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밀가루 가격 일부 내렸지만…서민·자영업자 "실감 안 나네"
장보는 시민들 "제한적이고 묶음할인에 체감 적어"
최근 각종 원부자재·에너지·인건비 전방위 상승에
자영업자들 "음식값 인하는 엄두도…올려야 할 판"
[이데일리 김범준 기자 이영민 수습기자] “이달부터 라면과 밀가루 등 가격을 내렸다고 하는데 일부 품목에다 인하폭도 적어 딱히 체감은 안 되네요. 식당에서도 음식값은 그대로고요.”
서울 양천구에 거주하는 정성훈(44)씨는 “라면이나 과자 같은 건 개별 구매보다 할인마트에서 묶음으로 주로 사다보니 실질적인 구매가격은 마케팅의 영향을 더 받는 것 같다”면서 “6000~7000원하던 순댓국도 요즘 1만원씩 받고, 외식비가 많이 올라 가족 외식을 주 3일에서 2일로 줄였다”고 말했다.
은평구에 거주하는 김해준(35)씨도 “밀가루랑 라면이 가격을 조금 내렸다고 해도 그 전에 올린 게 커서 소비 지출액에 큰 변화는 없을 것 같다”고 했다. 용산구 한 마트에서 장을 보던 주부 서모(61)씨는 “값이 오른 게 너무 많아서 10만원으로도 별로 살 게 없어 장보기가 여전히 겁난다”고 한숨을 내뱉었다.
서울 중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김휘승(58)씨는 “과자 1봉지 가격이 1500원에서 1400원 정도로 약간 낮아졌는데 인하율이 낮아 잘 체감하지 못할 것”이라며 “판매량이 크지 않은 몇 개 품목에 한정되다 보니 매출에 미치는 영향도 미비하고 손님도 그대로”라고 말했다.
종로구에서 샌드위치 가게를 운영하는 이기성(48)씨는 “빵을 재료로 많이 쓰는데 가격 변화에 따른 영향은 아직 느끼진 못한다”면서 “아직 매출에 변화가 없지만 생산비가 다 오르진 않아 그나마 다행인 것 같다”고 말했다.
용산구에서 중국요리 식당을 운영하는 한 점주는 “밀가루 가격이 낮아졌다고 하는데 공급 받는 구매비는 아직 그대로”라며 “재료 비용 부담이 조금 줄어도 다른 비용이 이것저것 워낙 많이 오른 탓에 짜장면 값을 내리는커녕 오히려 올려야 할 판”이라고 토로했다.
지난 1일부터 농심(004370)은 대표 제품 ‘신라면’(봉지면)의 소매점 기준 가격을 1000원에서 950원으로 50원(5%), ‘새우깡’ 가격도 1500원에서 1400원으로 100원(6.7%) 인하 조정했다. 오뚜기(007310)도 ‘진짬뽕’ 등 자사 라면류 15개 제품 가격을 평균 5% 인하했고, 삼양식품(003230) 역시 ‘삼양라면’ 등 12개 제품 가격을 평균 4.7% 내렸다. 팔도도 11개 제품을 평균 5.1% 인하했다. CU·세븐일레븐·이마트24 등 편의점 업계도 스낵과 음료 등 일부 PB(자체 생산 브랜드) 제품 가격 인하에 동참했다.
이는 최근 국제 밀가격이 전년 대비 약 50%가량 떨어지면서 정부가 식품업계에 가격 인하 압박을 가한 영향이다. 소맥분 시장 기업 간 거래(B2B) 1위 사업자인 대한제분도 지난 1일부터 ‘곰표 밀가루 중력분 20㎏’ 등 자사 주요 제품 가격을 평균 6.4% 인하했다. 제분업계가 밀가루 가격을 인하하면서 밀가루를 주원료로 쓰는 라면·제빵·제과업계의 원가 부담도 줄어든다.
김범준 (yol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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