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차전지 소재 투자 ‘승부수’… 롯데를 구원할까
2차전지 소재 업체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가 힘빠진 롯데 그룹의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까.
김연섭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대표는 4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2025년까지 수주잔고 20조원, 2028년까지 하이엔드 동박 시장 점유율 30% 달성이란 목표를 제시했다. 현재 이 회사의 동박 시장 점유율은 5% 수준이다. 김 대표는 “2025년 이후에는 독보적인 수익을 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 회사는 지난해 롯데케미칼이 모두 2조6천억원을 들여 일진머티리얼즈를 인수한 뒤 상호를 바꾼 곳으로, 이차전지 핵심소재인 음극재에 들어가는 동박을 만드는 업체다. 롯데그룹이 기존 양대 축인 유통 부문과 석유화학 분야가 산업 변화를 따라가지 못해 부진에 빠지자, 이를 극복하기 위해 빼 든 필승 카드가 바로 이차전지 소재 사업 진출이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를 통해 확실하게 시장에 진입한 뒤 다른 롯데 석유화학 계열사들과 차세대 배터리 소재 개발에 나서는 등 시너지 효과를 내겠다는 구상이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화학 업황이 바닥을 지났지만 반등 속도와 정상화 시점에 대해서는 아직 불확실성이 따른다”며 “인수가격 논란이 있었지만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인수는 불가피한 결정이었다”고 했다. 지난 3월 이 회사의 선장이 된 김 대표는 “즐거움은 없고 무한 경쟁 산업에 들어와 어깨가 무겁다”며 책임감을 표했다.
문제는 롯데가 동박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증설 자금 확보 여부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이날 동박 생산 규모를 연간 6만톤에서 2028년 24만톤까지 늘리겠다고 했다. 간담회에 배석한 박인구 경영기획본부장은 “동박 공장에 선제적으로 과감하게 투자할 필요가 있다”면서 “다만 1만톤 증설에 1500억∼2000억원이 든다. 수조원의 자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선 회사가 많은 이익을 거둬들이거나 다른 계열사로부터 지원 등이 필요한데 현재 상황이 녹록치 않다. 이 회사의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은 61억원이었다. 증권사들은 경쟁 격화로 인해 수익성이 더디게 개선되고 있다고 평가한다. 이를 지원할 수 있는 롯데그룹 주력 계열사들의 신용등급도 최근 하향했다. 한 예로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달 20일 롯데케미칼의 등급을 AA+에서 AA로, 롯데지주는 AA에서 AA-로 조정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롯데케미칼의 영업창출현금 규모 축소와 대규모 투자자금 소요로 인한 재무부담 증가 등을 감안해 신용등급을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롯데케미칼이 에너지머티리얼즈를 인수하느라 실탄을 소진했을 뿐만 아니라 재무부담도 커졌다는 신호다. 앞서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유동성 위기에 빠진 롯데건설에도 5천억원을 지원한 바 있다. 롯데케미칼의 총차입금(올해 3월 기준)은 8조원을 넘고, 부채비율이 60%까지 높아진 상황이다. 롯데케미칼은 석유화학업계 불황이 지속되면서 올해 1분기 영업손실 262억원을 기록하는 등 4개 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오며 빨간 불이 커졌다. 이차전지 소재 사업 다각화 등으로 신성장 동력을 찾으려 했지만 그룹 주력사마저 힘에 부치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가 시장에서 나오는 이유다.
롯데지주사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자금 여력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그는 “예전처럼 롯데케미칼이 돈을 많이 벌어들이지 못하는 시기라 (케미칼에) 연결된 회사들에 자금을 지원할 여력이 없지 않겠냐는 판단에 따라 신평사들이 이전에 올렸던 (개별사들) 등급을 다시 한 단계씩 하향 조정하는 수준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주가는 미래 계획 발표 뒤 반짝 상승했다가 떨어져 전날보다 900원(1.82%) 떨어진 4만8600원에 장을 마감했다. 롯데케미칼 주가(15만4800원)도 3600원(2.27%)이 하락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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