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드림' 이룬 몽골 청년 에디 "6년의 기다림, 이제부터 진짜 시작"
(서울=뉴스1) 이재상 기자 = '코리안 드림'을 품고 한국으로 날아왔던 몽골 청년 에디(몽골명 Enkh-erdene Jargal tsogt·엥흐-에르덴 자르갈 척트·24)가 6년 만에 꿈을 이뤘다. 남자 프로배구 삼성화재 유니폼을 입은 에디는 "과거 삼성화재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도록 힘을 보태겠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귀화도 하고 싶다"고 다부진 각오를 나타냈다.
에디는 지난 4월27일 제주에서 처음으로 열린 프로배구 남자부 아시아쿼터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 지명을 받아 삼성화재 유니폼을 입었다.
에디는 고교 시절 몽골 클럽 팀에서 배구를 하다 한국 프로리그에서 뛰겠다는 꿈을 안고 2017년 1월 한국으로 왔다.
순천제일고에서 본격적으로 배구를 했던 에디는 당시 성균관대 사령탑이었던 김상우 현 삼성화재 감독의 부름을 받아 대학 무대에 입성했다. 198㎝ 에디는 구력은 짧지만 기본적인 운동 능력이 뛰어나 발전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초 한국에서 5년 이상 거주하며 귀화를 목표로 했으나 귀화 요건이 까다로워지면서 에디는 외국인 선수 신분으로 프로에 가야 했다. 다행히 KOVO가 올해 2005년 프로 출범 후 처음으로 아시아 선수를 대상으로 한 드래프트를 실시했고 에디는 첫 번째로 이름이 불렸다.
4일 뉴스1과 만난 에디는 당시를 돌아보며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 좋았다"며 "그날을 위해 6년 동안 한국에서 운동을 했다. 말 그대로 '코리안 드림'을 이뤘다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몽골에서 라이브 영상을 통해 아시아쿼터 드래프트를 지켜봤던 그의 부모님도 감격했다. 먼 타지에서 힘들게 운동하는 그에게 "정말 고생 많았다. 우리 아들 자랑스럽다"고 메시지를 전했다.
몽골 클럽 팀에서 재미 삼아 배구를 했던 그는 전문적으로 한국에서 배구를 해보자는 주변의 권유에 2017년 1월 한국으로 왔다. 가족이나 친척 중 전문적으로 운동을 한 사람은 없었으나 에디의 부친이 187㎝, 어머니가 173㎝일 정도로 체격이 건장했다.
에디는 "처음에 올 때 '가나다라마바사' 밖에 몰라서 힘든 점이 많았다"며 "친구들과 대화가 안돼서 영어를 하거나 수신호를 했다. 그러다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귀가 열리고 말이 트이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에디는 현재 한국어를 능통하게 사용한다. 성균관대에 입학하기 위해 한국어능력시험인 TOPIK 5급까지 땄다. TOPIK은 1급부터 6급까지 있으며 숫자가 높을수록 난도가 있는 시험이다.
그는 "몽골에서는 일주일에 2~3차례 운동했는데 한국에서는 하루에 2~3번 운동을 하니 처음에 적응이 안 됐다"며 "힘든 점도 많았지만 결국 조금씩 적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에디는 삼성화재에서 성대시절 은사인 김상우 감독과 재회했다. 김 감독은 에디에게 "이제 프로 선수가 됐으나 이전보다 더 책임감을 있게 몸을 만들어야 한다"고 독려하고 있다.
'코리안 드림'이라는 첫 목표를 이룬 에디에게 어찌 보면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인 셈이다.
팀에 합류한 지 일주일 정도 밖에 지나지 않아 아직 첫 월급이 들어오지 않았으나 그는 "내가 써야할 것은 쓰고 나머지는 가족들에게 보내드릴 것"이라며 책임감도 전했다.
첫 발을 내디딘 에디에게 프로에서의 목표를 묻자 그는 과거 '삼성화재 왕조'를 언급했다. 삼성화재는 V리그 출범 후 최다인 8회 우승을 차지한 명가였으나 최근 두 시즌 연속 최하위에 머물렀다.
에디는 "유튜브 등을 통해 삼성화재가 배구를 정말 잘하던 시절 영상을 다 봤다"며 "한국 배구 역사에 레전드였던 팀인데 다시 예전 삼성화재로 돌아갈 수 있게 돕고 싶다"고 다부지게 말했다.
다소 시간이 걸릴 수 있겠으나 여전히 에디는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고 싶은 꿈도 있다. 일반귀화를 위해서는 최소 5년 이상 한국에서 거주하고 영주(F-5) 자격을 소지해야 한다.
그는 "조건이 까다로워져서 어렵다고 이야기를 들었다"면서도 "당장은 아니더라도 기회가 된다면 꼭 귀화를 하고 싶다.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전했다.
alexe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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