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월회의 행로난] 신조어처럼 쓰이는 세계관
“이 게임의 세계관은 뭐야?” 이 말을 접했을 때 ‘우리나라가 게임 강국이라고 하더니 세계관을 논할 정도로 깊이 있게 발전했구나’ 싶었다. 다만 이 생각이 뜬금없었음을 깨닫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세계관은 게임뿐 아니라 웹툰, 웹소설, 드라마, 영화, 예능 등 여러 장르에서 널리 쓰이고 있다. 그런데 그 뜻은 자연과 사회, 인간과 삶 등을 바라보는 유기적 관점을 가리켜온 기존 의미와는 꽤 다르다. 이를테면 이렇게 쓰인다.
A드라마 세계관이라고 하면, 그 드라마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등장인물의 역할과 이력, 특성부터 등장인물 간의 관계, 사건의 내용과 의미, 그러한 인물과 사건의 배경인 시공간 등에 대한 정보의 총합을 가리킨다. 그래서 세계관을 파악하고 있으면 더욱 몰입해서 게임을 즐길 수 있고 드라마 등을 한층 ‘즐감’ 할 수 있게 된다. 세대를 막론하고 게임이나 드라마 등의 세계관을 파악하고자 노력하는 까닭이다.
세계관의 통합이란 표현도 종종 사용된다. A드라마 주요 인물이 B드라마에 나오면 A드라마와 B드라마의 세계관이 통합됐다거나 기대된다는 식으로 얘기한다. 그럴 때마다 세계관이 통합될 수 있다는 상상에 가슴이 웅장해지곤 한다. 나와 너의 세계관이, 금수저와 흙수저의 세계관이, 또 남과 북의 세계관이나 기독교와 이슬람교의 세계관 같은 것이 통합될 수 있다고 상상하는 것은 대단히 현실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는 우리의 세계관에 정작 별 관심이 없다. 일상에서 남의 세계관은 고사하고 나의 세계관에 관심을 갖는 일 자체도 드물다. 게다가 내가 속해 있는 이 세상의 세계관 파악은 나 자신을 객관화하기 힘든 만큼이나 어렵다. 반면에 게임 등은 나와 떨어뜨려서 객관화할 수 있다. 규모 차원에서도 내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은 사뭇 거대하다. 하여 세계관 파악이 녹록지만은 않다. 반면에 드라마 등은 너끈히 파악 가능한 규모다. 세계관을 어려워하지 않고 편히 사용하게 된 이유다.
물론 세계관 파악이 마냥 쉬운 건만은 아니다. 그럼에도 세계관이 일상적으로 쓰임은 분명히 반가운 일이다. 난관마저 유쾌하게 돌파하는 재미의 힘 덕분이다. 세계관 파악이란 만만치 않은 작업을 즐겨 행하게 했으니 말이다.
김월회 서울대 중어중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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