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흰색 속옷 안 입어도 돼요”
테니스 4대 메이저 대회 중 가장 오래된 윔블던에는 유명한 전통이 있다. 선수들이 흰색 옷만 입어야 한다는 것. 모자, 양말, 팔목밴드, 라켓 손잡이까지 흰색으로 통일해야 한다. 땀 얼룩을 덜 보이게 하기 위해서라 한다. 1880년대부터 이어진 약속이다. 1990년대 남자 선수 앤드리 애거시가 이에 반발해 3년간 출전하지 않은 적도 있다.
그런데 올해 140년 만에 이 전통이 깨졌다. 지난 3일(현지 시각) 개막한 올해 대회부터 여성 선수들에게 ‘바지 혹은 치마보다 길지 않아야 한다’는 조건 아래 흰색이 아닌 어두운(dark) 색 속바지를 허용했다. 생리 현상이 있는 여성 특성을 배려한 조치다. 첫날 검정 속바지를 입고 나온 빅토리아 아자렌카(세계 20위·벨라루스)는 “사려 깊은 결정이다. 전에는 복장 규정 때문에 곤란하고 불편했다”고 말했다. 코코 고프(4위·미국)는 “작년 대회 때 생리가 겹쳤는데, 수시로 화장실에서 옷에 피가 묻지 않았는지 확인해야 했다”고 덧붙였다.
사실 이런 논의가 본격적으로 나온 건 2007년. 그해 루마니아 선수 미하엘라 부저르네스쿠가 전통을 깨고 빨간 속바지를 입고 나왔다. 당시에는 속옷 관련 규정이 관례였을 뿐 명문화되지 않아 공방만 일고 끝났다. 이후 2014년 윔블던 주최 측은 “속옷을 포함해 경기 중 눈에 보일 수 있는 모든 것이 흰색이어야 한다”는 규정을 공표했다. 그러자 지나친 규제라는 비판이 나왔다. 작년엔 흰색 상의에 빨간 바지를 입은 시위대가 대회장에 나타나기도 했다. 이에 윔블던이 전통을 수정하기로 한 것이다. 선수들은 대체로 환영하고 있다. 다만 지난해 윔블던 여자 단식 준우승자 온스 자베르(세계 6위·튀니지)는 “흰색이 아닌 속옷을 입으면 생리 중이라는 사실을 공개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면서 “차라리 다 함께 색깔 있는 속옷을 입자”고 주장했다.
3일 펼쳐진 1회전 경기에서는 남자 단식 5연패를 노리는 노바크 조코비치(세계 2위·세르비아)가 페드로 카친(68위·아르헨티나)을 세트 스코어 3대0으로 꺾었다. 여자 단식에선 이가 시비옹테크(1위·폴란드)가 주린(34위·중국)을 2대0으로 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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