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도시 마동석 주먹 소리, 음향효과로 만들었죠”

김미주 기자 2023. 7. 5.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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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권 모노폴리 대표

- 영화 130여편 후반작업 베테랑
- 지역영화 콘텐츠 기술 지원도
- 플랫폼 있다면 K사운드 확장 가능

“범죄도시2에서 관객이 마동석 배우의 에너지를 담은 듯한 ‘주먹 소리’에 많은 관심을 보였어요. 배우의 연기와 어울리는 소리를 디자인한 결과입니다.”

정성권 모노폴리 대표가 음향효과의 중요성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이원준 기자


모노폴리 정성권 대표가 폴리(음향효과)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부산 유일의 ‘폴리 아티스트’다. 2002년부터 지금까지 130여 편의 한국영화 사운드 후반작업에 참여한 베테랑이다. 최근에는 ‘범죄도시’ 2,3편 사운드 후반작업에 참여했다.

정 대표는 폴리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소품인 원형 문손잡이를 들고 ‘찰칵’ 돌렸다. 영화 속에서 권총을 장전할 때와 비슷한 소리가 났다. 그는 “배우와 화면, 소리가 동시에 어우러지려면 모든 움직임에 이질감이 없어야 한다. 흘려 듣는 모든 소리를 계획하고, 영상에 입혀야 자연스럽게 영화를 즐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는 2013년 고향인 부산으로 돌아와 녹음실을 갖춘 지역 유일의 사운드 후반작업 업체인 ‘모노폴리’를 열었다. 지난 4월부터는 부산영상위원회가 운영하는 부산사운드스테이션에 입주해 세계적 후반작업 업체 아이유노글로벌과 함께 1년간 부산지역 영화영상 콘텐츠의 후반작업을 기술지원하고 있다.

소리를 디자인할 때는 많은 회의와 연습을 거친다. 정 대표는 “‘범죄도시 2’ 때는 마동석 배우와 어울리는 주먹 소리를 위해 총소리나 바람소리 등을 변형해서 넣자는 아이디어 회의를 많이 거쳤다”고 설명했다. 또 “극중 악역인 손석구 배우의 민첩한 손놀림을 표현하기 위해 날카로운 느낌의 소리도 많이 넣었다”고 설명했다.

보통 영화당 후시녹음 비율은 50%가량인데, ‘범죄도시 2’는 그 비율이 95%나 됐다. ‘범죄도시 3’은 두 씬 빼고는 모두 후시녹음했을 만큼 소리를 거의 새로 입혔다. 정 대표는 “미국의 블록버스터 제작 때 많이 쓰는 방식이다. 대사와 소리가 잘 전달된다는 장점이 있지만, 작업 시간은 두세 배 더 걸린다”고 했다. 보통 한 작품당 후시녹음에 2~3주 걸린다면, ‘범죄도시’는 3~4개월 걸렸다는 게 정 대표의 설명이다.

여러 소리를 계획하고 디자인하다보니, 일상생활에서도 소리에 신경 쓰는 습관이 생겼다. 정 대표는 “화면에서 한 명이든 여러 명이든 그들의 움직임을 빠르게 캐치하고 소리를 입히다 보니, 식당을 가도 사람들 움직임과 소리에 자연스레 귀를 기울이고 움직임을 외우고 있더라”며 “최대한 신경을 안 쓰기 위해 땅만 보고 다닐 때도 있다”고 웃었다.

폴리 작업은 녹음실과 소품·영상 파일만 있다면 수도권에 있지 않아도 어디서든 가능하다. 지리적 제약이 덜하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정 대표는 ‘K-사운드’의 가능성에 주목한다. 그는 “나라별 영화 소리의 특징이 있다. 멜로나 일상을 주로 다루는 일본은 맑고 청량한 느낌의 소리를 선호한다. 미국은 강력한 폭탄의 폭발음 등 소리만으로 관객이 위압감을 느끼게 하는 묵직한 소리가 많다”고 분석했다.

이어 “지리적 제약이 덜하니 아시아 영화와 협업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며 “해외 영화의 후반작업 참여를 전문적으로 연계할 기관 또는 플랫폼이 있다면 K-사운드를 더 알릴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산에 돌아왔을 때도, 10년이 지난 지금도 그는 부산 유일의 폴리 아티스트다. 이유를 묻자 “수도권으로 가거나, 부산 환경이 열악하기 때문”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대부분 후반작업 업체가 수도권에 있다 보니 인력도 수도권으로 갈 수밖에 없다. 정 대표는 대안으로 학생들의 체험교육을 제안했다.

그는 “초중고 학생이 사운드스테이션에 와서 더빙이나 폴리작업을 해보면, 유튜브 등 영상과 친숙한 세대라 금방 이해하고 재밌어 한다. 체험과 연계한 교육을 활성화하면 영화영상도시를 표방하는 부산에 생태계가 조성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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