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청사 한복판 윤 대통령 ‘따봉’ 사진전…‘해바라기’ 된 관료들

박종오 2023. 7. 5. 05:05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한겨레 뉴스레터 H:730 구독하기.

주인공은 윤석열 대통령이다.

행정안전부 청사관리본부에 따르면 윤 대통령 취임 1주년을 기념해 대통령실이 마련한 홍보행사다.

윤 대통령이 프로야구 시구를 하고, 축구 국가대표팀 친선경기를 관람하거나, 반려견 4마리와 함께 웃는 모습 등이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정책BAR]

4일 정부 세종청사 중앙동 로비에 전시된 윤석열 대통령 사진. 박종오 기자

☞한겨레 뉴스레터 H:730 구독하기. 검색창에 ‘한겨레 h730’을 쳐보세요.

4일 오전 8시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가 입주한 정부 세종청사 중앙동. 건물 주 출입구인 동문으로 들어서니 로비 왼쪽에 높이 2미터(m)가 넘는 패널 20개가 세워져 있다. 이 패널들엔 성인 몸통만한 크기의 사진 20점이 붙어 있다. 주인공은 윤석열 대통령이다.

지난달 19일부터 이달 7일까지 하는 이 사진전 이름은 ‘국민과 함께 시작한 여정’이다. 행정안전부 청사관리본부에 따르면 윤 대통령 취임 1주년을 기념해 대통령실이 마련한 홍보행사다. 중앙동은 외부 방문객을 위한 민원동이 그 옆에 별도로 있는 까닭에 주로 공무원만 드나든다. 관료들 보라고 붙여놓은 사진인 셈이다.

공무원들이 4일 오전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가 있는 정부 세종청사 중앙동 건물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박종오 기자
4일 정부 세종청사 중앙동 로비에 윤석열 대통령 사진들이 전시돼 있다. 박종오 기자
4일 정부 세종청사 중앙동 로비에 윤석열 대통령 사진들이 전시돼 있다. 박종오 기자

사진 면면을 보면 지난해 5월 대통령 취임식, 올해 4월 미국 백악관 환영식 같은 정부의 공식 행사뿐 아니라 사생활 사진도 많다. 윤 대통령이 프로야구 시구를 하고, 축구 국가대표팀 친선경기를 관람하거나, 반려견 4마리와 함께 웃는 모습 등이다. 중앙동에서 일하는 한 관료는 로비를 지나며 “무슨 목적으로 사진을 갖다 놓은 건지 모르겠다”고 했다. 공직생활 경력만 30년이 넘는 한 인사는 “적어도 권위주의 정권 이후 정부 청사 내에서 대통령 사진전 같은 걸 하는 모습을 본 기억이 없다”고 말했다.

4일 정부 세종청사 중앙동 로비에 전시된 윤석열 대통령 사진. 박종오 기자
4일 정부 세종청사 중앙동 로비에 전시된 윤석열 대통령 사진. 박종오 기자
4일 정부 세종청사 중앙동 로비에 전시된 윤석열 대통령 사진. 박종오 기자

윤 대통령은 세종청사 로비뿐 아니라 정부 부처 보도자료에도 곧잘 등장한다. 지난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배포한 ‘2023년 6월 수출입 동향’ 보도자료는 시장 참여자들로부터 ‘용비어천가’ 또는 ‘땡전뉴스’라는 빈축을 샀다. 6월 수출은 전년 대비 6% 줄었지만 수입은 더 큰 폭인 11.7% 감소해 무역수지가 16개월 만에 흑자를 냈다.

문제는 보도자료의 문구였다. “6월 무역흑자 전환은 대통령 이하 관계부처, 수출 기업 모두의 노력에 힘입은 결과이다. 그간 정부는 대한민국 영업사원 1호인 대통령께서 직접 주재한 수출전략회의와 정상외교를 통해 우리 기업의 수출과 수주 확대를 범정부적으로 지원하였다.” 언론과 국민을 대상으로 작성하는 보도자료에서 대통령‘께서’라는 존칭을 쓴 건 매우 이례적이다. 한 마디로 대통령 보라고 만든 자료라는 의미다.

정부가 4일 발표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도 첫 장부터 대통령 얘기다. 세일즈 정상외교, 아랍에미리트(UAE) 300억불 투자 유치가 자료 첫 단락에 쓰여있다.

윤 대통령은 검사 시절인 2013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나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어록을 남겼다. 지난 3일에 신임 차관들에게 특정인이 아닌 “국가와 국민, 헌법 시스템에 충성해 달라”고 했다. 그러나 공직 사회는 윤 대통령만 바라보고 있다. 무언가 심각하게 잘못됐다는 불길한 징조다.

박종오 기자 pjo2@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