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강현의 신농사직설] 제주농업의 힘 ‘우영팟’

관리자 2023. 7. 5.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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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관광객이 제주로 간다.

장수의 비결 또한 이 우영팟('텃밭'의 제주 방언)에서 나온다.

제주도 살림집의 경영에서 우영팟이라는 채전과 소막이라는 축사, 통시라는 측간은 필수불가결이다.

우영팟의 힘은 제주 음식의 본질적 원동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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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강현의 신농사직설-우리 농업의 법고창신]
동부 모래땅에선 당근 키우고
서부선 브로콜리·양배추 재배
사시사철 채소 키우는 ‘우영팟’
장수의 섬 비결로 알려져 있어
관광지·도심 개발로 농지 줄어
농촌 고령화·노동력 부족 몸살

많은 관광객이 제주로 간다. 제주는 이미 우리나라뿐 아니라 글로벌 관광지로 알려졌다. 많은 사람들이 제주를 감귤의 섬으로만 알고 있는데 실상은 그 이상으로 농업의 섬이다. 제주 동부의 모래땅에서는 당근이 나오며 서부의 애월 같은 곳에서는 브로콜리·양배추·비트 등이 자란다. 감자는 제주도의 특산인데 재미있는 것은 제주도에서는 고구마를 감자라고 부르고, 감자는 지슬로 호칭된다. 제주에서는 겨울을 이겨내 건강에 특히 좋은 많은 작물이 재배되고 있다.

그런데 막상 제주의 토양 사정을 보면 만만한 곳이 아니다. 제주도 토양은 쉽게 농사를 허락하지 않았다. 바다가 거친 만큼 땅도 거칠었기 때문이다. 문헌에서는 일제히 거친 풍토를 지적하고 있다. 임제는 ‘남명소승’에서 “온 섬이 자갈투성이고 한 조각의 풍성한 흙이라고는 없다”고 했다. 김상헌은 ‘남사록’에서 “농기(農器)가 매우 좁고 작아서 어린아이 장난감 같다. 그 까닭을 물어보니, 흙이 두어치 속에만 들어가도 다 바위와 돌이므로 깊이 들어갈 수 없다”고 했다.

이렇듯 조건이 열악한데도 제주도는 일찍이 장수의 섬으로도 유명하다. ‘탐라순력도’에 정의현성에서 치러진 노인잔치를 그린 ‘정의양로(旌義養老)’가 있다. 그림에는 제주목에 80세 이상이 183명, 90세 이상 23명, 100세 이상 3명으로 기록됐다. 그래서 제주를 인다수고(人多壽考·장수하는 사람이 많다)라고 했다. ‘탐라순력도’에 “춘분과 추분에는 노인성이 한라산에 나타난다”고 했으며, 그 덕분에 장수 노인이 많다고도 했다. 오늘날에도 제주도는 건강한 노인이 많다. 팔순 넘은 할망 해녀가 물에 뛰어드는 경우도 있다.

육지에 텃밭이 있다면, 제주도에는 우영팟이 있다. 장수의 비결 또한 이 우영팟(‘텃밭’의 제주 방언)에서 나온다. 제주도 살림집의 경영에서 우영팟이라는 채전과 소막이라는 축사, 통시라는 측간은 필수불가결이다. 우영팟은 채소류만 재배하는 것이 아니라 제수 과일을 위한 귤나무, 갈옷을 위한 감나무, 죽 제품을 위한 대나무도 심었다. 구근류를 재배하거나 지하에 저장하기도 하고 그 모종도 재배한다. 그래서 우영팟에서 힘을 기른다고 한다.

보통의 제주 사람들은 우영팟 하나만 가지고도 웬만한 채소는 모조리 해결한다. 필자가 실제로 약 66㎡(20평)의 우영팟을 경영해보았는데 사시사철 채소를 공급할 수 있었다. 오늘날 제주도도 아파트 문화로 바뀌고 있으나 여전히 단독주택 비율이 높고 각 집마다 우영팟이 어떤 형식으로든지 존재한다.

따스한 기후도 무시할 수 없다. 겨울과 초봄에는 모진 바람이 불어 육지 이상으로 춥지만, 실제 기온은 따스하다. 돌담만 잘 쌓아 바람을 막아주면 한겨울에도 배추나 마늘이 잘 자란다. 제주에선 게으르지만 않으면 우영팟의 소출만으로 5인 가족이 먹을 채소를 충당할 수 있다. 우영팟의 힘은 제주 음식의 본질적 원동력이다.

제주도에서는 식재료 유통의 거리와 시간도 생태친화적이다. 조금만 노력하면 로컬푸드를 구할 수 있는 곳이 제주도다. 가령 육고기만 하더라도 냉동이 아닌 냉장 육고기를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다. 섬이라는 제한적인 조건이 친환경적 로컬푸드의 본거지를 만들어내는 중이다. 슬로푸드 운동이 벌어지고 있는데 최적의 조건을 갖춘 곳은 사실 제주도다.

그러나 제주도 역시 관광지와 도심 개발로 농지가 줄어들고 농촌은 고령화로 몸살을 앓는다. 또 노동력 부족도 큰 문제다. 제주를 관광의 섬으로만 알고 있지만 실은 농업의 섬이고 제주민 다수가 농민이다. 제주를 제대로 이해하는 시각이 필요하다.

주강현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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