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이 맡았던 공공 소프트웨어도 잇단 오류…원인은?

조성미 2023. 7. 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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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나이스·우체국 차세대 금융·사회보장 정보시스템 개통 직후 장애
"SI업계 전반적 역량·인력 부족…실적 중시 하청 구조 탈피해야"

(서울=연합뉴스) 조성미 기자 = 2천824억원을 투입한 4세대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나이스)이 장애를 일으키자 공공 소프트웨어 구축에서 대기업 참여를 제한해 온 제도가 결과물 하자 원인으로 지목됐다.

하지만 대기업인 SK 주식회사 C&C가 컨소시엄을 꾸린 우정사업본부 차세대 금융 시스템 구축 사업과 LG CNS가 개발을 맡았던 차세대 사회보장 정보시스템도 개통 직후 대규모 서비스 장애를 일으켰던 선례가 있어 대기업 참여 제한이 잇따르는 오류 사태의 본질적 원인은 아니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5일 공공 소프트웨어 사업을 잘 아는 관계자들은 사업 수주를 통해 타 기업·기관의 소프트웨어 시스템을 구축해 주는 SI(System Integration) 업계의 국내 사업방식이 가진 고질적 한계와 개발 인력 부족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제2, 제3의 대규모 시스템 '먹통' 사태가 되풀이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오류 발생한 4세대 나이스 (서울=연합뉴스) 교육부가 최근 개통한 4세대 교육행정정보서비스(NEIS·나이스) 오류가 계속돼 현장 교사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사진은 오류가 발생한 4세대 나이스 화면. 2023.6.30 [전국중등교사노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기업 규모 불문 SI 사업 관리 역량 낮아…개발자 가뭄도 큰 문제"

공공기관에서 소프트웨어 구축 사업에 오래 몸담은 A 과장은 "대기업과 중견·중소기업은 다를 것 같아도 대기업 역시 소프트웨어 사업에서 관리 능력이 떨어진다는 점을 자주 느꼈다"고 토로했다.

SI 업계는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공공기관 또는 기업의 소프트웨어 구축 사업을 수주한 뒤 계약한 기간과 예산 규모에 맞춰 시스템을 개발해 납품하는 구조로 영업한다.

이 과정에서 사용자 편의에 맞는 소프트웨어를 기획, 제작하고 개통 이후 서비스 완성도를 높이려는 노력보다는 사업 수주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최저가 입찰에 더 신경을 쓰는 관행이 고착돼 왔다는 게 업계 지적이다.

소프트웨어의 질보다는 수주 실적이 우선 가치로 고려되고, 정해진 예산과 수행 기간 안에서 어떻게든 시스템을 제작해 납품해야 하다 보니 완성도가 떨어지게 됐다는 이야기다.

A 과장은 "시스템 개발 과정에서 기획과 설계, 실제 개발, 위험과 지연 요인 분석 등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인원과 노하우가 SI 업계 전반에서 부족하다"며 "개발 인력이 워낙 부족하다 보니 전체적인 틀을 보고 방향을 잡아야 하는 사업 관리에 신경 쓸 여력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 폭증한 비대면 수요에 소위 '네카라쿠배당토'라고 불리는 인기 정보기술(IT) 기업으로 개발 인력이 몰리면서 상대적으로 열악한 처우에 놓인 SI 업계에 인력 가뭄이 더 심해졌다.

기업형 협업 소프트웨어 '스윗' 개발사 스윗테크놀로지스의 이주환 대표는 "국내 SI 업계처럼 프로젝트 기간에만 소프트웨어를 다룰 사람을 고용하고 해고하는 것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IT 노가다'(일용직)라는 말이 과언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개발자 인력을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로 어려워지다 보니 코로나 팬데믹 이후에 대기업 계열 SI에 대한 공공기관의 선호도가 높아졌다는 분석도 있다.

프리랜서가 아닌 정규직 개발자를 상대적으로 많이 보유한 조직이 그나마 대기업이라는 장점에서다.

"국내 SI 방식 한계 도달…하청 아닌 시스템 통합 본연을"

아무리 대기업이라도 최저가 입찰, 한정된 예산과 인력 투입이라는 고질적인 상황이 개선될 여지가 적다는 점에서 국내 SI 업계의 일하는 방식이 수명이 다했다는 지적도 있다.

대기업이 IT 계열사를 세우고 소프트웨어 개발을 지시하며 그룹 내 일감을 몰아주던 관행에서 비롯된 국내 SI 사업 방식이 한계점에 도달했다는 이야기다.

한 소프트웨어 업계 관계자는 "원청조차 개발을 지시하는 소프트웨어를 통해 구현하려고 하는 시스템이 무엇인지나 아키텍처(구조) 등 소프트웨어 기능 레벨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상황에서 하청을 준다. 또 계약 기간 요구가 수정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고 전했다.

그는 "기획 단계에서 가능하다고 예상했다가 시행 단계에서 담지 못하다 보니 건설업으로 치면 철근, 시멘트 등을 무리하게 빼버리는 부실 공사로 이어진다"며 "개통 이후 많은 이용자가 접속할 때 데이터 분산 처리나 트래픽을 감당할 수 있는 제품 완성도가 떨어지는 것"이라고 했다.

국내 기업 대 기업(B2B)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SI 방식이 우세하다 보니 클라우드에 기반해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구독·구매해 쓰는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도입이 가로막힌다는 지적도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SI 업계가 납품 위주의 하청 구조에서 탈피해 소프트웨어 자동화, 연동성 강화 등 '시스템 통합'이라는 업무 본연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또, 원청인 공공기관·기업은 하청을 줄 때 지방 근무 시 개발자 체류비를 높게 책정하는 등의 예산 현실화에 신경 쓸 것을 주문했다.

아울러, SI 업계에서 퇴직한 관리자를 프로젝트 매니저(PM) 등 관리자로 중용해 부족한 개발 인력 문제를 보완하면서, 정책 당국이 차세대 소프트웨어 인력 양성을 지원할 것을 제안했다.

cs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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