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 View]특례보금자리론 구조 재설계할 때
[김선욱 IBA홀딩스 대표·미국 공인회계사] 영국 중앙은행은 지난 22일 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연 5.0%로 0.5%포인트 올리면서 시장을 놀라게 했다. 스위스와 노르웨이 중앙은행도 이날 기준금리를 각각 0.25%포인트, 0.5%포인트 인상했다. 이달 미국의 기준금리 동결로 글로벌 금리 인상이 한풀 꺾이는가 했지만 물가 상승세가 쉽사리 잡히지 않자 각국이 다시 긴축으로 돌아서는 모습이다. 글로벌 통화 긴축이 여전히 진행 중인 상황에서 국내 금융시장은 대출 연체율이 치솟고 은행의 가계대출이 다시 불어나고 있다.
문제는 특례론의 공급 구조상 다음 프로세스에 있다. 소비자 입장에선 대출거래가 끝났지만 은행과 주금공 입장에선 거래가 끝난 게 아니다. 특례론은 일반 은행 대출과 달리, 이미 실행된 대출을 은행이 주금공에게 파는 절차가 추가적으로 있다. 은행은 특례론과 같은 주금공 상품에 대해선 대출 양수도 계약을 별도로 체결하는데 계약대로 특례론을 3~4개월 내 무조건 주금공 앞으로 매각한다는 내용이다. 주금공은 이 대출을 사오느라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 이 과정서 채권시장에 과부하가 걸린다. 주금공은 채권시장서 MBS를 발행해 자금조달을 하는데 국내 채권시장은 작년 10월 레고랜드 사태 이후 아직까지 소화력을 온전히 회복하지 못했다. 본격적인 긴축 환경 전 주금공 MBS는 국고채 대비 보통 30~40bp의 신용스프레드면 충분히 시장에서 소화가 가능 했는데 최근 그 수준이 100bp 정도로 올라와 있다. 통화긴축이 절정이었던 작년 가을만큼은 아니지만 현재도 주금공은 높은 금리에 MBS를 발행하면서 역마진을 감내하고 있다.
국내 채권시장에 부담을 덜고 역마진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 주금공은 해외 채권시장을 찾아가지만, 이것도 만만치 않다. 환헤지를 위해 해외에서 조달한 외화자금을 국내 통화스왑(CRS) 시장서 원화자금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채권시장 구축효과를 내게 되고, 유동성이 크지 않은 CRS시장에 대규모 외화를 일시에 공급하면서 CRS금리를 끌어 올리게 된다.
은행 입장에서 보자. 특례론은 장기고정금리라 금리리스크 노출로 인해 은행이 별도로 듀레이션 매칭하는 장기채를 발행하지 않는다면 대출을 외부 매각해야 한다. 하지만, 연초까지 계속해서 감소하던 가계대출 자산이 특례보금자리 덕분에 감소를 멈추고 오히려 반등한 상태인데, 이 자산을 매각하면 당장 상당한 잉여자금이 생기고 이를 방치할 수 없으므로 신규 가계대출을 늘려 자금을 운용해야만 한다. 특례론의 주금공 인수는 불가피하게 국내 채권시장 불안정과 가계부채를 늘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주금공과 은행은 쌍방 합의 하에 대출양수도 계약 조정이 가능하다. 글로벌 긴축 정점으로 치닫고 있는 현시점에서 굳이 실행완료된 대규모의 특례보금자리론을 주금공이 무리하게 재조달해 강제 인수(매입)할 필요는 없다. 은행이 조금 더 보유하고 있어도 된다. 은행은 자체 저원가성 자금이 있어 일정기간 보유해도 역마진이 나는 상황은 아니다. 연말이나 내년 상반기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잡히고 채권금리가 하향 안정화되면 그때 가서 은행의 특례보금자리론 매각 또는 보유 여부를 결정해도 늦지 않다.
이번 기회에 주금공은 은행으로부터 보금자리론을 매입해 직접 유동화(MBS발행)하는 방식을 재검토해야 한다. 또 은행이 자체 유동화를 위해 발행할 민간 MBS, 커버드본드 등에 신용보강만 지원하는 새로운 방안을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 있다.
권소현 (juddi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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