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재해와 병충해 사이

이상희 2023. 7. 5.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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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이 딱 절반 지난 이 시점에 농민 입장에서 올 상반기를 정리할 한 단어를 꼽자면 단연 기상이변일 것이다.

불과 반년 동안 온갖 자연재해가 농촌의 들녘을 할퀴고 간 것이다.

그런데 상반기 내내 농민을 괴롭힌 것은 비단 기상이변만이 아니었다.

피해 원인을 두고 관계기관과 지루한 싸움이 이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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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이 딱 절반 지난 이 시점에 농민 입장에서 올 상반기를 정리할 한 단어를 꼽자면 단연 기상이변일 것이다. 남부지역에서는 봄까지만 하더라도 최근 50년 새 최악의 가뭄에 시달렸다. 일부 지역에서 극한의 제한 급수가 이뤄지고 절수 캠페인도 벌어졌다.

3월에는 낮 기온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더니 4월에는 밤 기온이 영하까지 떨어지는 저온현상이 나타나 과수와 밭작물에 저온피해와 고온피해가 한꺼번에 왔다. 5월초에는 이례적인 폭우로 보리와 벼가 물에 잠기는 일을 겪었다. 그리고 얼마 전 장마의 시작과 함께 하늘에 구멍이 뚫린 듯 집중호우가 연일 쏟아져 곳곳에서 논과 비닐하우스가 침수되고 벌이 폐사하는 피해가 발생했다.

불과 반년 동안 온갖 자연재해가 농촌의 들녘을 할퀴고 간 것이다.

그런데 상반기 내내 농민을 괴롭힌 것은 비단 기상이변만이 아니었다. 피해 원인을 두고 관계기관과 지루한 싸움이 이어진 것이다.

양파가 그랬다. 농가들은 4월 이상저온으로 양파에 저온피해가 발생했는데, 기온이 회복되면서 잎마름병·노균병 등의 형태로 피해가 표출된 것이니 재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피해 조사를 나온 기관에서는 칼슘제 등을 제때 처리하지 않아서 나타난 병해라는 입장을 보인 것이다. 결국 저온피해로 인정받았지만 그 과정에서 농가들의 속은 새카맣게 타버렸다.

더 거슬러 가면 2월경 배추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길어진 가뭄으로 생육에 이상이 생겼고 결국 꿀통 같은 피해가 발생했으니 가뭄으로 인한 재해로 인정해달라는 농가의 요구가 빗발쳤지만 관계기관은 요지부동이었다.

물론 올해만의 일은 아니다. 농작물은 생물이어서 다양한 원인이 장기적으로 작용해 피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어디까지가 원인이고 어디까지가 결과인지, 핵심 원인이 무엇인지, 칼로 자르듯 나누기가 어려운 것이다.

문제는 갈수록 이같은 분쟁이 더 많아지고 더 격화할 것이라는 점이다.

농가들의 요구는 분명하다. 병충해라는 겉으로 드러난 현상만 보지 말고 그 병충해가 일어나게 된 원인 즉 기상이변을 봐달라는 것이다. 말 그대로 ‘이변’이니 인간의 힘으로는 대응하기 힘들다는, 예방은 불가능하다는 점을 인정해달라는 것이다.

농민들은 요즘 수십년 농사를 짓는 동안 한번도 마주하지 못했던 날씨를 겪고 있다. 이상기후로 인한 피해를 이들이 고스란히 떠안지 않도록 관계기관의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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