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더미 불지른 30대···"술 때문에 심신미약" 주장했지만

“조기에 화재 진화되지 않았다면 큰 피해 발생”

30대 남성이 지난 4월 2일 대전 중구의 한 주택가에서 쓰레기 더미에 불을 지른 뒤 달아나고 있다. 사진제공=대전소방본부

[서울경제]

새벽에 주택가를 돌며 쓰레기 더미에 잇따라 불을 지른 30대가 실형을 선고 받았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법 형사11부는 일반물건방화 등 혐의로 기소된 A(35)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 4월 2일 오전 4시께 대전시 중구 태평동 한 주택가에 쌓여있던 쓰레기봉투에 라이터로 불을 붙이는 등 1시간 20여분 동안 세 차례에 걸쳐 쓰레기봉투와 재활용품 등에 불을 지른 혐의로 기소됐다.

이 불로 인해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가로등 기둥과 벽이 그을리고 전기 인입선 일부가 타는 등 재물피해가 났다.

A씨는 잇따라 발생한 2건의 화재를 방화로 의심하고 인근을 순찰하던 둔산소방서 화재조사관들에 의해 세 번째 범행 현장에서 붙잡혔다.

그는 지난해 8월 21일 오전 6시 15분께 혈중알코올농도 0.245%의 상태로 대전 중구 한 식당 앞부터 1.8㎞를 운전한 혐의(음주운전)로도 기소됐다.

A씨는 “우울증과 알코올 의존증 치료를 받던 중 술과 함께 복용한 정신과 약물로 인해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서 범행했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당시 처방받은 약물을 복용했는지 여부가 불분명해 심신미약 주장을 기각한다”며 “범행 당일 대전에 건조경보가 내려져 있었고, 새벽에 일어난 화재여서 조기에 진화되지 않았다면 큰 피해가 발생했을 것”이라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어 “2017년과 2018년에도 음주운전으로 두 차례 벌금형을 받은 전력이 있다”며 “이후 특수상해죄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누범기간 중 범행을 저지른 점을 고려해 실형을 선고했다”고 설명했다.

김정욱 기자 mykj@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