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민진의 웨이투고] 마음 속에 품고 있는 그림이 있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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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 전 프랑스 파리의 한 호텔에서 우연히 봤다.
한 손에 샴페인잔을 들고 선 채 상기된 분위기 속에서 그룹 지어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열한 살 소녀가 마음속 상상을 통해 역경을 이겨내고 결국 공주 같은 삶을 되찾게 되는 이야기에 흠뻑 빠졌던 유년기였다.
덕분에 내 잠재의식 속에 순수한 믿음이 뿌리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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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치듯 본 장면이지만 내게는 묘한 꿈을 심어줬다. 언젠가 나도 파리에서 한번쯤은 격식 있는 축하 모임에 시크한 블랙 정장을 차려입고 참석하고 싶다는 꿈. 섬세한 기포가 퐁퐁 솟아나는 황금빛 샴페인잔을 들고 현지인들과 섞일 것이다. 하는 일을 화제 삼아 자연스럽고 열정적으로 대화하면 좋겠다. 그림처럼 생생하게 그려본다.
행복감과 설렘을 안겨주는 생생한 이미지를 갖고 있다면 흔히 말하는 '시각화'(visualization)에 성공한 것이다. 수많은 자기계발서나 동기부여 강연가들이 내놓는 핵심 지침 중 하나가 시각화다. 꿈을 이루려면 먼저 그 꿈을 구체적이고 생생하게 그릴 수 있어야 한다는 것. 상상할 수 없다면 꿈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따지고 보면 아주 어렸을 때부터 시각화의 효용을 믿고 있었다. 프랜시스 호지슨 버넷이 쓴 '소공녀 세라'를 좋아했기 때문이다. 다이아몬드 광산 사업을 하던 부유한 아빠가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면서 하루아침에 기숙학교 다락방 하녀 신세로 전락한 세라. 열한 살 소녀가 마음속 상상을 통해 역경을 이겨내고 결국 공주 같은 삶을 되찾게 되는 이야기에 흠뻑 빠졌던 유년기였다.
추위와 배고픔에 허덕이던 세라는 맛있는 음식들로 그득한 멋진 식탁과 붉은 양탄자를 상상할 줄 알았다. 보잘것없는 처지에 서글퍼질수록 자신을 공주라고 상상했다. 상상력의 결말은? 마침내 세라 앞에 아빠의 사업 파트너가 나타나 어마어마한 재산을 물려준다! 과정은 험난했지만 그리던 꿈이 현실이 되는 이야기. 덕분에 내 잠재의식 속에 순수한 믿음이 뿌리내렸다. 마음속 그림은 때가 되면 마법처럼 실제가 된다는.
혹시라도 황당히 여길까봐 과학적 설명을 덧붙인다. 실제로 우리 뇌 속 '망상활성계'(Reticular Activating System)라는 신경망이 시각화된 꿈의 성취를 돕는다고 한다. 외부환경에서 신념이나 생각, 감정에 부합하는 정보들을 포착해 뇌로 들여보내는 시스템이다. 우리가 믿고 싶은 대로 믿고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경향도 바로 여기서 비롯된다.
결국 외부로부터 긍정적이고 좋은 정보를 받고 싶다면 우선 좋은 시각화 자료를 품고 있어야 된다는 결론이다. 내가 원하는 모습과 내게 중요한 정보를 미리 설정해두면, 뇌 속 신경망은 나의 결정에 따라 일한다.
장소는 파리, 블랙 정장 차림에 샴페인 한 잔을 들고 현지 축하 모임에 참석하는 순간. 밑져야 본전이니 생생하게 그린다. 기분이 좋다. 다만 프랑스어를 공부해야 할 것 같긴 하다. 웨이투고!(Way to go!)
조민진 작가
조민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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