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톡톡] 라면·과자·빵값 인하...유업계 ‘강 건너 불구경’ 까닭은

연지연 기자 2023. 7. 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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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농업계가 요구한 상승률 예년보다 높고
“정부, 낙농업계 압박 못할 것이란 전망 대세”
우윳값 오르면 겨우 내린 빵·과자값 다시 오를 수도
유업계는 뒷짐 지고 상황 관망 중
눈치빠른 과자·제빵업체는 버티기 돌입

밀에 이어 과자·빵 가격이 연이어 내렸지만 우유와 치즈 등을 판매하는 유가공업체들은 상대적으로 느긋한 모습입니다.

낙농업계와 원유가격을 얼마나 올릴 지를 놓고 협상하고 있지만 원윳값이 예년보다 오를 것이 뻔하고 정부가 제분업계처럼 낙농업계를 압박하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 때문입니다.

매일유업이나 남양유업 등 유가공업체는 최근 연이어 벌어지고 있는 가격 인하 경쟁을 ‘강 건너 불구경’ 하는 심정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우윳값을 낮추라는 압박이 들어오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계산 때문입니다.

서울 서초구 양재동 하나로마트를 찾은 시민이 우유를 고르는 모습./뉴스1

유가공업체가 상황을 이렇게 판단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일단 낙농업계와 유가공업체의 원유가격 협상 기한은 원래 8월 1일까지였는데 그 기간이 또 연장됐고 예년보다 더 오를 가능성이 높습니다.

협상에 따르면 낙농업계는 흰 우유 가격을 1ℓ당 69~104원, 가공유는 87~130원 사이에서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인상분(1ℓ당 49원)과 비교하면 아무리 협상이 잘된다고 하더라도 작년보다 값이 더 오를 가능성이 높습니다.

유업계 관계자는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어 8월 1일부로 가격을 올릴 수 있을 지 확신할 수 없지만 작년보다 인상폭이 더 올라갔다”면서 “이 상황에서 유제품 가격을 내릴 순 없다”고 했습니다.

두 번째는 제분업계와 낙농업계가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제분업계는 CJ제일제당이나 대한제분과 같은 대기업으로 이뤄져있지만 낙농업계는 그 구성이 다르다는 뜻입니다.

업계는 정부가 축산농가로 이뤄진 낙농업계에게 희생을 강요하긴 어렵다고 보고 있습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당장 내년이 총선인데 축산농가로 이뤄진 표심을 감안하면 기업은 옥죌 수 있어도 낙농업계에는 같은 입장을 보이기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했습니다.

여기에 최근 사회문제로 대두된 저출산 현상에 따라 우유 소비량이 급감하고 유가공업체의 영업이익률이 하락세를 보이는 것도 이유입니다.

그래픽=정서희

그러나 소비자들 생각은 다릅니다. 지난달 30일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유가공업체가 그간 과도하게 제품 가격을 올려 소비자 부담을 키웠다고 밝혔습니다. 원유 가격이 오른것보다 더 많이 가격을 올렸다는 거죠.

이에 따르면 원유가격 상승률이 2.5%였던 지난해 서울우유는 흰 우유 소비자가격을 4.7% 올렸고 남양유업은 흰 우유 출고가를 4.8% 인상했습니다. 같은 기간 매일유업은 흰 우유 출고가를 8.6% 올렸습니다. 원유가격 상승률 대비 3배를 넘는 수준입니다.

지난 1분기에도 이런 현상은 반복됐습니다. 올 1분기 원유가격이 작년보다 평균 4.1% 가량 오른 반면 서울우유는 흰 우유 소비자가격을 5.5%, 매일유업은 7.7%, 남양유업은 9.9%를 인상했습니다.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이대로라면 가까스로 내린 빵값도 우윳값 인상을 핑계로 제자리를 찾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입니다.

SPC는 지난 28일 고심 끝에 물가 안정에 동참하기 위해 파리바게뜨의 식빵류와 바게트 등 30개 품목을 평균 5% 내리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파리바게뜨와 양대산맥을 이루는 CJ푸드빌의 뚜레주르는 아직 감감 무소식입니다. 조만간 가격 인하 소식을 전하겠다고만 밝힌 채 차일피일 가격 인하를 미루고 있습니다.

제과업계도 다를 것이 없습니다. 농심은 새우깡을, 해태제과는 아이비를 낮추겠다고 밝혔지만 업계 1위인 오리온은 이마저도 안하고 시기가 지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제과업계 관계자는 “밀 가격이 낮아지니 어쩔 수 없이 가격 인하에 동참했지만 우윳값이 오른다고 하면 또 계산이 달라진다”면서 “8월부터 우윳값이 오른다고 하면 7월 한달간 가격 인하 버티기에 나서는 편이 기업 이익상 좋다는 판단도 있다”고 말합니다.

이는 곧 소비자 물가를 잡기 위한 정부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는 뜻입니다. 2010년부터 2011년까지 있었던 이명박 정부의 물가 상승 억제 정책은 사실 실패했다는 평가가 대부분입니다. 이번에도 그 때 그 모습을 반복할 것인지, 우윳값 인상이 방아쇠를 당길 지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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