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현진의 돈과 세상] [130] 독일에 헬륨가스 공급 끊은 미국
금속활자로 만든 첫 출판물은 직지심경이다. 그렇다고 해서 후속 출판물들이 전부 불경의 일종이라고 생각하면 난센스다. 그런데 비트코인의 후속물은 으레 지급수단으로 취급된다. 스테이블코인이나 대체불가능토큰(NFT)처럼 코인과 토큰임이 강조된다. 그것들을 통틀어 ‘디지털 자산’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이질적인 것을 하나로 묶는 것은 난센스다. 여객기, 전투기, 헬리콥터, 행글라이더, 드론, 미사일, 인공위성을 통틀어 ‘날것’이라 부르는 것과 다르지 않다.
1903년 라이트 형제가 하늘을 날았을 때 그들이 발명한 물건을 ‘날것(flyer)’이라 불렀다. 미국 육군(그때는 공군이 없었다)이 그 물건에 눈독을 들였다. 현상금을 내걸고 더 멀리, 더 빨리 비행하는 ‘날것’을 주문했다. 미국 항공 산업의 시작이다.
미국 항공 산업의 경쟁력은 크지 않았다. 이미 18세기에 프랑스의 몽골피에 형제가 열기구를 타고 하늘을 날았다. 라이트 형제가 실패를 거듭할 때 브라질의 산투스-두몽은 30분간 에펠탑 부근을 날았다. 독일의 체펠린이 만든 발명품은 라이트 형제의 ‘날것’보다 훨씬 많은 사람과 무거운 물건을 실었다.
‘날것’들의 경쟁은 치열했다. 미국은 속도가 빠른 비행기(airplane)로, 독일은 수송량이 월등한 비행선(airship)으로 승부했다. 그러던 어느 날 미국이 독일에 헬륨가스 공급을 뚝 끊었다. 공급망에 차질이 생긴 히틀러 정권은 비행선에 헬륨가스 대신 수소를 채워넣었다. 그러다가 1937년 5월 수소를 가득 채운 힌덴부르크호가 공중에서 폭발했다. 끔찍한 인명 사고 뒤 비행선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1900년 7월 2일 다섯명을 태운 독일 비행선이 17분 동안 6킬로미터를 비행했다. 라이트 형제의 비행기보다 먼저, 훨씬 오래, 훨씬 멀리 날았다. 그렇게 우수했던 독일의 항공 산업을 주저앉힌 것은 미국의 헬륨가스 공급 중단이었다. 소재부품이 산업의 목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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