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 神弓 계보 이을 무서운 스무살이 나왔다
세계 최강을 자랑하는 한국 여자 양궁(洋弓)에서 ‘GOAT(Greatest Of All Time)’로 거론되는 선수는 여럿이다. 우열을 가릴 순 없지만 굳이 ‘신궁(神弓)’을 꼽자면 전 종목 통틀어 한국 올림픽 역사상 최다 메달 보유자(금4 은1 동1) 김수녕(52)이 자주 거론된다.
이제 그 계보를 이을 수 있는 무서운 신예가 또 등장했다. 지난 5월 현대 양궁월드컵 2차 대회(중국)와 지난달 3차 대회(콜롬비아)에서 모두 개인전·단체전을 석권, 금메달 4개를 사냥한 임시현(20·한국체대)이다. 그녀는 앞서 ‘사실상 세계대회’로 통하는 양궁 국가 대표 선발전에서 안산(22·광주여대), 강채영(27·현대모비스), 최미선(27·광주은행) 같은 쟁쟁한 선배들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그리고 첫 태극 마크를 단 월드컵에서 모두를 놀라게 했다.
임시현은 초등학교 3학년 때 우연히 양궁과 인연을 맺었다. 운동을 좋아해 축구 선수를 해볼 생각도 있었다. 하지만 학교(강릉 노암초)엔 축구부 대신 양궁부가 있었다. 축구 선수 하려고 전학 가긴 쉽지 않고 ‘그래 양궁 한번 해보자’면서 활을 잡았다. “지금은 양궁 카페도 있지만 당시엔 일반인이 활을 접하기 어려웠어요. 마냥 신기했고 어린 마음에 스스로 멋져 보였죠.”
그 뒤론 축구 대신 양궁이 그녀의 인생이 됐다. 중학교도 양궁부가 있는 강원 원주시 북원여중으로 ‘유학’을 갔다. 하지만 어린 나이에 합숙 훈련을 자주 하다 보니 마음이 흔들렸다. 그녀는 “1학년 때가 고비였다. 엄마가 너무 보고 싶었고, 나중에 들어보니 부모님도 ‘딸이 너무 일찍 집을 나갔다’며 속상해 하셨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 외로움을 훈련으로 달랬다. 새벽부터 시위를 당겼고 방과 후엔 밤 9시까지 훈련했다. 하루에 화살 1000발을 쏜 날도 있었다. 손에 감각이 없을 정도까지 시위를 당겼다. “어린 나이에 홀로서기를 해서인지 그 뒤로 서울체고로 다시 진학할 때는 덤덤했다”면서 “사춘기 시절에 마음을 차분하게 유지하는 법을 저절로 배웠다”고 전했다.
그 강도 높은 자각 훈련은 천천히 효과가 나타났다. 중학교 때는 전국 대회 성적이 신통치 않았다. 주로 10위 밖이었다. 고교 때 야간 훈련을 늘려 집중하니 전국체육대회, 대통령기 등에서 1~3위에 오르며 기량이 만개했다. “훈련을 하니 성과가 따르고, 성과를 내니 더 재미가 붙었다”고 했다. 작년 국가 대표 선발·평가전에선 5위를 했지만 자신감을 얻은 터라 올해는 결국 1위로 국내 최고 자리까지 상승했다.
그녀는 어쩌면 경쟁 상대일지 모르는 선배들에게 고마워한다. 임시현은 “월드컵 2차 대회에 처음 나섰을 때, 상대 점수를 계속 확인하느라 집중이 잘 안 됐다”고 했다. 그런데 선배들이 “의식하지 마라” “우리 화살에만 집중해라”면서 조언과 격려를 건넸다. 그는 ‘이런 게 국가대표구나’라고 감명을 받았다. ‘팀 코리아’, 최강 한국 양궁의 저력이다.
이젠 홀로서기도 자신한다. 스포츠 심리 책을 읽으면서 ‘불안을 긍정적으로 해석하자’ ‘현재에 집중하자’는 주문을 스스로에게 주입한다. “양궁이 밖에선 잔잔해 보이지만, 실제 선수들은 속으로 치열한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목표는 7월 세계선수권(독일 베를린), 9월 아시안게임(중국 항저우) 우승. 개인전도 중요하지만, 단체전 정상에 대한 욕심이 더 크다. “언니들과 호흡을 맞춰 1위를 하는 경험을 꼭 해보고 싶어요. 저도 국가 대표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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