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직필] 슈퍼빌런의 경제학

기자 2023. 7. 5. 03:0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제학에 슈퍼스타 이론이라는 것이 있다. 소위 말하는 셀럽들 사이에서 소수의 최상위가 엄청난 소득을 올리는 것을 설명하는 이론인데 어느 분야든 최상위의 능력은 뛰어나지만 그것만으로 엄청난 소득의 독식을 설명하기 어렵다. 벌어지는 소득 차이만큼 최상위의 능력이 차상위에 비해 좋아졌다고 말할 근거는 없기 때문이다.

이창민 한양대 교수

슈퍼스타들이 탄생하는 데에는 기술의 발전이 한몫한다. BTS는 남미, 아프리카 등 세계 시장을 어렵지 않게 커버하는데 그게 인터넷일 수도 있고 유튜브일 수도 있다. BTS가 세계적 슈퍼스타가 된 데에는 그들의 능력을 증폭시켜주는 IT기술의 기여가 상당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기술의 발전이 좋은 방향으로만 작동하는 것 같지는 않다. 슈퍼스타들이 조금만 흑화되어도 부정적 영향 또한 쉽게 전파될 것이기 때문이다. 많이 흑화될 필요도 없다. 상위 0.1%와 1%의 능력 차이가 몹시 커서 소득 차이가 매우 커지는 것이 아니라 작은 능력 차이가 기술과 결합돼 승자독식을 가져오는 것에 정확히 반대의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의 기술은 작은 ‘뻘짓’도 크게 증폭시킬 준비가 되어 있다.

최근 언론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은 테슬라와 메타의 최고경영자인 일론 머스크와 마크 저커버그의 진짜 싸움 성사 여부이다. 트위터에서 농담처럼 시작된 것이 일파만파로 커져 이제는 아주 가관이다.

세계 최고 종합격투기 단체인 미국 UFC 회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둘의 경기는 역대급 빅 파이트가 될 것이라고 끼어들었고,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 연구원이자 인공지능의 권위자라고 알려진 사람은 트위터에 일론 머스크가 주짓수 훈련을 하는 사진까지 공개했다. 또, 둘의 격투를 가상에서 즐길 수 있는 웹게임까지 벌써 나왔단다.

잘 모르겠다. 누구는 그냥 웃고 넘어가면 되지라고 말할 수 있겠으나 미국, 더 나아가 전 세계 젊은 세대들의 롤모델이라는 두 사람이 서로를 때려눕히겠다며 진정한 능력자란 이런 것이다라고 관종질하는 것이 나는 좀 불편하다. 두 사람은 이미 슈퍼스타다. 1970년대 이래 대부분의 자산버블은 평균 5년 동안 500% 정도 상승하고 꺼졌는데, 테슬라의 10년 주가수익률은 2756%이고 메타는 985%이다. 근래 자산버블의 역사에서 거의 나타난 적이 없는, 10년이 넘는 상승과 1000% 이상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는 파괴적 혁신기업(Disruptors)의 두 주역이다.

이 둘이 새로운 세계를 열어젖혔다고 찬양하기도 하지만 뭔가 불안하다. 이 기간 동안 아이러니하게도 세계경제는 생산성의 정체라는 역설을 겪고 있기도 하다. 난 혁신기업들의 기술을 평가할 능력은 없다. 다만 이 놀라운 기업가치 상승에는 많은 퍼즐들이 있을 것이고 적어도 이 파이터들에게 무조건 엎어지는 대열에 동참할 마음은 없다.

슈퍼스타는 쉽게 슈퍼빌런이 될 수 있다. 왜? 일단 자기 선택이다. 우리는 경험적으로나 실증적으로 최고의 자리에 오르는 사람이 매우 독특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이런 내재적 성향은 조건만 갖추어지면 언제든지 밖으로 나타날 수 있다. 두 번째, 슈퍼스타는 통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엄청난 영향력을 가진 사람에게 면전에서 노(No)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이번 머스크와 저커버그의 싸움에 언론과 지지자들이 열광(?)하고 있을 때 유일하게 싸움을 부추기지 말라고 제동을 건 사람은 머스크의 어머니이다.

얼마 전 해외 언론에서 재미있는 비교를 보았다. 슈퍼스타 이론이 잘 작동한다고 알려진 뮤지션 시장에서 최근 미국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는 콘서트당 1200만달러를 버는데, 170년 전인 1850년대에 영화 <위대한 쇼맨>에 나왔던 스웨덴 오페라 가수 제니 린드는 450만달러를 벌었다. 2020년대의 테일러 스위프트가 1850년대의 제니 린드보다 2.7배 더 버는 데 그친 것이다.

음향기술의 비약적 발전으로 지금은 대규모 군중이 들어갈 수 있는 스타디움에서 콘서트를 즐길 수 있다. 콘서트 장소의 크기 차이를 감안하면 콘서트 표의 가치는 제니 린드가 높았을 것이다.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지만 제니 린드가 테일러 스위프트보다 대체 불가능한 가치가 있었다는 주장이 있다.

우리는 슈퍼빌런들에게 경고를 날릴 수 있어야 한다. 당신이 기술을 발전시켰지만 그 기술이 당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하고 있다고 말이다. 그리고 상대방을 힘으로 굴복시키는 것으로 그 능력을 과시하고 싶다면 당신은 마피아 두목과 다를 바 없다는 것도 알려야 한다.

이창민 한양대 교수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