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끝났다고? 우린 아냐”... ‘롬앤·에이지알’ K뷰티 이끄는 중기
‘색조·일본·기술’ 앞세워 ‘K뷰티 제2 전성기’ 이끌어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등 화장품 대기업들의 성장이 주춤한 가운데, 국내외에서 이름을 날리는 중소 화장품사들의 활약상이 주목된다.
투자 혹한기 코스닥 상장에 성공한 마녀공장을 비롯해 일본에서 위상을 떨치는 아이패밀리에스씨, 기업가치 1조원으로 투자 유치에 성공하며 올해 기업공개(IPO)를 앞둔 뷰티테크 기업 에이피알과 모바일 뷰티플랫폼 화해가 주인공이다.
이들은 기초 화장품과 중국향을 앞세운 1세대 K뷰티 기업들과 달리 일본, 색조 화장품, 뷰티테크, 플랫폼 등 새로운 성공 전략으로 시장에서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달 8일 코스닥 상장 첫날 따상(시초가가 공모가 2배 형성된 후 상한가)을 기록한 마녀공장은 해외에서의 호조를 기반으로 매출 성장을 이뤄가고 있다.
2012년 설립된 이 회사는 클린 뷰티를 콘셉트로 ‘퓨어 클렌징 오일’(누적 판매량 400만 병), ‘갈락토미 나이아신 에센스’(200만 병), ‘비피다 바이옴 콤플렉스 앰플’(130만 병) 등 히트 상품을 잇달아 출시했다.
메디힐 마스크팩으로 유명한 엘앤피코스매틱이 지분 70%를 갖고 있다. 2019년 276억원이던 이 회사의 매출액은 지난해 1018억원으로 5배 가까이 증가했다. 전체 매출 중 해외 매출 비중은 55%, 이 중 76%가 일본에서 나온다.
광고 모델이던 배우 손예진이 출연한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에 제품이 등장한 후 2020년 49억원이던 현지 매출이 이듬해 218억으로 급증한 덕분이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245억원으로 전년 대비 38% 증가했다. 이중 영업이익률이 24%로 마진이 높다는 게 강점이다. 증권가는 올해 이 회사 매출이 전년 대비 20%가량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이패밀리에스씨는 배우 채시라의 남편 김태욱 대표가 설립한 회사로 웨딩과 화장품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전체 매출의 97%가 화장품에서 나오는데, 대표 제품은 색조 화장품 브랜드 롬앤이다.
‘한국 화장품은 색조에 약하다’는 인식을 뒤엎고 2016년 색조 화장품을 출시했다. 18~24세 여성을 타깃으로 소셜미디어를 통해 소비자와 소통하며 해외까지 진출했다.
특히 일본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데, 올해 1분기 기준 일본 매출은 122억원으로 전체 매출(310억원)의 37%를 차지했다. 지난달에는 색조 케어 브랜드 누즈를 선보여 상품을 다각화했다.
아이패밀리에스씨는 2021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상장 첫날 1만2700원이었던 종가는 4일 기준 2만5900원으로 104% 상승했다.
조소정 키움증권 연구원은 올해 이 회사 연결 매출액을 전년 대비 24% 증가한 1054억원으로 전망하며 “하반기에도 국내는 주요 유통 채널과의 협업 이벤트 대응, 일본은 제품 다양화 전략으로 성장세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했다.
뷰티테크 기업 에이피알은 최근 기업가치 1조원으로 투자 유치에 성공한 데 이어, 올해 3분기 예비심사 청구서 제출을 목표로 상장을 준비 중이다.
이 회사는 2021년 뷰티케어 디바이스 ‘에이지알(AGE-R)’을 출시했고, 모델 김희선을 앞세워 인지도를 쌓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피부과 진료를 하지 못하던 시기, 피부 각질층에 미세 구멍을 뚫어 화장품 흡수를 돕는 제품을 선보여 중장년 여성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총 6개 라인업을 구축했으며, 지난 2월 기준 누적 판매량 70만 대를 돌파했다.
투자자들이 에이피알을 높이 평가하는 이유는 뷰티 디바이스의 판매가 늘수록 이와 함께 사용하는 화장품(메디큐브)의 매출도 동반 성장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이 회사 제품의 대부분은 자사 몰에서 판매되는데, 현재 400만 명 이상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에이피알의 지난해 매출액은 3977억원, 영업이익은 392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54%, 175% 증가했다. 미국, 일본 등 해외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모바일 뷰티 플랫폼 ‘화해’를 운영하는 버드뷰도 연내 상장을 목표로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 본부에 사업모델 특례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 청구서를 제출했다.
사업모델 특례상장이란 성장 잠재력이 높은 기업들의 증시 입성을 돕는 제도로, ‘사업성’ 항목 평가를 추가해 기존 특례상장제도를 보완했다.
시장의 매력도, 사업모델의 타당성과 경쟁 우위 등을 평가해 상장 적격성을 심사한다. 지난 3월 코스닥 시장 사업모델 특례상장을 위한 기술성 평가에 통과했다. 2013년 출범한 화해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396억원을 냈다. 영업손실은 187억원이다.
그동안 화장품이 내수 소비재 이상의 프리미엄을 받았던 이유는 ‘수출’에 있다. 업계에 따르면 세계에서 K뷰티의 성장이 시작된 건 2012년 화장품 수출이 활성화되면서다. 아모레, LG생건 등 대형 화장품 2사의 중국향 수출이 주도한 전성기로, 이 시기 두 회사의 화장품 수출 점유율은 80%에 달했다.
그러나 화장품 시장의 변화와 한한령,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대형 2사의 중국향 수출이 둔화하면서, 두 회사의 수출 점유율은 올해 1분기 35%까지 하락했다. 반대로 2012년 20%에 불과했던 중소형 화장품사의 수출 점유율은 올해 1분기 65%까지 상승했다.
정소연 교보증권 연구원은 “K뷰티 제2 전성기는 ‘중국향+대형’ 브랜드사가 아닌 ‘글로벌+중소형’ 브랜드사가 주도할 전망”이라며 “중장기적으로 중소형 브랜드가 K뷰티의 제2 전성기를 주도하는 가운데, ODM(주문자 개발생산) 산업은 직접 수혜를 받으며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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