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격차 사라져" 삼성에 퍼진 위기감…이례적 반도체 '핀셋 인사'

한지연 기자 2023. 7. 5.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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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메모리·파운드리
개발 총책임자 전격교체
이례적 '핀셋' 인사 단행
"경쟁사와 초격차 사라져"
위기감속 미래전략 정비
'2나노 공정'으로 승부수
(서울=뉴스1) 이승배 기자 = 7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2023.4.27/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이 3일 메모리와 파운드리(시스템반도체 위탁생산) 사업부 제품 개발 총책임자를 전격 교체하면서 기술 초격차 의지를 드러냈다. 정기 인사 시즌이 아닌데도 '핀셋' 인사를 단행하면서다. 최근 삼성전자 반도체의 경쟁력이 예전만하지 못하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것을 두고 내부 쇄신을 노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4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전자 DS부문 임직원들 사이에서 메모리와 파운드리 구분없이 경쟁사에 뒤처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퍼지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가 30년동안 독보적인 1위를 차지해왔던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 경쟁사인 SK하이닉스와의 기술 격차가 사라졌다는 평가가 자존심에 흠집을 냈다. AI(인공지능) 열풍으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HBM(고대역폭메모리), 서버용 DDR(더블데이터레이트)5 모두 SK하이닉스가 글로벌 시장 점유율 1위다. 차세대 메모리반도체 시장 주도권을 뺏길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기술 경쟁력에 더해 감산 타이밍에 대한 전략적 판단을 잘못 내리면서 위기를 더욱 키웠다는 얘기도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심화된 반도체 경기 불황으로 메모리반도체 경쟁 업체인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은 지난해 10월쯤 감산에 돌입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감산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다 올해 4월 초에야 감산을 공식 발표했다. 이를 두고 감산을 빠르게 해 자체 손해를 줄이거나, 버틸대로 버텨서 경쟁사들을 확고히 따돌렸어야 하는데 타이밍을 잘못 잡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치킨게임에 성공해 점유율을 높인 것도 아니고 출혈은 더 커졌다"며 "한 방향을 잡아 끝까지 밀어붙였어야 하는데, 결국 이도저도 안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2030년 세계 1위'를 목표로 잡은 파운드리 사업부도 사정이 어렵긴 마찬가지다. 1위인 대만 TSMC와의 점유율은 오히려 더 벌어지는 모양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TSMC의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59%, 삼성전자는 13%였다. 1년 전에는 TSMC와 삼성전자가 각각 54%와 15%였다. TSMC 점유율은 더 오른 반면 삼성전자는 떨어지면서 그 차이가 1년 사이 39%포인트(p)에서 46%p로 더 커졌다.


삼성전자는 이날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23'과 'SAFE(Samsung Advanced Foundry Ecosystem) 포럼 2023'을 열고 파운드리 미래 전략을 밝혔다. 고객 맞춤형 다품종 소량 생산 방식 등 최첨단 제품 설계 솔루션을 소개했다. 삼성전자는 2025년 2나노 양산, 2027년 1.4나노 공정 양산을 목표로 한다.

업계는 삼성전자와 TSMC 간 파운드리 주도권을 잡기 위한 경쟁이 2나노 공정에서 또 한번 본격화될 것이라 관측한다. TSMC 역시 2나노 공정 양산 목표를 2025년으로 잡았다. 삼성전자 DS부문장인 경계현 사장은 지난 5월 한국과학기술원(KAIST, 카이스트) 강연에서 "5년 안에 TSMC를 잡겠다"고 말하며 2나노 공정에 승부수를 던지겠다고 밝혔다.

올해 하반기 반도체 시장이 반등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삼성전자로선 지금이 분위기를 반전시킬 적기란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제품 개발 책임자를 교체한 것도 이같은 위기의식이 반영된 셈이다. 기술 초격차를 벌리면서 1등 DNA를 다시 상기시키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국내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HBM 등 일부 제품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삼성전자의 기술 경쟁력이 과거의 헤게모니(패권)를 잃고 있다는 평가가 뼈아픈 지점"이라며 "최근 몇년간 삼성전자가 메모리 자원을 파운드리와 분산시키면서 D램 개발 능력이 예전만하지 못하다는 얘기가 있다"고 말했다.

한지연 기자 vividh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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