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日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방류에 대하여
[토니 어윈 호주국립대 핵물리학 명예 부교수] 일본은 후쿠시마 제1원자력 발전소에서 ‘오염수’를 방류할 계획이라고 알려져 있다. 이는 언뜻 보면 ‘방사성 오염수’를 해양에 내보낸다는 대단히 위험한 일처럼 여겨질 수 있으나, 후쿠시마 원전에서는 ‘오염수’가 아니라 삼중수소를 제외한 모든 방사성 물질이 제한치 이하로 제거된 ‘처리수’가 해수로 더욱 희석된 상태로 방류될 예정이다.
삼중수소는 방사성 핵종 가운데 가장 약한 방사능 물질이다. 인간의 피부를 관통할 수 없는 평균 5.7킬로전자볼트(keV)의 낮은 수준의 베타선, 즉 전자를 방출한다. 또한 삼중수소는 비방사성인 헬륨으로 붕괴되는데 인체에서는 열흘, 어류에서는 이틀 정도의 생물학적 반감기를 가진다. 특히 먹이사슬을 거쳐 올라갈수록 더욱 희석되면서 수산물에 축적되지 않는다. 삼중수소는 대기 상층부에서 지속적으로 생성돼 비를 통해 내려오는 만큼 바다에도 삼중수소수가 자연적으로 존재한다.
지난 60여년간 대부분의 원자력 발전소와 원자력 재처리 시설에서는 삼중수소수를 꾸준히 방류해 왔지만 이로 인해 인간과 환경에 발생한 피해는 없었다. 연간 삼중수소수 배출량은 원자로 종류에 따라 결정되는데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는 비교적 적은 양의 삼중수소수가 생성되는 비등수형 원자로(BWR)가 채택됐다. 원전 사고 이전부터 연간 방류 기준치 22테라베크렐(TBq)이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으며 이는 인체나 환경에 유해성을 미치기에는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현재 운전 중인 원자로 중 71%를 차지하는 가압수형 원자로(PWR)는 보다 많은 양의 삼중수소수를 내보낸다. 가압수형 원자로를 활용하는 한국 고리 원전은 2021년 당시 후쿠시마 방류 기준의 2배를 초과하는 삼중수소수 49TBq를 내보냈으며 대기로는 삼중수소 21TBq를 방출했다. 중수로의 경우 더욱 많은 삼중수소를 생성하는데 이를 활용하는 월성 원전은 2021년 후쿠시마 방류 기준의 3배를 뛰어넘는 삼중수소수 71TBq를 방류했으며 대기를 통해서 삼중수소 92TBq를 배출했다.
2017년 한국 연구진의 자료에 따르면 2011~2015년까지 5년간 국내 4개 원전에서 일반인이나 환경에 대한 피해 없이 1081TBq의 액체 삼중수소를 배출한 바 있다. 한국의 원전에서 5년간 내보낸 삼중수소 1081TBq에 비해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30년 이상 기간에 걸쳐 방류될 890TBq은 매우 적은 수준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원자력 발전소에서 방출하는 액체 삼중수소는 핵연료 재처리 시설에서 방류하는 삼중수소와 비교했을 때도 훨씬 낮은 수준이다. 실제 프랑스의 라아그(La Hague) 재처리 시설에서는 2018년 기준 연간 1만1400TBq에 달하는 수준의 액체 삼중수소가 방류되고 있지만 이는 어떠한 피해도 끼치지 않고 영국해협에 흘러들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후쿠시마 제1원전에는 총 890TBq의 삼중수소가 함유된 약 130만톤의 처리수가 약 1000개의 탱크 안에 저장돼 있다. 일본 정부가 설정한 바닷물의 삼중수소 농도 제한은 리터당 6만Bq인 반면, 실제 방류 시에는 세계보건기구(WHO) 음용수 기준의 7분의 1 수준에 해당하는 리터당 1500Bq의 배출 기준이 적용될 예정이다. 국제 기준으로 봤을 때 매우 엄격한 수치다. 방사능 오염수는 다핵종제거설비(ALPS)를 통해 삼중수소를 제외한 모든 방사성 물질이 제한치 이하로 제거될 것이며 이러한 정화 과정을 거친 ALPS 처리수는 리터당 1500Bq 이하로 추가 희석돼 해안가로부터 1km 떨어진 해저 터널을 통해 방류할 계획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한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의 저명한 전문가 11명과 함께 태스크포스(TF)를 준비해 방류 계획을 검토한 바 있다. 이 TF는 지금까지 수차례에 걸쳐 보고서를 발표했는데 IAEA 전문가들이 내린 결론을 통해 처리수가 계획대로 방류된다면 인체와 환경에 대한 유해성은 없을 것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후쿠시마 원전 처리수 방류는 상당히 신중한 결정이다. 인체는 물론 환경에 대해서도 피해를 주지 않을 것이다. 특정 단체들이 처리수 방류를 반대하면서 방사성 폐기물은 무조건 위험하다는 인식을 강화면서 특히 어업인을 포함한 후쿠시마 현지 주민과 주변국에 불필요한 공포감이 조성되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윤종성 (jsyoo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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