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디에이고 3631억 생각날까… 그냥 김하성 주전 유격수 쓰는 게 나았던 ‘웃픈 현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샌디에이고는 4일(한국시간) 홈구장인 펫코파크에서 열린 LA 에인절스와 경기에서 10-3으로 이겼다. 모처럼 기분 좋은 승리를 거두며 시즌 전적 39승46패를 기록했다.
근래 들어 위력투를 선보이고 있는 선발 블레이크 스넬이 잘 던졌고, 최근 기복은 있지만 그래도 조금 꿈틀대고 있는 타선이 1회 시작부터 3점을 뽑으며 경기 분위기를 여유 있게 가져간 게 승인이었다. 그 중심에는 1회 대포를 터뜨린 팀의 주전 유격수 잰더 보가츠가 있었다.
선두 김하성이 안타를 치고 출루했으나 소토의 땅볼로 추가 진루가 없었다. 여기에 타티스 주니어가 뜬공으로 물러나 2사 1루가 됐다. 또 샌디에이고의 타선이 무기력함을 드러내는 것 같았다. 하지만 마차도가 중전안타로 불씨를 살렸고, 보가츠가 경기 초반 분위기를 장악하는 선제 3점포를 터뜨리며 흐름이 달라질 수 있었다. 홈런 한 방의 위력이었다.
시즌 9호 홈런을 터뜨린 보가츠는 이날 3타수 3안타(1홈런)에 3타점을 기록하며 맹활약했다. 샌디에이고가 보가츠에게 원했던, 그리고 보가츠가 시즌 초반 보여줬던 장타력이 나왔다. 그러나 여기에서 안도하기는 이르다. 보가츠의 올 시즌 성적은 한 경기 활약으로 만족하기는 어려운 수준이기 때문이다. 분명 팀이 기대했던 것 이하다.
공‧수를 겸비한 올스타 유격수인 보가츠는 시즌 79경기에서 타율 0.259, 9홈런, 31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740에 머물고 있다. 개인 통산 타율(.290), 개인 통산 OPS(.810)보다 훨씬 떨어진다. 수비는 비교적 견고함을 유지하고 있는데, 정작 샌디에이고가 그를 영입할 당시 기대했던 공격력이 잘 나오지 않는다. 4월 초반 좋은 활약 이후 5월(OPS 0.546), 6월(OPS 0.699)에 너무 부진했다.
보가츠에 11년 총액 2억8000만 달러(약 3631억 원)라는 거금을 투자했을 당시, 샌디에이고의 구상은 이랬다. 잦은 어깨 탈구에 부담을 가지고 있었고, 결국 수술까지 받은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를 유격수에서 외야로 옮겨 공격력을 극대화시키는 방안이 있었다. 올스타 기량을 가진 보가츠를 유격수에 두고, 지난해 타티스 주니어의 공백을 메웠던 김하성을 2루로 옮기는 동시에 내야 전 포지션에서 활용하겠다는 생각이었다.
공격과 수비 모두에서 ‘부스터’ 효과를 얻길 기대했다. 그러나 역시 모든 게 마음대로 되지는 않았다. 보가츠가 손목 부상 등에 고전하며 공격에서 부진한 탓에 기대했던 시너지 효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통계전문사이트 ‘팬그래프’의 집계에 따르면 보가츠의 올해 조정득점생산력(wRC+)은 109로 지난해 134보다 크게 떨어진다. 반면 보가츠 때문에 2루로 갔던 김하성의 wRC+가 112다. 오히려 공격도 김하성이 나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보가츠는 분명 좋은 기량을 가진 선수고, 연간 2000만 달러 이상을 받을 자격이 있는 선수다. 지금 이 성적에 머물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투자 금액이 무려 2억8000만 달러다. 현재 성적만 놓고 보면, 샌디에이고는 그냥 김하성을 유격수로 쓰고 2억8000만 달러를 다른 곳에 투자하는 게 더 나은 선택이었을지 모른다. 김하성이 공격과 수비에서 보가츠 못지않은 활약을 하고 있는데다 지금껏 유격수만 봐 왔던 보가츠의 현실에서 수비 포지션을 옮기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여기에 3루에는 역시 초장기 계약자인 매니 마차도가 있다.
샌디에이고는 돈을 쓸 일이 많다. 올 시즌을 끝으로 마무리 조시 헤이더가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는다. 2024년이 끝나면 핵심 타자이자 총액 4억 달러 이상이 유력한 후안 소토와 이제는 팀에서 없어서는 안 될 선수가 된 김하성 역시 FA다.
이들을 잡으려면 돈이 필요한데, 보가츠에게 2억8000만 달러를 쓰면서 페이롤 유동성이 확 줄었다. 과연 이 투자가 어떻게 기억되고 결론이 날지는 보가츠의 방망이에 달렸다. 보가츠가 부진하다면, 기대했던 효과도 못 누리고 핵심 선수들이 팀을 떠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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