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의눈] 美 영부인이 신병훈련소 간 까닭은
美, 수많은 특전 불구 자원입대 줄어
한국도 초급 장교들 사기 날로 저하
애국심으론 한계… 복무 여건 개선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패리스 섬에는 해병대 신병훈련소가 있다. 미군의 여러 교육 기관 중 훈련이 고되고 군기도 세기로 소문난 곳이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모병제 반세기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성명에서 “지난 50년간 우리 군은 미국 사회 각계각층의 애국적이고 유능한 인재들을 받아들여 더욱 전문적이고 효율적인 조직으로 거듭났다”고 밝혔다.
미군이 징병제 없이도 세계 최강의 전력을 유지하는 비결은 무엇일까. “정부는 군복을 입은 애국자와 그 가족들을 돌봐야 할 신성한 의무를 지닌다”는 오스틴 장관의 말에 답이 있다. 바로 군인에 대한 최상의 예우다. 미국은 2차대전 말기인 1944년 제대군인원호법(G.I. Bill) 제정을 시작으로 제대군인에게 수많은 특전을 부여해 왔다. 일단 군 복무 경험은 대학 입학에서 유리하게 작용한다. 수업료 면제는 기본이다. 질 여사는 “내 아버지도 종전 후 제대군인원호법 덕분에 대학에 진학했다”고 회상했다.
그런데 오늘날 미국은 군인의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 자원해 군에 입대하려는 젊은이가 점점 줄어든다. 가장 몸집이 큰 육군의 경우 지난해 신병 모집 정원보다 지원자가 부족해 미달 사태를 겪었다. 해군과 해병대도 원하는 만큼의 병력을 충원하진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타군에 비해 선호도가 높은 공군의 인력 사정 역시 전과 같지 않다는 후문이다. 질 여사가 몸소 신병훈련소로 달려간 배경에는 이런 절박함이 있다. 미국의 초강대국 지위를 지탱하는 군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환기하고, 젊은이들의 호응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뉴욕타임스(NYT)는 미국인들이 왜 군에 가지 않으려 하는지 분석했다. 2001년 9·11 테러 후 고조됐던 청년들의 애국심은 20여년 세월이 흐르며 옅어졌다. 2020년부터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모병 독려가 힘들어진 것도 원인이다.
NYT는 무엇보다 민간 기업과 군대 간의 격차에 주목했다.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며 노동력이 부족해진 가운데 기업들은 임금을 많이 올리고 직원 복리후생도 대폭 상향했다. 대학 학자금 지원 같은 혜택은 요즘 군대보다 기업들이 더 많이 제공하는 형편이다. 젊은이들 입장에선 과거 군 복무가 지녔던 매력이 크게 퇴색했다.
징병제인 한국은 미국과 사정이 다르다지만 인구절벽 탓에 입대하는 군인 수는 해마다 감소할 것이다. 병사들의 복무 기간은 앞으로 더 줄면 줄었지 늘어날 가능성이 없다. 문제는 직업으로 군을 택한 젊은 장교와 부사관들마저 적은 봉급 등 열악한 처우에 실망해 사기가 떨어져 있다는 점이다. “애국심만으로 버티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토로한다. 남북이 군사적으로 대치하는 상황에서, 더욱이 북한의 핵·미사일 기술이 나날이 고도화하는 가운데 정말 절박함을 느껴야 하는 쪽은 우리다.
윤석열정부 들어 보훈은 크게 강화했다. 국가보훈처를 보훈부로 격상하고 나라 위해 목숨 바친 영웅들을 제대로 예우하는 중이다. 보훈의 중요성이야 두말할 나위도 없다. 다만 지금 살아 조국을 지키는 장병들의 복지 또한 보훈 못지않게 중요하다. 정부는 보훈과 복지가 함께 갈 때 진정한 강군이 된다는 인식 아래 초급간부들의 복무 여건 개선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김태훈 외교안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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