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병 대신 그물망 카메라… AI가 24시간 ‘피아 자동식별’ [디펜스 포커스]

구현모 2023. 7. 5.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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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P 경계작전의 과거·현재·미래
과거 오감 의존하던 경계서 탈바꿈
고정초소 감시병 제외 소초에서 대기
적 침투 등 유사시에 기동타격 출동
軍, 2023년 유·무인 복합경계 시범 추진
인공지능 드론·로봇 등 철책선 투입
일각 이미지데이터 활용 딥러닝 제언
전투차량·산짐승·거센 바람도 구별
경계부대 줄이고 후방 화력보강 지적

지난 5월 강원도 양구군 21사단 최전방 일반전초(GOP) 부대. 남방한계선임을 알려주는 철책선이 강원도의 험준한 산 능선을 따라 끝없이 이어져 있었다. 비무장지대(DMZ)를 내려다보니 육안으로는 식별할 수 있는 것은 북방한계선으로 추정되는 불모지와 희미하게 보이는 적의 감시초소(GP) 정도였다. 이마저도 야간에는 칠흑 같은 어둠으로 뒤덮인다.

무게 10.2kg의 방탄조끼를 입고 90도에 가까운 가파른 경사길을 따라 이어진 철책길을 걸었다. 급격한 오르막과 내리막이 유명 패스트푸드 브랜드의 M자 로고를 닮은 악명 높은 구간이다. 걷는 것조차 숨이 턱턱 막히는 이 길을 과거 경계병들은 쉬지 않고 오갔다. 2016년 과학화 경계시스템 도입 전까진 관할구역의 좌단 끝에서 우단 끝까지 전 구간이 30분 이상 경계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람의 발걸음과 시각 등으로 공백을 매웠다.
그러나 현재 GOP 부대에서는 이 같은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수십대의 근거리, 중거리 카메라가 설치돼 철책 주변과 전방의 예상 침투로를 24시간 감시한다. 철책선에는 그물망처럼 생긴 감지시스템이 설치되어 철책의 절단 및 월책을 감지, 정보를 전송한다. 이 정보를 토대로 인근 카메라가 자동으로 해당 지역을 비춘다. 이날 취재진이 견학한 소초 상황실에는 대형 모니터가 설치되어 있었고 이를 통해 철책선 부근뿐만 아니라 적의 예상 침투로 등을 주요 감시구역을 한눈에 볼 수 있었다. GOP 부대 행정보급관 정성운 상사는 “과거에는 오감에 의존한 경계였다면 현재는 카메라와 감지센서를 기반으로 한 경계”라고 설명했다.
과거처럼 장병들이 철책선을 빼곡히 채울 필요성도 사라졌다. 과거에는 3개 분대가 주간·전반야·후반야 근무에 투입되며 쉬지도 못하고 철책선에 있어야 했다. 이젠 고정초소에 투입되는 최소한의 인원을 제외하면 소초에서 대기한다. 해당 부대 소초장 김종욱 중위는 “대기 인원들은 상황이 발생 시 초동조치에 투입되거나 적 침투 흔적 등이 발견되면 기동타격을 위해 출동한다”고 말했다. 21사단에서 15년 넘게 근무했다 정상균 상사는 “예전에는 간부들도 순찰을 통해 경계 공백을 메웠는데 요즘은 상황실에서 감시를 하는 게 더 중요해졌다”며 바뀐 분위기를 설명했다.
◆올해 유·무인 경계 시범사업, 미래의 GOP는?

인구 절벽으로 인한 병력 감축이 논의되고 있는 상황에서 GOP 부대는 또 다른 변화를 맞이할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는 한반도 동서를 가로지르는 250㎞의 철책선에 10여개의 보병사단이 투입됐지만 병력이 줄어들면 지금과 같은 인원이 경계작전에 투입될 수 없다.

4일 국방부에 따르면 지난 3월 발표된 ‘국방혁신 4.0 기본계획’에 따라 최전방 철책선 경계를 유·무인 복합시스템으로 전환하기 위해 시범부대 선정을 비롯한 논의를 진행 중이다. 현재는 감지시스템과 감시 카메라에 의한 과학화 단계라면 유·무인 복합체계는 여기에 인공지능(AI) 드론·로봇 등이 철책선에 투입되는 것이다.

AI 기술이 적용되면 동물 혹은 바람 등에 의한 경보인지, 사람이라면 아군인지 적군인지 등이 자동으로 식별이 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유·무인 복합경계 단계에서는 과학화 단계에서 가장 애로사항이었던 ‘오탐률’을 줄이는 것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과학화 장비는 월북자, 귀순자의 여러 움직임을 고려해 설계되다 보니 산짐승이나 거센 바람에도 경보가 울리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인력이 투입돼서 이를 확인해야 했다.

그러나 AI가 오경보를 자동으로 걸러줄 수 있게 된다면 과학화 시스템 도입 이후에도 여전히 사람의 눈으로 판단해야 했던 부분들도 대체될 수 있다. 지난해 한국산학기술학회논문지 제23권에 실린 ‘과학화 경계시스템 고도화 연구: 이미지데이터 분석을 중심으로’에서는 이미지데이터를 활용한 딥러닝을 통해 오작동을 줄이는 방안으로 제시했다. 적군, 아군, 산짐승 등에 대한 여러 이미지데이터를 학습시키고 AI가 이를 자동으로 분류할 수 있게 만든다는 것이다. 특히 영상 분류에 널리 사용되는 모델인 VGG(Visual Geometry Group)를 적용해 전투차량, 항공기 등 국방 관련 이미지데이터를 학습시키고 분류한 결과 97.5%의 정확도로 분류가 가능해지는 것으로 연구됐다.
◆GOP 부대 줄이고 기동방어 위주로 재편돼야

과학장비들은 도입되고 있지만 경계작전에 대한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물 샐 틈 없는 철통경계’라는 구호 아래 휴전선에 한줄로 병사를 줄 세우는 선형방어(linear defense) 전략은 이미 과거의 방식이기 때문이다. 최전방 부대 경험이 있는 예비역 지휘관들은 오히려 경계부대의 수를 줄이고 대신 후방부대의 화력과 기동력을 증강해 적의 침투를 빠르게 차단하는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경계작전의 본연 목표는 귀순자·월북자 단속이 아니라 북한군 남침 조기경보 및 1차 방어, 국지도발 대응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전술을 숙달하기 위해서는 중대급, 대대급 전술훈련이 필요한데 GOP 부대들은 소대 단위로 흩어져 있어 중대급 훈련이 불가능하다. 병력이 감소하는 미래를 대비하고 전투력 손실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최전방 사단 내 1개 대대 정도만 GOP에 투입하고 나머지는 전부 페바(FEBA·휴전선에서 한발짝 떨어진 전방지역) 부대로 옮겨야 한다는 것이다.

군 관계자는 “DMZ가 형성된 지도 70년이 지났고 병력 구조나 국방기술 등의 변화로 경계작전도 과거와는 양상이 많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며 “복잡하고 다양한 상황들을 보다 유연하고 신속하게 대응하는 방향으로 GOP 시스템을 변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양구=구현모 기자 li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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