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폐기물 불법매립 의혹 있지만…CCTV 영상 확인 못하는 현실

한 산업단지 내 대기업 계열사 관련 주민들 의혹 제기
감독기관, 용도 외 열람 못해 내년 10월 돼야 확인 가능

불법 매립 의혹이 제기된 청주의 한 폐기물매립장. / 뉴스1

(청주=뉴스1) 박재원 기자 = 폐기물처리업체의 불법 의혹에도 감독기관은 개정된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이 시행되는 내년 10월 전까지는 진위 파악을 업체의 해명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처리현장을 기록하는 폐쇄회로(CC)TV 영상이 있어도 법 시행 전에는 이를 직권으로 확인할 길이 없어서다.

국내 대기업 계열사인 A업체는 청주의 한 산업단지에서 2017년부터 총 155만여㎥ 용량으로 사업장폐기물을 매립하고 있다.

최근 매립장 인근 주민 등은 A업체가 폐기물 매립 후 복토작업을 하지 않는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폐기물 처분시설 또는 재활용시설의 관리기준'을 보면 매립시설은 매립작업 후 토사 등을 사용해 15㎝ 이상 두께로 다져 '일일복토' 해야 한다. A업체는 매립과정에서 복토의무를 건너뛴다는 것이다.

불법 여부를 파악하는 가장 쉽고 빠른 방법은 매립현장에 설치된 CCTV 영상 확인이다.

'폐기물처리업자 등에 대한 영상정보처리기기의 설치·운영 등에 관한 고시'로 출입·검사하는 공무원은 영상 정보를 열람할 수 있다.

하지만 열람 권한이 안전사고 예방 또는 원인규명, 인계·인수 과정, 화재예방에 국한돼 폐기물 처리과정에서의 불법 여부는 확인하지 못한다.

시청 감독부서가 지난달 말 해당 업체를 현장 점검했으나 CCTV 영상을 확보하지 못한 이유다.

시는 이후 불법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A업체에 매립을 적법하게 했는지를 입증하는 영상정보 등을 포함한 자료 제출을 공문으로 요구했다.

그러나 A업체는 매립과정 영상정보를 시에 제출하지 않아도 그만이다. CCTV는 화재예방, 안전사고 용도이지 처리과정의 적정성을 파악하기 위한 목적은 아니기 때문이다.

A업체 관계자는 "영상정보는 화재예방 등의 용도로 처리과정을 위한 목적이 아니어서 시의 제출 요구를 검토하겠다"며 "민원에 대비해 평소보다 복토작업을 더 많이 하고 있어 처리과정에는 문제가 없다"고 했다.

A업체가 영상정보를 시에 넘겨주지 않을 때는 정황상 불법 행위가 있었을 가능성이 있지만, 이를 확인할 권한은 없는 것이다.

확실한 영상 대신 복토재 사용량과 관련 장비 운행 등의 업체 입맛에 맞게 만든 문서 자료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 같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사업장폐기물을 처분하는 업체는 폐기물처리현장정보를 기록하는 CCTV 등의 장치를 설치·운영하도록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이 개정됐다.

하지만 적용 시점이 2024년 10월1일부터로 이때까지는 감독기관이 폐기물 처리 영상을 확인할 수 없고, 처리업체는 이를 악용해 불법 행위를 자행할 우려도 있다.

시 관계자는 "매일 처리과정을 확인할 수도 없고 사실상 감독에 어려움이 있다"며 "영상정보 역시 용도 외에 열람할 수 없어 개정법 시행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ppjjww12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