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서울 학생 기초학력 공개 금지, 명분 없다
서울 초·중·고교 기초학력 진단검사 성적을 외부로 공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서울시의회 조례에 대해 대법원이 최근 집행정지 명령을 내렸다. 학교별 성적이 공개될 경우 학교 서열화를 조장할 수 있다는 서울시교육청의 신청을 들어준 것이다. 이에 따라 해당 조례는 본안 판결이 선고될 때까지 효력을 발휘할 수 없게 된다. 학생을 공부시켜 달라는 시의회 의견을 시교육청이 반대해 조례 제정을 막겠다니, 주객(主客)이 전도된 느낌이다. 시교육청은 소극적으로 조례 제정을 반대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설득력 있는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학업성취도나 기초학력 검사 전수평가가 필요한 것은 코로나 사태 이후 급격히 떨어진 기초학력 수준을 올리기 위해서다. 지난해 치러진 평가 결과, 고2 의 경우 수학 과목의 기초학력 미달 비율은 2017년 9.9%에서 15%로, 영어는 4.1%에서 9.3%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영국 등 주요 국가들은 학업성취도나 기초학력 검사 전수평가를 하고 있다.
기초학력 성적 공개가 사교육을 부추길 것이라는 주장은 터무니없다. 지난 2017년 학업성취도 평가 대상을 전수에서 ‘3% 표집’(표본 추출)으로 축소하고 그 결과마저 공개하지 않아 학생은 자신의 학습 능력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그리고 전국 학생 중 어느 수준인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오히려 사교육에 의존하게 된다. 기초학력 진단검사는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전수평가를 해야 하며, 전체 참가 학생들의 성적 순위도 공개해야 한다. 이런 자료는 교사에게는 수업 계획과 자료 준비, 학습 지도법을 피드백하는 중요한 수단이 되고, 학생들은 자신의 수준을 확인하고 학습 결손 요소를 찾아 보완하기 위한 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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