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방류 버튼’ 언제 누를까… 日에 ‘과학적 근거’ 제공한 IAEA

강구열 2023. 7. 5.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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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 내용·의미
IAEA 직원 후쿠시마 현장 상주
방류 상황 웹사이트 통해 전파
향후 안전성 검토 지속할 예정
그로시 “방류 방침 승인은 아냐”
日 ‘여름쯤 방류’ 기존입장 고수
여론 살피며 방류 시기 저울질
전문가, 보고서 내용 ‘갑론을박’
‘안전성 인정’ 계기 목소리 높여
주요국, 일본産 규제 완화 추세
EU도 철폐 착수… 韓 ‘다음 타깃’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 해양방류 계획을 점검한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4일 공개한 최종보고서는 일본 정부에게는 일종의 ‘보증서’다. 오염수 방류를 위한 일본의 계획이 국제기준에 부합한다고 못 박았고, 방류를 반대하는 측과 첨예하게 맞섰던 건강, 환경에 대한 영향은 “무시할 수 있는 정도”라며 일본의 손을 확실하게 들어줬기 때문이다.

오염수 방류 안전성의 ‘과학적 근거’를 확보한 일본 정부는 구체적인 방류시점을 저울질 중이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의 결정에 따라 언제든 방류가 가능한 상황에서 변수는 국내외 여론이다. “정중히 설명하겠다”는 방침을 강조하며 자국 및 국제여론을 살핀 뒤 방류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4일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일본 도쿄의 총리 관저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에게 IAEA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종합보고서를 전달하고 있다. AP뉴시스
◆IAEA, “오염수 방류 건강, 환경에 영향 미미”

IAEA는 보고서에서 오염수 해양방류가 안전하다고 못박았다. 안전성과 관련된 주요 요소인 △안전평가 △규제 활동 및 프로세스 △독립적인 샘플링, 데이터 확인 및 분석에서 “IAEA 안전기준에 부합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어 후쿠시마 원전 운영사 도쿄전력이 계획한 대로 “처리수(오염수)를 통제하고 점진적으로 바다에 방류하면 사람과 환경에 미치는 방사능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이는 일본 정부가 오염수의 해양방류를 결정한 이후 찬반 양쪽이 가장 첨예하게 맞서왔던 지점이다.

오염수의 방사성물질을 다핵종제거설비(ALPS)를 통해 처리해도 삼중수소가 남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일본의 계획대로 바닷물에 희석할 경우 문제가 없다고 봤다. 일본 정부, 도쿄전력은 삼중수소 처리에 대해 오염수의 100배 이상 바닷물로 희석해 법률 기준의 40분의 1인 1ℓ당 1500㏃(베크렐·방사능 측정단위)로 낮추어 방류한다는 계획이다.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이날 도쿄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방사성 물질을 제거하고 물을 희석하는 공정은 새로운 게 아니다”라며 “일정 양의 방사성 물질을 포함한 물을 방류하는 것은 중국, 한국, 미국, 프랑스 등 많은 나라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IAEA는 이날 보고서를 공개하며 검사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선을 의식한 듯 과학성, 객관성을 강조했다. IAEA는 보도자료에서 “보고서는 11개국의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원자력 안전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아 IAEA 내 최고 전문가들로 구성된 태스크포스가 약 2년에 걸쳐 작업한 결과물”이라고 밝혔다. 그로시 총장은 “모든 사람의 목소리를 진지하게 받아들여 객관적인 답을 제공했다”며 “처리수(오염수) 방류는 일본 정부가 결정하는 것이고, 이 보고서가 그런 방침을 권장하거나 승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염수 방류의 안전설을 확인하기 위한 IAEA의 검토가 앞으로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IAEA 직원을 후쿠시마 원전 현장에 상주시켜 방류 상황을 웹사이트를 통해 알려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이번 보고서가) 중요한 이정표이지만 우리의 임무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며 “IAEA는 이후에도 수십 년 간에 걸쳐 모니터링과 평가를 계속해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이 마련한 국제안전표준이 계속 적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여론 주시하며 방류시점 결정할 듯

일본 정부는 △방류설비 완성 △IAEA의 최종보고서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NRA)의 사용 전 검사를 오염수 방류를 위한 3가지 전제로 삼아왔다. 이런 조건을 충족한 상태에서 이제 관심은 언제 방류를 시작할 것인가로 쏠린다. 일본 정부가 방류 시점을 결정하는 데 변수가 방류에 대해 여전히 부정적인 일본 국내 및 국제사회 여론이다. 일본 정부는 IAEA 보고서가 “처리수(오염수)의 안전성에 대한 이해를 얻는 데 매우 중요하다”며 반대측을 설득하는 데 보고서를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했다.

