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불법 천막에 전기까지 대준 지자체, ‘천막 공화국’ 된 원인
서울 시내에 집회를 이유로 설치한 불법 천막이 55동에 달한다고 한다. 이 중엔 설치한 지 3년이 넘은 것도 여러 개다. 집회 신고를 해도 천막은 불법이다. 그런 불법이 수년째 방치되고 있는 것이다. ‘노량진 수산시장 비대위’라는 단체는 동작구 노량진역 육교 위에 불법 천막 8동을 4일 기준으로 1375일째 세우고 있다. 그동안 동작구청이 몇 차례 철거를 했지만 비대위는 이후 계속 천막을 설치했다고 한다. 행정기관의 법 집행이 무르다는 것을 알기 때문일 것이다.
이는 그나마 나은 경우다. 서울 노원구청 앞에는 ‘월계인덕대책위’라는 단체가 1336일째 불법 천막을 치고 농성 중인데 구청은 그동안 과태료 부과나 철거 시도를 한 번도 하지 않았다. 주민 민원이 빗발쳤지만 ‘자진 철거 계고장’도 보내지 않았다고 한다. 일부 지자체 중엔 불법 천막 농성자들에게 구청 전기까지 끌어다 쓸 수 있게 해준 곳도 있다고 한다. 불법 천막 철거 의무가 있는 지자체 공무원들이 직무유기를 넘어 불법에 편의를 제공한 것이다.
불법 천막 시위가 이토록 번진 것은 서울 광화문광장에 세월호 천막을 세우면서부터다. 당시 박원순 시장은 이를 묵인하고 지원까지 했다. 이 시설을 서울시 의회로 옮기기까지 7년이 걸렸고, 그 사이 진영을 가리지 않고 툭하면 불법 천막을 세웠다. 지금도 서울시청 주변엔 코로나백신피해자가족협의회가 세운 합동 분향소가 1년 넘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핼러윈 참사 유가족협의회는 지난 2월 시위 도중 갑자기 서울광장에 분향소를 세웠다. 여의도 국회의사당 주변에도 불법 천막 15동이 들어서 있다. 다른 지자체도 마찬가지고, 기업 주변의 불법 천막 농성도 흔한 풍경이 됐다. 불법을 방치하고 용인하면서 대한민국이 ‘천막 공화국’이 된 것이다.
행정기관들은 불법 천막 강제 철거 시 불상사가 생길 것을 두려워한다. 하지만 지난달 서울 서초구청은 현대차그룹 사옥 앞에 있던 불법 천막을 10년 만에 별 무리 없이 철거했다. 민노총 분신 노조 간부 분향소 천막은 경찰이 막았다. 그동안 불법 천막 철거는 못 한 게 아니라 안 한 것이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일본서 고래고기 4t 수십차례 나눠 밀수한 50대 ‘집행유예’
- 아내와 다툰 이웃 상인 살해하려 한 40대 남성, ‘집유’
- 첫 발탁, 첫 출전, 데뷔골… 한국 축구에 활력이 돈다
- 법원 “법정구속, 차량·키도 몰수”…상습 무면허 음주운전자의 최후
- 홍명보호, 전세기로 요르단행… 19일 팔레스타인전서 5연승 도전
- 시진핑 “한반도 전쟁과 혼란 허용 못해”
- “UFO 몇번이나 부딪힐 뻔”…美 전직 해군 메일에서 삭제된 영상
- Samsung stock rebounds, but semiconductor recovery faces long road
- 음주단속 피해 달아나다 경찰차 들이받은 30대...경찰 추격 끝 검거
- “하루 아침에 겨울 됐다”…뚝 떨어진 기온, 내일은 영하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