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열번째...애서가들이 알아본 '글맛' 나는 문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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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서평지'를 표방한 '서울리뷰오브북스'(이하 서리북)가 최근 10호를 발간한 건 하나의 사건이다.
서리북은 2021년 3월 홍 편집장과 권보드래 고려대 국문과 교수, 김두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김영민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등 소문난 책벌레들이 모여 창간호를 펴냈다.
동시에 "뉴욕리뷰오브북스 같은 고급 문예지를 표방하면서 대중서 위주의 서평을 쓴다"는 상반된 질책도 있다고.
서리북이 비판적 책 읽기, 저자를 향한 도전, 논쟁 일으키기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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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0명 구독자 확보 목표"
‘좋은 서평지’를 표방한 ‘서울리뷰오브북스’(이하 서리북)가 최근 10호를 발간한 건 하나의 사건이다. 책을 안 읽는 시대, 유서 깊은 잡지까지 폐간하는 척박한 출판 현실에서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열 번째 잡지를 묶어냈다. 감각적 편집, 시의적절한 주제, 글맛을 내기 위한 노력이 애서가의 눈길을 사로잡은 덕이다. 편집장인 홍성욱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는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독자들의 반응을 열심히 체크하는데 블로그나 인스타그램 등에서 서리북이 계속 나왔으면 좋겠다는 말을 들을 때 정말 힘이 된다”며 “앞으로 10년 동안 잡지를 내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서리북은 2021년 3월 홍 편집장과 권보드래 고려대 국문과 교수, 김두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김영민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등 소문난 책벌레들이 모여 창간호를 펴냈다. “칭찬 일색의 주례사 서평은 지양한다”, “논쟁을 피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켰다. 어려움은 없었을까. 교수들이 주축이라 ‘엘리트적인 잡지’라는 비판을 받는단다. 동시에 “뉴욕리뷰오브북스 같은 고급 문예지를 표방하면서 대중서 위주의 서평을 쓴다”는 상반된 질책도 있다고. 홍 교수는 “엘리트와 대중성 사이에서 어느 길을 걷다 보면 서리북만의 색채가 생길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번 호의 주제는 ‘베스트셀러를 통한 세상보기’다. ‘세이노의 가르침’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이기적 유전자’ 등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책 다섯 권을 골랐다. 세속적 성공을 설파하는 ‘세이노의 가르침’이 대상이 된 것은 의외. “60대 흙수저 출신 남성 세이노의 이야기가 대체 왜 세대와 성별을 막론하고 불티나게 팔릴까”를 분석했다. ‘노’(No)라고 말할 줄 알아야 한다는 뜻의 세이노(SayNo)는 1,000억 원대 자산가로 의류업, 정보처리 등으로 재산을 모았다고 알려졌다. 그의 책은 올해 상반기 최대 베스트셀러다. 서평을 쓴 양승훈 경남대 교수는 “세이노는 학교 공부를 못했어도 상관없다고 책의 모든 장면에서 강조한다”고 했다. 돈 없고 백 없고 학벌 없어도, 문제 해결력과 업무지식이 있으면 성공할 수 있다는 게 책을 관통하는 메시지다.
책 ‘지적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지대얕) 서평은 한승혜 작가의 손끝을 거쳤다. 그는 ‘지대얕’ 같은 요약본 책을 ‘다뤄야 할 내용은 많은데 시간은 한정됐을 때 듣는 입시학원 요약 강의’로 비유하며 “교양을 쌓는 데 일정한 도움은 되겠지만 뒤돌아서면 무엇을 배웠는지 희미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홍 교수는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가 “관련 이론의 변화와 이에 근거한 수많은 비판에도 불구하고 1976년 나온 책이 그대로 읽히고 있다”면서 “이기주의를 부추기는 시대적 분위기 때문일 수 있다”고 썼다.
서리북이 비판적 책 읽기, 저자를 향한 도전, 논쟁 일으키기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홍 교수는 “우리 학계에는 누가 자신을 비판해도 ‘무시하는 게 상책’이라고 여기는 분위기가 있다. 책을 비판적으로 읽고, 저자가 반론을 제기하는 과정을 통해 담론장을 활성화하고 싶다”고 했다. 우리 사회에 지적 자극을 던지고 싶다는 포부다. 올해까지 한국고등교육재단(KFAS)의 지원을 받은 서리북은 내년 재정 독립을 앞두고 있다. 1,000명 정도 확보한 독자를 4,000명까지 늘리는 게 1차 목표. 오는 9월에는 미ㆍ중 패권전쟁과 신냉전을 주제로 한 11호가 출간된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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