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생일날, 대륙이 들썩였다… 중국인 마음 단단히 홀린 ‘이것’

베이징=이윤정 특파원 2023. 7. 5.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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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자이언트 판다 ‘멍란’, 8번째 생일 맞아
쾌활한 성격·잦은 말썽에 中 사랑 독차지
韓 푸바오도 인기… “가장 귀여운 외교관”

“회사에 휴가까지 내고 왔는데 결국 ‘멍란’을 못 봐서 너무 아쉬워요. 그렇지만 멍란이 나오기 싫다는데 어쩌겠어요. 이렇게 덥다고 바깥으로 안 나오려는 것도 너무 귀엽지 않나요?”

지난 4일 오후 5시 40분, 중국 베이징 동물원 내 자이언트 판다관. 문을 닫기까지 20분밖에 남지 않은 시각이었지만, 이곳에서 사는 자이언트 판다 멍란(수컷)은 좀처럼 나올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기자와 함께 오후 3시부터 3시간가량 줄을 선 수백 명의 관람객들은 오늘 멍란을 볼 수 없다는 슬픈 현실을 조금씩 받아들이는 듯했다. 동물원 곳곳에는 “멍란이 야외에 나오는 시간은 멍란 스스로 결정합니다”라는 내용의 표지판이 세워져 있었다. 결국 기자는 멍란을 보지 못했다.

지난 4일 오후 중국 베이징 동물원 내 자이언트 판다관. 멍란이 사는 곳까지 가기 위한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이윤정 기자

이날은 중국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자이언트 판다 중 하나인 멍란의 생일이다. 중국 최대 소셜미디어(SNS)인 웨이보에 따르면, 관람객들은 동물원이 문을 여는 시간보다 무려 두 시간이나 빠른 오전 6시부터 줄을 서기 시작했다. 이렇게 일찍부터 동물원을 찾아도 멍란이 사는 우리 앞까지 가려면 기본 3~4시간씩 기다려야 했는데, 이 긴 대기 끝에 실제로 멍란을 본 이들은 극소수다. 이날 멍란은 새벽부터 내린 비가 그치고 선선했던 오전 10시 30분쯤 잠깐 모습을 드러냈다고 한다.

2015년 7월 4일에 태어나 올해로 8번째 생일을 맞이한 멍란의 인기는 중국 내에서 하늘을 찌른다. 중국 쓰촨성 청두 자이언트 판다 번육연구기지에서 태어나 2017년 베이징으로 온 멍란은 밝고 활발한 성격이 특징이다. 유명 애니메이션 ‘쿵푸판다’와 외양은 물론, 말썽을 몰고 다니는 행동까지 비슷하다. 울타리를 넘어 탈출했다가 밥을 먹기 위해 스스로 돌아왔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한 관람객은 “나무 그네 위에서 하도 신나게 놀아 그네가 부서지는 바람에 철제 그네로 교체됐다고 한다”이라며 “행동 하나하나가 다 귀엽다”고 말했다.

동생 판다들의 영역과 멍란의 영역은 맞닿아 있는데, 멍란은 울타리 사이로 동생들에게 간식을 나눠주기도 하고, 장난을 치기도 한다. 이런 사교성은 사람들에게도 발휘된다. 다른 판다들은 관광객들과 선을 긋기 마련인데, 멍란은 오히려 관광객들에게 다가가 ‘눈맞춤’을 시도하는 등 팬서비스가 좋다. 중국인들은 ‘판다의 탈을 쓴 인간인 것이 분명하다’며 멍란에 열광하고 있다.

중국 자이언트 판다 멍란./바이두·웨이보 캡처

이같은 멍란의 생일을 맞아 중국 전역이 들썩였다. 인민일보, 신화통신 등 관영매체까지 나서 멍란의 생일 축하 메시지를 웨이보에 띄웠고, 웨이보는 물론 포털사이트까지 멍란 생일과 관련된 키워드가 인기 검색어를 휩쓸었다. 베이징 동물원도 멍란 생일을 위해 이벤트를 준비했다. 사과와 당근 등 멍란이 좋아하는 간식으로 생일 케이크를 만드는가 하면, 멍란의 더위를 식히기 위한 얼음에 색을 입히기도 했다. 이날 동물원을 일찍 찾은 관람객들은 ‘한정판’ 멍란 도장을 받았다고 한다.

멍란과 같은 인기 판다가 가져다주는 경제 효과는 상당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날 멍란을 보는 데 지불한 입장권 가격은 총 24위안(약 4300원·동물원 입장권 19위안, 자이언트 판다관 입장권 5위안)으로 저렴한 편이었지만, 동물원이 판매하는 판다 관련 기념품들은 비교적 고가임에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었다. 일반 판다 인형도 258위안(약 4만6000원)으로 비싼 편이었지만, 생후 5개월때 모습을 한 새끼 판다 인형은 1899위안(약 34만1000원)에 달했다. ‘판다 카페’에서는 빵과 음료 한 잔만 마셔도 190위안(약 3만4000원)이었는데, 30여개의 테이블이 모두 꽉 차 있었다.

지난 4일 중국 베이징 동물원 내 자이언트 판다 '멍란'의 우리 앞. 관람객들은 기념사진을 촬영하며 멍란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이윤정 기자

판다는 얼어붙은 한·중 관계의 마지막 희망으로 꼽히기도 한다. 한국 내 반중 정서가 극으로 치닫는 가운데서도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에 살고 있는 아이바오(암컷)와 러바오(수컷), 이들 사이에서 태어난 푸바오(암컷)는 한국인의 큰 사랑을 받고 있다. 현지 매체는 “푸바오 가족은 ‘가장 귀여운 외교관’이 돼 한·중 문화 교류와 양국 관계 발전을 촉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한·중 관계가 악화한 시기에도 자이언트 판다라는 주제 앞에서는 양국민은 화목하게 소통하고 있고, 이는 ‘추운 겨울날’을 비추는 따스한 햇살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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