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대표인데 남편과 연대보증 요구”…女기업인들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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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에서 조경건설업체를 운영하는 여성기업인 최동근 대표의 하소연이다.
울산에서 20년째 조경건설업체를 운영하는 여성기업인 정 모 대표는 "최근 금융권 대출 과정에서 남편을 공동 대표직에 올려야만 대출을 검토하겠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시공 현장에 자금을 조달하지 못해 고충이 크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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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금융기관서 차별 더욱 심해
“네트워킹 강화 등 생태계 변화 나서야”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제가 기업 대표이고 담보도 충분한데 왜 남편과 연대보증을 해야 하나요?”
대전에서 조경건설업체를 운영하는 여성기업인 최동근 대표의 하소연이다. 최 대표는 현장 공사에 필요한 자금 대출을 위해 17년 전부터 신용보증기금의 문을 두드렸지만 그때마다 똑같은 답변을 받았다고 한다. ‘남편을 보증인으로 세우라’는 것. 법적으로 창업자 연대보증은 폐지됐으나 아직도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이 존재한다는 게 최 대표의 주장이다.
그는 “올해 초에도 신용보증기금을 찾았지만 ‘보증인이 필요한 제도’라는 말만 되풀이할 뿐 변화는 없었다”며 “대출 담당자들은 여성이 건설 현장에서 일하고 건설업체를 운영한다는 걸 믿지 않는다. 직접 어떤 일을 하는지 보여주겠다고 같이 현장에 가자고도 제안했지만 그들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여성기업 300만 시대에 접어들고 있지만 여성기업을 둘러싼 경영 환경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대한민국 경제 주체로 여성기업이 자리매김하는 중이지만 여전히 남성기업과 차별대우, 일·가정의 양립 문제 등 보이지 않는 장벽으로 인해 경영 활동에 제한이 있다는 게 여성기업인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최 대표는 “건설 현장에서는 공사 기간에 필요한 자금을 충당하기 위해 대출을 받는 일은 흔한 일이다. 공사 대금이 들어오면 대출금을 상환한다”라며 “주위에 저보다 신용도가 낮고 부동산 등 담보물도 부족한 남자 대표들은 대리인을 요구받지 않는데 여성기업인이라 차별대우를 받고 있다”고 비판했다.
4일 ‘2022년 여성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차별을 경험한 여성기업 비중은 4.7%에 그친다. 하지만 여전히 금융기관이나 공공기관 대출, 거래처 계약 시 남성기업에 비해 과도한 요구를 받고 있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차별을 경험한 상황도 ‘다른 기업과 거래할 때’(52.4%)의 뒤를 이어 ‘금융기관에 대출을 신청할 때’(31.8%), ‘공공기관에서 기업 관련 업무를 처리할 때’(12.8%) 등이 순위권이었다. 금융기관과 공공기관마저도 여성기업인에 대한 비뚤어진 시선을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차별을 경험한 여성기업의 36.5%는 여전히 차별이 유지되고 있다고도 봤다.
울산에서 20년째 조경건설업체를 운영하는 여성기업인 정 모 대표는 “최근 금융권 대출 과정에서 남편을 공동 대표직에 올려야만 대출을 검토하겠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시공 현장에 자금을 조달하지 못해 고충이 크다”고 호소했다.
여성기업인들은 남성 중심 생태계로 인한 불합리함도 토로한다. 남성 위주의 네트워크 운영으로 여성의 참여가 제한되거나 일·가정 양립 문화가 자리잡지 않아 여성기업인들이 경제 활동을 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전남 여수에서 18년째 리모델링 사업을 하는 주희정 디자인 창조 대표는 “건축 분야는 남성 위주의 세계로 진입 장벽이 높다. 선후배, 군대 문화 등으로 끈끈한 남성들의 네트워크를 뚫고 여성기업이 자리 잡기 쉽지 않다”며 “거래처 입찰 시에는 남성기업보다 좋은 조건을 제시해도 밀리는 등 불이익을 받은 적이 많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여성기업의 성장을 가로막는 경영 환경을 개선하는 한편 여성기업인들 간 협력 강화 등의 노력도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여성기업끼리 네트워킹을 강화하고 여성 창업가 교육 등을 확산해 여성기업인들이 엄연한 경제 주체로 자리매김 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분석이다.
김보례 여성경제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법·제도적인 환경이 개선되면서 과거에 비해 여성기업에 대한 차별은 많이 줄었지만 여전히 현장에선 어렵다는 얘기가 나온다”며 “남성 중심 네트워크로 인해 여성의 참여가 제한되는 만큼 제도적 보완뿐만 아니라 여성기업 간 자발적인 협력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경은 (gold@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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