일본 국내에서는 후쿠시마현 및 인근 지역의 어민, 관광업계 종사자들의 불안이 강하다. 후쿠시마현 어업협동조합연합회는 지난달 30일 총회를 열어 “오염수 해양방류에 반대하는 것은 조금도 변하지 않는다”는 네 번째 특별결의를 만장일치로 결의했다. 전국 여론조사(민영 뉴스네트워크 JNN의 지난 1∼2일 조사)에서 반대 의견이 40%로 찬성 의견(45%)보다 낮기는 했지만 만만찮은 비율을 보였다.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4일 일본 도쿄 일본기자클럽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기시다 후미오 총리에게 전달한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 관련 최종보고서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일본 정부는 주변국 여론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일본 언론이 최근 방류에 대한 한국 야당의 반대와 한국민의 거부감 등을 비교적 자세히 소개하고 있는 것은 이런 분위기를 보여준다. 강경일변도인 중국 정부의 대응에는 불만이 역력하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 3일 “일본 외무성은 중국에 데이터를 준비한 설명을 하겠다고 몇 번이나 제안했지만 거부당했다”고 보도했다. 태평양도서국에 대해서는 정상회담, 특사파견 등으로 공을 들여왔다.
방류시점에 대해 일본 정부는 이날도 ‘올해 여름쯤’이라는 기존 방침을 반복하며 “변경은 없다”고 강조했다. 한 외교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7월 말, 8월 초에 방류를 시작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며 “국내외 여론을 살피겠지만 큰 변화가 없더라도 여름을 넘기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후쿠시마 제1원전의 오염수 탱크. 연합뉴스
◆“막연한 공포 바로잡는 계기 되길” “깨끗한 물 갖고 깨끗하다고 판단”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제1원전의 오염수 해양방류 계획에 대해 국제기준에 부합한다고 결론냈지만, 과학자들 사이에선 오염수 방류의 안전성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방사능=공포’라는 공식이 깨지길 바라는 쪽이 있는 반면, IAEA 최종보고서의 신뢰도에 문제를 제기하며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과의 공개토론을 제안하는 전문가도 있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4일 통화에서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났을 때 방류했던 양은 지금의 1000배가 넘었지만 우리나라에 아무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며 “앞으로 방류가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그 말에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만성 KAIST 원자력및양자공학과 교수도 “과학적으로 (방류는) 문제가 없다”고 했다. 임 교수는 “중요한 것은 앞으로 오염수 방출 과정에서 우리나라 등 주변국이 참여해 함께 모니터링할 수 있도록 협력하는 것”이라며 “이번 오염수 방류 논란이 방사능을 향한 대중의 막연한 공포를 바로잡는 계기로 거듭나야 한다”고 밝혔다.
임만성 KAIST 원자력및양자공학과 교수(왼쪽),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명예교수.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명예교수, 이준택 건국대 핵물리학과 명예교수 등은 이날 서울 광화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7일 방한하는 그로시 IAEA 사무총장과의 공개토론을 제안했다.

서 명예교수는 “IAEA는 일본 도쿄전력이 떠다 준 깨끗한 물을 가지고 깨끗하다는 보고서를 냈을 뿐”이라며 “IAEA 보고서는 지록위마(指鹿爲馬·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한다)”라고 말했다. 또 “오염수의 해양방류 외에도 방법이 있는데 IAEA는 단 한 번도 심도 깊게 따져보지 않았다”며 “그로시 사무총장이 방한하면 전문가 대 전문가로서 이런 문제를 짚고 넘어갔으면 한다”고 했다.

이 명예교수도 IAEA 보고서의 신뢰성을 지적했다. 그는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쳐 보면 일부는 미리 실험 방향을 잡아놓고 목표대로 수치를 조작하는 걸 볼 수 있다. IAEA 보고서가 그렇다”며 “세상엔 2000종 이상의 핵종이 있는데 IAEA는 입맛대로 64종으로 제한했다. 그러면서 바닷물에 희석하면 안전하다고 말하는 건 창피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4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상인들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후쿠시마 수산물 어쩌나… 日 “수입규제 철폐 중요 과제”

4일 발표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최종보고서를 통해 오염수 방류의 안전성을 인정받은 일본이 ‘중요 과제’라고 언급하며 한국에 대해 관련 식품 수입 규제 철폐 요구 목소리를 높였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마쓰노 히로카즈(松野博一) 관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국 정부의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규제 방침과 관련한 질문을 받고 “처리수(오염수)의 해양 방출 안전성에 대해 높은 투명성을 갖고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국제사회의 이해가 심화하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마쓰노 장관은 “동일본대지진 뒤 일본산 식품 수입 규제의 철폐가 계속 정부의 중요 과제이며, 부처 간에 협력하면서 적절한 형태로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유럽연합(EU)은 2011년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폭발사고 이후 시행한 일본산 식품의 수입 규제를 완전히 철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교도통신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등 일본 언론들이 지난달 30일 보도한 바 있다. 마이니치신문은 노무라 데쓰로 일본 농림수산상이 3일 방일한 EU 집행위원회 야누시 보이치에호프스키 농업담당 집행위원과 회담에서 후쿠시마산 식품 등에 대한 수입 규제를 철폐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4일 서울의 한 참치전문점 앞에 일본 참치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리는 입간판이 걸려 있다. 뉴스1
앞서 지난 2월 대만 후쿠시마를 포함한 일본 5개 현에서 생산된 식품의 수입을 허용한다고 발표했고, 영국이 지난달 29일 후쿠시마산 식품 수입 규제를 풀었다. 이로써 주요국 가운데 현재까지 일본 수산물 수입을 규제하는 나라는 한국과 중국, EU만 남은 상태다.

IAEA 보고서 공개 뒤에도 오염수 반대에 극구 반대 중인 중국이 수입 규제를 풀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그래서 일본이 최근 부쩍 관계가 가까워진 한국을 EU 다음 규제 해제 대상으로 삼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다만 한국 정부와 여당인 국민의힘은 IAEA 보고서 공개 이후에도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를 지속하겠다는 입장이다. 당정은 IAEA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를 기간 제한 없이, 국민이 안심할 때까지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도쿄=강구열 특파원, 이동수·조희연·서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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