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세난에 ‘급매’로 집 판 매도자만 억울?
임차인 보호 위한 불가피한 조치
계약 종료를 눈 앞에 두고 보증금을 제대로 돌려받지 못할까 마음을 졸였던 세입자들로서는 급한 불을 끄게 됐다. 한편으로는 집을 팔아 보증금을 돌려줬거나, 갭투자를 하지 않고 자신이 감당 가능한 범위에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온전히 받아 집을 마련한 집주인들과 비교하면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반응도 나온다.
뉴시스에 따르면 정부는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을 열고 보증금 반환목적 대출에 한해 대출규제를 완화한다는 내용을 담은 '2023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했다.
정부는 이달 말부터 1년 한시적으로 보증금 차액에 대한 반환목적 대출에 대해 규제를 완화하기로 했다. 임대사업자의 경우 이자비용 대비 임대소득 비중을 의미하는 이자상환비율(RTI)을 1.25~1.5배에서 1배로 하향할 계획이다.
개인 임대인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대신 총부채상환비율(DTI) 60%를 적용할 방침이다. DTI는 주택담보대출 원리금 상환액 외 다른 대출은 이자상환액만 더해 한도를 계산하지만, DSR은 모든 대출의 원리금 상환액을 기준으로 심사한다. 이번 규제완화로 인해 집주인이 대출받을 수 있는 한도가 늘어난 것이다.
대출규제는 보증금 반환기일이 도래했는데, 신규 전세보증금이 기존 보증금보다 낮거나 후속세입자를 구하지 못한 경우에 처한 집주인을 대상으로 한다. 보증금 차액 내 지원이 원칙이지만 후속 세입자를 구하지 못했다면 특약(후속세입자 전세보증금으로 대출금 우선상환) 전제로 대출한도 내 전세보증금을 대출해 준다. 반환대출 금액은 은행이 세입자 계좌로 지급하는 등 전세금 반환목적 외에는 사용이 금지된다.
이 같은 규제 완화에 대해 부동산 전문가들은 대체로 서민 주거안정 저해를 막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로 평가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최근 전세가격 낙폭이 줄고 있지만 입주물량과 미분양 적체가 이어지고 있고, 향후 1년간 전세 재계약 보증금 규모가 2011년 임대차 실거래가 공개 이후 집계된 거래액으로는 최고치인 상황이라 임대인 역전세 대출완화는 필요한 조치였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정책 효과로 거래량 소폭 증가, 가격 하향 안정화 등 시장 연착륙이 진행 중이지만 임대차 시장 불안은 여전해 이에 대해 발 빠른 집중관리 대책이 발표됐다"며 "하반기 불안요인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선제적으로 리스크를 관리한다는 차원에서는 긍정적"이라고 진단했다.
당장의 리스크는 해소될 수 있겠지만 가계 부채 증가, 형평성 논란 등 숙제는 남아있다. 지난해 하반기에서 올 초 고점 대비 30~40%씩 급락한 가격에 계약이 체결된 매매거래 중 세입자의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할 것을 우려한 집주인들이 어쩔 수 없이 집을 처분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 임차인 보호를 위한 어쩔 수 없는 규제 완화라지만 결과적으로는 갭투자자들의 숨통을 틔웠다는 측면에서 자칫 '버티면 된다'는 잘못된 신호를 줄 위험이 있다.
김 수석전문위원은 "DSR 완화가 자칫 임대인을 위한 것으로 비춰질 수 있어 이에 대한 후속 관리강화가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함 랩장도 "보증금 반환 리스크를 간과해 무리하게 전세를 끼고 주택을 구입한 임대인을 구제함으로써 갭투기를 방조한다는 우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며 "결국 주택담보대출 총량을 더 늘려 가계부채 위험을 높였다는 경고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짚었다.
함 랩장은 무리한 갭투자를 막는 방안으로 매매가 대비 전세가율이 해당지역 또는 주택유형별 경매 낙찰가율보다 높을 경우 보증금의 일정액을 제3의 기관에 예치하게 하는 제도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질권설정을 통해 전세금의 90%씩 전세자금 대출이 가능하도록 전세대출 제도를 개선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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