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반도체 설계 지원 늘린다" 국내 시스템반도체 판 키우는 삼성
토종 시스템반도체 설계 회사에 시제품 제작 지원
삼성전자가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와 함께 국내 시스템반도체 생태계 강화에 팔을 걷어붙인다. 전체 반도체 시장의 앞날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인공지능(AI)이 화두로 떠오르자 관련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고성능 AI 반도체를 위한 첨단 파운드리 공정을 적극 활용할 수 있게 지원하겠다는 구상이다.
삼성전자는 4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삼성 파운드리/SAFE 포럼'을 열고 AI반도체 생태계 강화를 위한 파운드리 전략을 알렸다. 삼성전자는 팹리스 고객을 위해 최첨단 'MPW' 서비스를 내년에 올해보다 10%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MPW란 한 장의 웨이퍼(반도체 원판)에 여러 종류의 반도체 제품을 함께 생산하는 다품종 소량생산 방식을 말한다. 반도체 생산라인이 없는 팹리스는 시제품을 생산해 성능을 검증해야 하는데 이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MPW 서비스다. MPW 횟수가 늘어날수록 팹리스는 많은 제품을 시험해볼 수 있고 파운드리 업체로서도 잠재적 고객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삼성전자는 특히 '토종 시스템반도체 회사'의 성공을 위한 지원을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국내 협력사와 공동 연구개발과 중소 팹리스 MPW 지원에 10년 동안 각각 5,000억 원을 쓸 예정"이라고 전했다. 국내에 ①소재·부품·장비 업체와 ②팹리스, ③제조업체로 이어지는 반도체 생태계를 탄탄하게 마련하는 것이 파운드리의 장기 성장을 위해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3월 조성 계획이 발표된 '용인 반도체 국가산업단지'에도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생산 라인 말고도 국내외 소부장·팹리스 업체들이 여럿 자리 잡는데 이 역시 우리만의 생태계 형성이 목표다.
삼성전자는 첨단 공정을 활용하는 고객사의 편의도 강화한다. 설계자산(IP) 보유 기업과 손잡고 새로운 반도체 설계지원키트(PDK) 솔루션을 하반기 중 2·3나노미터(㎚·1나노미터는 10억 분의 1m) 활용 기업에 제공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7일 미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에서 개최한 파운드리 포럼에서 2025년부터 2나노 제품을 양산한다고 밝혔다.
AI 전문 팹리스, 삼성 파운드리 통한 성과 공개
이날 포럼에는 국내 AI반도체 전문 팹리스인 리벨리온과 딥엑스가 참여해 고성능 저전력 AI반도체를 개발한 경험을 공개했다. 박성현 리벨리온 대표는 "삼성전자 파운드리 5나노 공정에서 제작된 AI반도체 아톰(ATOM)이 동급 GPU(그래픽처리장치) 대비 최대 3.4배의 에너지 효율을 보였다"고 강조했다. 김녹원 딥엑스 대표도 "고성능 저전력 AI반도체 4종을 삼성전자 5나노, 14나노, 28나노 공정을 통해 개발했다"고 말했다.
국내 최대 팹리스로 꼽히는 LX세미콘 또한 포럼에 참여해 삼성전자와 협력 강화를 예고했다. 고대협 LX세미콘 연구소장은 "삼성전자 파운드리와 8인치 협력을 강화하고 앞으로 12인치까지 협력 범위를 넓힐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시영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사장은 기조연설에서 "고성능 AI반도체에 특화된 최첨단 공정, 글로벌 설계자산(IP) 파트너사와 긴밀하고 발 빠른 협력을 통해 AI 시대 패러다임을 이끌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삼성전자 반도체부문은 전날 기술총괄 임원을 교체하는 인사도 진행했다. 파운드리사업부의 경우 정기태 파운드리사업부 기술개발실장(부사장)을 파운드리사업부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임명했고 새 기술개발실장 자리는 구자흠 부사장에게 맡겼다.
주력 사업인 D램의 차세대 제품을 개발하는 D램개발실도 진용을 바꿨다. 황상준 메모리사업부 전략마케팅실 부사장을 D램개발실장에 임명했다. 그 아래 설계팀장은 오태영 부사장, 선행개발팀장은 유창식 부사장이 각각 맡는다. 삼성전자 측은 "부사장 단위 인사와 조직개편은 필요할 때마다 진행한다"고 밝혔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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