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기자의 사談진談/최혁중]사진 보정 기술의 진화, 진짜 나일까
최혁중 사진부 차장 2023. 7. 5. 00:00
중학교 3학년인 필자의 딸이 최근에 일주일 동안 출장 갔다 온 아빠의 휴대전화 속 사진이 궁금했는지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하나하나 뜯어보다가 한숨을 쉬며 물었다.
“아빠는 사진기자인데 사진 보정은 안 해?”
“아빠는 사진기자인데 사진 보정은 안 해?”
거의 모든 기념사진이 성의 없이 찍어 다리도 짧게 나왔고 어둡고 초점 나간 사진인지라 사진 한 장도 허투루 찍지 않는 중학생이 볼 때 한심했던 것이다. 순간적으로 사진기자는 절대 사진을 만지면 안 된다고 둘러대고 싶었지만 중학생의 사진 트렌드가 궁금해 “너희는 어떤데?”라고 물었다.
딸은 “우리는 보정하지 않은 사진은 인스타에 안 올려. 4명이 함께 사진을 찍으면 전화기를 돌려 가며 각자 보정을 하고 마지막 최종 사진이 결정되면 그걸 올려야 해. 만약 네 명 중 한 명이 본인 얼굴만 작업한 뒤 SNS에 올려 나머지 사람의 ‘생얼’이 노출되면 ‘노매너’로 완전 찍혀”라고 말했다. ‘이미지의 자기결정권’, ‘초상권 자체 권한’ 등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겠지만 이런 사진 보정의 트렌드가 비단 10대들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10대들이 주로 스마트폰 보정 앱을 사용하는 활동이 간단한 기초 단계라면 국내외 관광지에서 사진을 찍고 이를 보정해주는 ‘스냅촬영’은 전문가 영역이다. 일종의 옵션관광처럼 여행자가 선택하는 사진촬영 서비스로 해외의 경우 프랑스 파리나 스페인 바르셀로나 등지에서 많이 한다. 작가의 촬영기술과 보정 역량에 따라 가격은 다르다. 보통은 ‘1시간 코스’로 한국에서 15만 원의 예약금을 미리 결제한 후 현장에서 70유로 정도를 내고 원본 사진과 보정된 사진을 함께 받는다. 이 보정된 사진을 보면 정말 혀를 내두를 정도다. 에펠탑과 사람 빼고 다 가짜라고 보면 된다. 원본에 없던 파란 하늘에 구름이 있고 정오에 찍었던 사진인데 해질 무렵 붉은 노을까지 드리워져 분위기도 기막히게 변한다. 모델 뺨치게 날씬한 몸매로 바뀌고 얼굴도 풀메이크업을 한 것처럼 갸름해진다. 신혼부부가 주요 고객이고 누군가 사진을 찍어줄 수 없는 ‘나 홀로 여행객’도 많이 이용한다. 어쩌면 사진 보정의 ‘순기능’일 수도 있는데 인생에서 가장 즐겁고 행복한 시기로 기억되기 충분할 정도로 멋진 사진이 나온다.
이 ‘보정 사진계’에 인공지능(AI)도 가세했다. 최근에는 찍지도 않은 프로필 사진을 만들어주는 카메라 앱 ‘스노우’가 인기를 끌고 있다. 기존에 찍어둔 자기 얼굴 사진 10∼20장을 이 앱에 등록하면 사진관에서 촬영한 것처럼 프로필 사진으로 만들어준다. 여기서 질문 하나. 이런 사진을 주민등록증, 여권, 운전면허증 등 신분을 증명할 수 있는 용도로 사용할 수 있냐는 것이다. 행정안전부는 사용 가능성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주민등록법 시행규칙 등에 ‘복사, 포토샵 등으로 수정하지 않은 사진’이어야 한다는 내용처럼 본인 증명이 안 된다는 주장과 실제 사진을 활용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도 있다.
