사대행업체가 모교 대행업체로 선정되면서 비슷한 이해충돌 논란을 빚자 민주당이 강력한 공격을 퍼부은 것이 결정적 이유가 됐다는 관측이 있다.

당시 민주당 대전시당은 두 의원의 사례를 '이권개입'으로 규정하면서 '업자인가 시의원인가' 내용의 현수막과 SNS를 통해 맹렬히 비난한 바 있다. 두 의원은 법적·도덕적으로 잘못한 것이 없는데 비난의 대상이 됐다며 억울함을 호소중이다.

여기에 최근 시의회 휘장색을 기존 민주당의 상징색인 '청색'에서 '흰색'으로 변경하는 과정서 국힘이 여론의 상당한 비판에 직면했던 사례, 일부 시의원들의 발언과 행동을 두고 반복적으로 빚어지고 있는 반목과 갈등, 오해와 서운함 등등 감정의 골이 상당히 깊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원내대표인 김선광 시의원은 "민주당이 다선의원도 많아 존중하면서 협치를 해왔고, 의원활동을 억압하거나 횡포를 부린적도 없는데 사실 확인도 없이 국힘 의원들을 싸잡아서 공격하고 정치 논쟁화 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민주당의 잘못은 민주당이 잘 알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무슨 일 때문에 당론까지 정해졌는지는 말하기 어렵다"면서도 "민주당 시의원들이 고개숙여 사과를 하라는 것이 아니라 인정할 것은 인정해 달라는 것이다. 의견을 모아오면 다시 머리를 맞댈 수 있으니 피드백을 달라고 민주당 원내대표에게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대전시의회는 국힘 18석, 민주 4석으로 국힘소속 의원들의 협조가 없으면 의안발의 자체가 봉쇄된다.

시의회 조례에 따르면, '의안은 위원회가 제안하거나 재적의원 5분의 1 이상의 연서로 발의할 수 있다'고 규정돼있어 최소 5명의 서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5개 상임위원장도 모두 국힘 소속이어서 연서 기준을 넘긴다 하더라도 상정은 사실상 어렵다.

시의원의 기본 책무인 입법활동이 제약을 받게 될 경우 시민 피해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당장 17일부터 시작되는 제272회 임시회부터 파행이 점쳐진다.

실제 일부 민주당 의원들이 임시회에 발의할 조례안 서명을 받기 위해 국힘 의원들을 찾았으나 개인적으로는 미안하다면서도 당론을 따를 수 밖에 없다는 의사표명을 한 사례가 여러 건 관측된다.

민주당 원내대표인 이금선(유성구4) 시의원은 "여러 의원들의 감정이 얽혀있는 경우가 많고 현수막 등 시당의 대응에 대한 불만도 있는 것 같은데, 그렇다고 해서 당론까지 정해 상대당 의원의 고유 업무인 조례제정을 못하게 하는 것은 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8대의회에서 국힘소속 의원이 1명에 불과했지만 이런 일은 없었다"면서 "의원 개개인의 문제를 두고 정쟁화하면 안된다. 전국적 망신이다. 문제를 풀어가기 위해 원내대표간 대화를 하고 있는 중이니 지켜봐달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joemedia@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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