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연경의행복줍기] 세상이 아름다운 몇 가지 이유

2023. 7. 5.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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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국립극장에서 공연한 연극 '우리읍내'는 미국 극작가 손턴 와일더의 작품으로 권위 있는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한 마을에서 일어나는 평범한 일상생활을 사실적으로 잔잔하게 그려 내고 있는데 극적 갈등이나 자극적 요소가 없음에도 집중할 수 있는 건 바로 내 이야기, 내 이웃의 이야기처럼 매우 친근감 있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요즘 무장애 숲길, 무장애 놀이터, 무장애 공연 등 무장애라는 말이 자주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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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국립극장에서 공연한 연극 ‘우리읍내’는 미국 극작가 손턴 와일더의 작품으로 권위 있는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한 마을에서 일어나는 평범한 일상생활을 사실적으로 잔잔하게 그려 내고 있는데 극적 갈등이나 자극적 요소가 없음에도 집중할 수 있는 건 바로 내 이야기, 내 이웃의 이야기처럼 매우 친근감 있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평범함처럼 위대한 건 없다. 탄생, 사랑, 결혼 그리고 죽음과 영원. 누구나 통과하는 인생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다. 특히 젊은 날 질병으로 삶을 놓아야 되는 여주인공의 대사는 가슴이 뭉클한 동시에 정신을 번쩍 들게 한다. “서로를 보는 시간이 짧아요. 그걸 모르고 사는 거죠.” 소소한 일상에서 진정한 삶의 의미를 깨닫게 해 준다.

원작의 무대인 미국 뉴햄프셔주가 우리나라 경북 울진 평해읍으로 옮겨졌고 무장애 연극이라는 점이 다르다. 무장애란 장애에 차별을 두지 않고 누구나 함께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어울린다는 뜻이다. 연극을 소개하는 팸플릿에는 점자가 추가되어 있고, 수어를 제1언어로 쓰는 두 명의 농인 배우가 출연하고 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무대에 서서 수어로, 때로는 대사로 자연스럽게 일상의 소중함을 이야기하고 있는 모습이 감동적이다. 객석에서도 많은 농인이 밝은 표정으로 관람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이와 같이 요란하지 않은 격려와 위로의 기회가 자주 주어진다면 그들은 더욱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함께 어울려 사는 삶이란 바로 이런 것이 아닌가?

요즘 무장애 숲길, 무장애 놀이터, 무장애 공연 등 무장애라는 말이 자주 등장한다. 장애인과 노약자 등 보행약자들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게 조성된 숲길과 놀이터 그리고 수어 통역자가 참여하는 공연과 여행, 더 나아가 청각언어 장애인들의 언어권 보장으로 삶의 질을 향상하는 무장애 도시도 등장하고 있다.

무장애의 개념은 ‘배리어 프리’(barrier free)에서 나왔는데 문자 그대로 장벽이 없다는 뜻이다. 건축환경에서 이 용어는 도로의 턱진 부분과 같은 장애물을 제거하거나 특정한 시설이 제공되는 환경을 말한다. 비단 물리적 장애물 제거뿐 아니라 우리의 정서도 개선되어야 한다. 어느 날 약속시간에 늦어서 빠른 걸음으로 가는데 한 광경이 걸음을 멈추게 했다. 한 남학생이 넘어지면서 가방 안의 내용물이 쏟아졌다. 비탈길이라 공처럼 데굴데굴 구르는 물건도 있었다. 학생은 재빨리 물건을 가방 안에 집어넣지 못하고 더듬거렸다. 눈이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그때 한 아주머니가 사방으로 흩어진 학생의 물건을 소리 없이 집어다 잡기 쉬운 곳에 모아 놓았다. 학생은 가방 안에 물건을 다 넣고 안도하는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옆의 지팡이를 집어 들고 다시 걸었다. 그런데 아주머니가 살금살금 학생의 뒤를 따라가는 게 아닌가? 그 이유는 쉽게 눈치챌 수 있었다. 왠지 아파 보이는 학생이 안전하게 집까지 가는지 말없이 동행해 주고 있는 것이다. 순간 가슴이 뭉클했다. 편견의 벽을 허무는 첫걸음은 상대방이 장애를 느끼지 않게 하는 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그래서 무장애 행사가 더욱 많아지기를 기대한다.

조연경 드라마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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