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응급환자 안 받는 종합병원[오늘을 생각한다]
응급의료법 제3조는 “모든 국민은 성별, 나이, 민족, 종교, 사회적 신분 또는 경제적 사정 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아니하고 응급의료를 받을 권리를 가진다. 국내에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도 또한 같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가 손 놓은 탓에 모든 국민은 응급의료를 거부당할 수 있으며, 외국인 또한 마찬가지다. 누구나 거부당할 수 있지만, 그 누구보다 거부당하기 더 쉬운 사람들이 있다. 바로 아동·청소년이다.
중증응급환자 위주로 응급의료를 수행하는 권역응급의료센터(복지부 지정), 광역시·도지사가 지정하는 지역응급의료센터, 시·군·구청장이 지정하는 지역응급의료기관 등 전국 413개의 응급의료기관이 있다. 적지 않은 숫잔데 왜 구급차를 타고 수백㎞를 달렸다는 뉴스가 심심치 않게 들려올까? 게다가 지난 3월 대구 청소년 사망 사건, 5월 서울 5세 아동 사망 사건은 결코 발생해서는 안 될 참사였다.
정치하는엄마들은 소아응급환자를 365일 24시간 받아주는 의료기관이 얼마나 되는지 조사하기 위해 전국 45개 상급종합병원에 일일이 전화를 걸었다. 상급종합병원이란 고도의 의료행위를 하는 기관으로, 종별가산율 30% 등 인센티브를 받기 때문에 경합이 치열하다. 상급종합병원이 되려면 소아청소년과 등 9개 필수진료과목 포함 20개 이상의 진료과목을 갖추고, 전공의 수련기관이어야 하며, 권역 또는 지역응급의료센터로 지정받아야 한다.
조사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45곳 중 단 11곳만이 소아응급환자를 항시 수용한다고 답했다. 나머지는 응급실이 열려 있어도, 소아청소년과 당직의가 없으면 소아응급환자를 거부한다고 했다. 소아응급환자를 받는 요일과 시간을 정해둔 곳도 있었지만, 대부분 소청과 당직의가 있을지 없을지는 환자가 와봐야 안다고 답했다. 와봐야 안다는즉슨, ‘뺑뺑이 돌라’는 소리 아니겠는가. 상급종합병원도 이 모양인데, 지역응급의료센터·기관의 현실은 불 보듯 뻔하다.
올해 전국 대학병원 50곳 중 38곳이 소청과 전공의를 한명도 확보하지 못했다. 개원의 평균 수입이 연간 2억5000만원인데 소청과는 1억800만원에 불과하니(2020년 기준), 소청과 수가를 인상하면 된다는 주장도 들린다. 그러나 올해 수가를 올려 내년에 전공의가 늘어난다 해도 전문의가 될 때까지 4년이 걸리는데 당장 오늘의 소아응급환자는 어떡하나? 지난 5년간 폐업한 소청과는 660여 곳, 올해 소청과 전문의 자격시험 합격자는 172명이다. 의사가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지 말고, 소아응급의료를 전공의의 값싼 노동력에 기대 해결하려 들지도 말라. 연간 수익이 수천억대에 달하는 상급종합병원에서 소청과 당직의가 없다는 소릴 언제까지 들어야 하나? 기획재정부 출신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국민이 납득하도록 한번 설명해 보라.
장하나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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