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눈] 철원에 남은 재두루미 한쌍, 보호대책 시급

▲ 이재용 철원주재 부국장

철원평야에서 겨울을 보낸 천연기념물 203호 재두루미 한마리가 한쪽 날개 부상으로 인해 다른 한 마리와 같이 한쌍이 남아 있어 보호 대책이 시급하다.

철원지역 두루미운영협의체를 비롯한 조류보호 관련 단체들은 지난 4월 초 철원에 남아 있는 재두루미 한쌍을 발견했으며 한마리가 날개 부상인 듯 제대로 날지 못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두루미는 다른 새들과는 달리 자신의 짝을 지키며 평생을 함께하는 습성이 있어 한마리가 다친 다른 한마리를 지키고 있는 것이다.

이들 재두루미 한쌍은 지난 4월 초 철원읍 외촌리에서 발견돼 4월 하순부터 동송읍의 논에서 먹이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곳 논에는 재두루미가 좋아하는 풀뿌리 등의 먹이가 많아 쉽게 자리를 뜨지 못했었다. 그러나 최근 본격적인 영농철이 시작되면서 사람들의 왕래가 잦아지자 현재는 조류보호 단체의 모니터링에서 자취를 감춘 상태다.

이들 재두루미 부부가 북쪽으로 날아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지만 사람들의 눈길을 피해 숨어들었을 수도 있다는 관측도 가능하다. 또한 암컷으로 보이는 다친 재두루미가 북쪽으로 돌아가기 위해 수천㎞를 비행하기에는 아직 날개 부상으로부터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다는 의견도 있다. 이들 재두루미가 북쪽으로 날아가지 못하고 있다면 영농철 잠자리와 먹이활동을 할 수 있는 안전한 서식지가 부족해지고, 농약에 중독되거나 삵과 같은 천적 등에 노출될 위험이 높다.

문제는 이들 재두루미 등 천연기념물을 관련 행정기관의 허가 없이 민간단체에서 임의대로 포획해 치료하는 것은 위법행위로 간주해 부상 초기에 재두루미를 포획·치료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현재 재두루미의 포획과 치료 및 보호는 문화재청과 환경부 등이 관할하고 있다. 문화재청은 재두루미를 1968년 5월 31일 천연기념물 제203호로 지정했으며 환경부는 2012년 5월 31일 멸종위기 야생생물 II급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문화재보호법에 따르면 천연기념물 동물이 조난당한 경우 신고 및 보고를 받은 문화재청장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조난 동물의 관리 및 보호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조난 동물 보호를 위한 시설의 설치 또는 장애물의 제거, 기타 조난 동물 치료를 위해 필요한 조치 등을 명할 수 있다. 또 치료가 가능한 동물치료소는 시·도지사가 문화재에 관한 전문지식을 가지고 있거나 천연기념물 보호활동 또는 야생동물의 치료경험이 있는 기관으로 정하고 있다. 이들 기관은 수의사법에 따른 수의사 면허를 받은 자가 개설하고 있는 동물병원, 수의사 면허를 받은 자를 소속 직원으로 둔 지방자치단체의 축산 관련 기관, 수의사 면허를 받은 자를 소속 회원으로 두고 있는 관리단체 또는 동물 보호단체 등이다.

물론 천연기념물과 멸종위기 야생생물에 대한 법 규정은 엄격해야 하지만 다친 천연기념물 동물이나 야생동물의 경우 발빠른 초동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법 규정도 애매해 현재의 재두루미 한 쌍 가운데 부상당한 한 마리를 포획해 치료할 경우 다른 한 마리의 보호 대책도 문제이다. 철원군도 재두루미 등 천연기념물 등에 대한 담당 부서도 이원화돼 있어 이번 경우처럼 부상당한 재두루미의 초기 대응 부서도 확실하지 않은 상황이다. 현재 철원군 문화체육과는 천연기념물 폐사체 멸실신고 및 박제표본관리를 담당하고 있으며, 청정환경과는 두루미환경 운영관리 총괄과 두루미탐조관광 활성화 및 사업추진, 두루미 서식지 등 보호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철원은 매년 수천마리의 두루미 종류들이 날아오는 두루미의 고장이다. 철원군의 군조가 두루미이며 캐릭터와 마스코트도 두루미를 표현하고 있다. 또한 국제두루미센터를 운영하고 두루미탐조관광을 실시하는 등 두루미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다. 그러나 부상으로 인해 북쪽으로 날아가지 못한 이번 재두루미 부부와 같은 상황이 발생할 경우에 대비, 원스톱 대응 매뉴얼을 준비해 천연기념물인 두루미 종류에 대한 발 빠른 초동 조치가 이루어지길 기대한다.이재용 철원주재 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