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戰 500일…"한반도식 정전, 현실적 대안" 美조야서 목소리 높아져②

김민수 기자 2023. 7. 5.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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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그너그룹 반란으로 우크라戰 최종 단계 진입했다는 분석 제기
'휴전 협정' vs '우크라 추가 지원'…전문가 간 의견 엇갈려
ⓒ News1 DB

(서울=뉴스1) 김민수 기자 =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이 오는 9일(현지시간) 어느덧 500일을 맞이한다.

우크라이나가 최근 서방의 지원에 힘입어 대반격을 개시한 가운데,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이끄는 러시아 용병조직 '바그너 그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정권을 겨냥한 쿠데타를 일으켜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반란은 48시간 만에 끝났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전쟁이 최종 국면에 접어들었다며, 이제는 전쟁을 어떻게 끝낼 것인지를 계획할 때라고 지적한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의 전 편집자인 알랭 카체플리스는 최근 디 아티클에 기고한 칼럼에서 바그너 그룹의 반란에 대해 "23년 동안 집권한 푸틴의 권위가 심하게 흔들렸다"점이 분명하다며 "러시아를 하나로 묶는 데 '차르' 푸틴 대통령 외에 대안이 없다는 내러티브가 산산조각 났다"고 평가했다. .

미국의 싱크탱크 스팀슨 센터 소속 연구원 로버트 A.매닝도 최근 더힐에 기고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최종 국면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제목의 칼럼에서 비슷하게 지적했다. 그는 이번 반란으로 푸틴 정권과 러시아 군대의 약점이 드러났으며, 우크라이나 전쟁이 최종 국면(End game)에 가까워진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전쟁을 어떻게 끝낼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여러 분석이 존재하지만, 현재 주목받고 있는 견해는 '휴전 협정을 통한 해결'과 '우크라이나에 대한 추가 지원'을 꼽을 수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오른쪽) 우크라이나 대통령 ⓒ AFP=뉴스1 ⓒ News1 정윤미 기자

◇우크라戰도 한국전쟁처럼?…휴전 협정 맺어야

미국 랜드 코퍼레이션의 정치학자 사무엘 차랩은 현재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모두 결정적인 승리를 달성할 능력이 없다는 점이 분명하다며 결국에는 한국전쟁의 결말처럼 영구적인 휴전 협정이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반격에서 성과를 거두더라도 결정적인 결과를 낳지는 못할 것이며, 영토 점령 그 자체가 곧 종전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고 분석했다. 러시아군을 우크라이나에서 몰아내더라도, 러시아가 전쟁을 쉽게 그만두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1953년 한국전쟁이 참고 사례가 될 수 있다. 비록 남한과 북한은 여전히 전쟁 중이며, 한반도 전체가 자신들의 주권 영토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휴전 협정을 대체로 유지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또한 이와 유사하게 끝나는 것이 이상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휴전 협정에는 다소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실제로 한국전쟁의 경우 협정문을 확정하기까지 2년 동안 수많은 회의를 거쳐야 했다.

휴전 협정 내용에 대해서도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례로 그는 우크라이나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가입하는 것은 푸틴 정권을 분명 자극할 수 있기 때문에 협정 조건에 포함하기는 어렵다.

과거 역사적 사례를 보더라도 한 측에 지나치게 불리하게 정전 협정이 맺어질 경우 또 다른 갈등이 발생했다. 예를 들어 1차세계대전 후 베르사유평화조약에 따라 독일제국은 200억마르크의 배상금을 지불해야 했다. 그러나 이는 오히려 독일인들의 분노를 일으켰고, 이후 결과적으로 제2차 세계대전으로 이어지는 계기가 됐다.

휴전 협정에서 우크라이나는 자국 영토 일부를 포기해야만 할 수도 있다. 그러나 협정이 성사된다면 우크라이나는 최소한 경제적으로 회복할 기회를 얻게 된다. 즉, 러시아가 점령한 지역을 두고 휴전 후에도 긴장을 유지하겠지만 남한이 전후 폐허를 딛고 일어선 것과 같이 우크라이나 또한 경제 강국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것이다.

휴전으로 향하는 최종 국면에 있어서 여러 국가와 소통 채널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비롯해 주요 7개국(G7), 나토는 물론 러시아와 끊임없이 소통하면서 휴전 협정을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난 1월25일(현지시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노스찰스턴 수송장에서 우크라이나 군 지원용 브래들리 전차가 수송선에 선적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외교적 해결에는 한계 있어…우크라 승리할 때까지 지원해야

그러나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전쟁을 끝내는 방법'이라는 보고서에서 휴전으로 전쟁을 끝내는 것은 결국 러시아에 이익이 될 뿐이며 오히려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무기 공급을 늘리는 것은 러시아군에 대한 지속적인 군사 행동을 돕는 것 외에도 미래에 미국의 연대가 약화하는 것을 방지하는 조치를 제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채텀하우스는 외교적 해결을 제기하는 측의 주장에는 크게 △평화 협정을 가속하기 위해 러시아의 이해관계를 수용해야 한다는 생각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반대라는 전제가 깔려 있으며, 이는 위험한 논리라고 지적한다.

외교를 통해 전쟁을 끝내는 것은 매우 매력적인 선택지로 보이지만 위험한 함정이 숨어 있다. 이는 일정 기간 적대 행위와 분쟁을 멈출 순 있겠지만, 이는 결국 러시아에 대한 본질적인 심판을 뒤로 미루는 것일 뿐이다. 무엇보다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장기적인 안보 보장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외교적인 해결이 무용지물일 수 있다.

또한 휴전이 성사된다면 결과적으로 러시아의 영토적 이득을 인정하는 것이고, 나아가 추가 침략 행위를 조장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즉, 애초에 크림반도를 포함한 우크라이나의 영토 일부를 협정을 통해 양보하는 것 자체가 생각해선 안 될 선택지라는 것이다.

게다가 서방이 러시아와의 평화를 위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중단한다면 전장의 교착상태가 심화하고, 우크라이나의 군사적 실패로 이어진다. 이는 곧 잠재적으로 서방 국가들에 러시아와의 타협을 압박하는 길로 연결된다. 채텀하우스는 협상 테이블에 푸틴 대통령이 선의를 가지고 임하길 바라는 것은 매우 현실성이 떨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이유로 우크라이나의 완벽하고 명백한 승리를 지지하는 것이 명분적으로도 그렇고, 실용적인 측면에서도 매우 필수적이다.

채텀하우스는 "근본적 해결책은 여전히 우크라이나에 대규모 무기 유입이 필요하다는 점"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우크라이나는 주권 국가로서 존재하지 않게 될 것이며, 대담해진 러시아는 이웃 국가에 대한 제국주의적 팽창주의와 민주주의 국가를 비롯한 전 세계의 적대국에 대한 침략을 계속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장기적으로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것은 또 다른 침략 행위를 사전에 억제하는 것은 물론 러시아에 긍정적인 정치적 변화를 이끌 가능성도 있다.

결과적으로 채텀하우스는 나토 등 동맹국들이 장기간 군사적 긴장에 대비해 무기 비축량을 늘려야 하며, 러시아의 전쟁범죄를 간과해선 안 된다고 지적한다. 만약 러시아의 책임에 침묵한다면 이는 우크라이나뿐만 아니라 국제 질서에 대한 불신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지금은 협정이 아닌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 할 시점일 수 있다는 것이다.

3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가 최근 탈환한 자포리자의 노보다리우카에서 파괴된 러시아 군의 탱크가 보인다. 2023.7.4 ⓒ 로이터=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kxmxs410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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