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첨단기술 막자 中 원료 수출 통제… 방중 옐런 돌파구 열까 [뉴스분석]

박영준 2023. 7. 5.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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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반도체 갈등 ‘치킨게임’ 양상
美 AI 반도체 中 수출통제 검토하자
中 반도체 핵심 원료 갈륨 통제 조치
세계 생산량 94%… 서방 타격 불가피
상호의존적 美·中 극단 경쟁 치닫자
옐런 美 재무 6일부터 나흘간 방중
양국 협업 등 소통 가능성 관심 쏠려

미국과 중국의 수출 통제 조치가 본격적인 맞불 양상을 띠고 있다. 미국은 최첨단 반도체와 장비 위주, 중국은 반도체 핵심 원료에 대한 수출 통제를 예고하면서 보복성 ‘치킨 게임’ 양상도 띤다. 반도체 분야의 공급망 자립이 세계 어느 한 나라 차원에선 불가능하다는 평가가 이어지는 가운데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 방중 등을 계기로 미·중 간 반도체 및 첨단기술을 둘러싼 갈등의 돌파구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일(현지시간) 중국 상무부가 반도체 제조에 필수 원자재인 갈륨, 게르마늄에 대한 수출 통제 조치를 예고한 것을 두고 중국과 미국이 상대국의 첨단기술 산업을 둔화시키기 위한 맞춤형 수출 통제 조치를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중이 모두 국가 안보를 앞세워 수출 통제 조치를 발표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상대국의 첨단기술 개발을 차단하기 위한 목적이 깔렸다는 것이다.
앞에선 웃지만… 美·中 수출통제 맞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지난해 11월14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취임 후 첫 대면 정상회담을 갖기에 앞서 악수하러 다가가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미국은 지난해 10월 국가 안보를 이유로 미국산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를 발표하며 반도체 생산 분야에서 중국의 추격을 아예 차단하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했다. 세계 1위 반도체 노광장비 생산업체인 네덜란드 ASML 등에 수출 통제 동참을 꾸준히 압박하고, ASML이 반도체 기술 수출 통제 규정을 더 강화하며 중국을 옥죄고 있기도 하다. 노광장비는 극자외선 등을 이용해 반도체를 생산하는 장비다. 노광은 빛으로 반도체 틀이 되는 웨이퍼에 회로를 새기는 공정이다.

중국은 지난 5월 심각한 안보 위협을 들어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 제품에 대한 구매금지를 결정하며 미국에 보복했다. 위기감을 느낀 미 의회는 중국에서 마이크론 제품 구매금지 조치로 반도체가 부족해질 경우 한국의 반도체 기업이 그 부족분을 채워서는 안 된다는 노골적인 요구를 하기도 했다.

지난달 29일 미국이 인공지능(AI) 반도체에 대한 대중국 수출 통제를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자 중국이 갈륨, 게르마늄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 들었다. 갈륨과 게르마늄은 태양광 패널, 레이저, 야간 고글, 컴퓨터 칩 등 다양한 제품에 널리 사용된다. 중국은 2010년 일본과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열도 등을 놓고 갈등이 빚어지자 희토류 수출 중단으로 보복한 바 있다.

중국의 갈륨·게르마늄 수출 통제가 본격화하면 하드웨어 제조 비용이 상승하고 첨단 컴퓨팅 기술 개발 경쟁 관련 분야 산업에 큰 차질이 빚어질 것이 분명하다. 블룸버그통신은 유럽연합(EU)의 연구를 인용해 중국이 갈륨과 게르마늄 세계 공급량의 각각 94%, 83%를 차지한다고 전했다.

미국 에너지부가 지원하는 중요재료연구소(CMI)의 중국 금속 산업 전문가인 알라스테어 닐은 WSJ에 “중국에 최첨단 반도체를 보내지 않으면 중국도 해당 반도체에 필요한 고성능 원자재를 보내지 않는 방식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WSJ는 다만 미국과 동맹국들이 중요한 광물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고, 중국은 고성능 반도체를 생산하기 위해 (반도체 제조공정인) 리소그래피 장비와 같은 서구의 기술이 필요하다고도 설명했다.

중국 역시 무조건 수출 통제에 나서기엔 전 세계에 ‘경제적 강압’ 국가로 부각될 수 있어 수위 조절을 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겨냥한 미국 외에 유럽연합(EU) 등에도 피해가 커질 경우 국제사회에서 중국에 대한 여론이 악화할 가능성도 크다. 중국이 수출 허가제를 채택한 만큼 갈륨 등에 대한 전면적 수출 통제보단 우호국에는 기존대로 수출을 하고, 갈등 관계인 국가에는 수출을 제한하는 방식을 활용할 것으로 점쳐진다.

중국은 특정 국가를 겨냥한 조치가 아니기에 합리적인 통제라는 입장이다. 외교부 마오닝(毛寧)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중국은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비차별적인 수출 통제 조치를 집행하고 있다”며 “중국 정부는 법률에 따라 관련 물품에 대한 수출 통제를 실시한 것으로,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방법으로 특정 국가를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6일부터 9일까지 중국을 방문하는 옐런 장관 방중을 두고 협력과 경쟁 사이에 미묘한 줄타기 분위기가 흐르는 것도 같은 이유다. 미 재무부는 전날 옐런 장관의 중국 방문 사실을 전하고 “양국 관계의 책임감 있는 관리, 관심 사안에 대한 직접적인 소통, 세계적인 도전에 대응하기 위한 협업의 중요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워싱턴·베이징=박영준·이귀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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