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헤이하이즈와 유령영아

허행윤 기자 2023. 7. 5.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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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하이즈(黑孩子). 중국에서 호적에 올리지 않은 아동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이 나라의 인구정책은 최근까지 네 단계로 나눠 진행됐다. 첫 단계(1949~1953년)에선 출생을 격려했다. 1954~1977년(두 번째 단계)은 한 집당 두 명을 권유했다. 세 번째 시기(1978~2013년)에선 한 집에 1명씩을 장려했다. 네 번째 단계인 2014년부터는 두 자녀 정책을 시행 중이다.

헤이하이즈가 속출했던 건 세 번째 단계에서였다. 우리도 그렇지만 호적이 없으면 각종 사회보장제도 혜택을 못 받는다. 학교에도 못 가고 정상적인 생활도 어렵다. 농촌에 많았고, 남아 선호에 밀린 여자 아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아동을 살해해도 확인할 길이 없었다.

국내에서도 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유령영아’로 속앓이를 하고 있다. 4일 오전 현재 경기남부경찰청에 수사를 의뢰한 ‘유령영아’만 65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판 헤이하이즈인 셈이다.

이런 가운데 의료기관이 출생 사실을 지자체에 통보하는 ‘출생통보제’를 담은 가족관계등록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부모가 고의로 출생신고를 누락해 ‘유령영아’가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의료기관이 출생정보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통해 지자체에 통보하고, 지자체는 이를 확인하고 일정 기간 신고되지 않으면 직권으로 출생신고를 한다. 인권단체가 수년 전부터 요구해 왔고 정부도 2년 전 발의했다. 좀 더 일찍 통과됐어야 했다. 그랬더라면 ‘수원 냉장고 영아 시신’ 사건 같은 비극을 막았을지도 모른다.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출생통보제가 담지 못한 사각지대에 대한 보완책이 필요하다. 출생통보제로 출산기록이 남는 것을 원치 않는 산모들의 ‘병원 밖 출산’이 되레 늘 수 있어서다.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존엄하다는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 그렇지 않고선 헤이하이즈나 ‘유령영아’ 발생을 막을 수 없다.

허행윤 기자 heohy@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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