미국의 경우는 매우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한국인으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포토저널리스트 강형원은 “한국에서는 보정 때문에 신분증 사진과 실물이 너무 달라 놀랐다”며 “미국과 캐나다 여권들과 차세대 신분증인 ‘리얼 아이디(Real ID)’에는 보정이 전혀 안 된, 정부가 인정한 사실적인 사진만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럼 신문에 게재되는 사진은 어느 정도 보정을 하고 있을까? 원칙적으로 절대 하면 안 된다. 포토샵으로 간단한 밝기 조절과 주제와 상관없는 배경을 물리적으로 화면만 잘라내는 ‘크로핑’ 정도만 용인된다. 취재한 사고 현장이나 인터뷰 등에서 없는 걸 있게 하거나 있는 걸 지우면 그건 조작 사진이다. 철저히 사실 그대로 전달하는 것이 사진기자의 의무이기 때문이다.
과거 필름 카메라 시대에는 인화된 사진 속에서 눈을 감았거나 카메라 조작 실수로 어둡거나 밝게 나왔더라도 추억으로 받아들였다. 지금은 세상이 바뀌었다. MZ세대에게 사진은 자기표현 수단 자체다. 인스타그램용으로 사진을 보정하는 건 일상의 놀이에 가깝다. 사진을 예쁘게 보정하고 재미있는 모습을 넣어 합성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지만 AI 등으로 사실이 아닌 사진이 보도사진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 같아 우려되기도 한다. 보도사진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사진 속에 내용이 있냐, 없냐’를 조작하기가 너무나도 쉬운 세상이기 때문이다.
딸은 “우리는 보정하지 않은 사진은 인스타에 안 올려. 4명이 함께 사진을 찍으면 전화기를 돌려 가며 각자 보정을 하고 마지막 최종 사진이 결정되면 그걸 올려야 해. 만약 네 명 중 한 명이 본인 얼굴만 작업한 뒤 SNS에 올려 나머지 사람의 ‘생얼’이 노출되면 ‘노매너’로 완전 찍혀”라고 말했다. ‘이미지의 자기결정권’, ‘초상권 자체 권한’ 등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겠지만 이런 사진 보정의 트렌드가 비단 10대들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10대들이 주로 스마트폰 보정 앱을 사용하는 활동이 간단한 기초 단계라면 국내외 관광지에서 사진을 찍고 이를 보정해주는 ‘스냅촬영’은 전문가 영역이다. 일종의 옵션관광처럼 여행자가 선택하는 사진촬영 서비스로 해외의 경우 프랑스 파리나 스페인 바르셀로나 등지에서 많이 한다. 작가의 촬영기술과 보정 역량에 따라 가격은 다르다. 보통은 ‘1시간 코스’로 한국에서 15만 원의 예약금을 미리 결제한 후 현장에서 70유로 정도를 내고 원본 사진과 보정된 사진을 함께 받는다. 이 보정된 사진을 보면 정말 혀를 내두를 정도다. 에펠탑과 사람 빼고 다 가짜라고 보면 된다. 원본에 없던 파란 하늘에 구름이 있고 정오에 찍었던 사진인데 해질 무렵 붉은 노을까지 드리워져 분위기도 기막히게 변한다. 모델 뺨치게 날씬한 몸매로 바뀌고 얼굴도 풀메이크업을 한 것처럼 갸름해진다. 신혼부부가 주요 고객이고 누군가 사진을 찍어줄 수 없는 ‘나 홀로 여행객’도 많이 이용한다. 어쩌면 사진 보정의 ‘순기능’일 수도 있는데 인생에서 가장 즐겁고 행복한 시기로 기억되기 충분할 정도로 멋진 사진이 나온다.
이 ‘보정 사진계’에 인공지능(AI)도 가세했다. 최근에는 찍지도 않은 프로필 사진을 만들어주는 카메라 앱 ‘스노우’가 인기를 끌고 있다. 기존에 찍어둔 자기 얼굴 사진 10∼20장을 이 앱에 등록하면 사진관에서 촬영한 것처럼 프로필 사진으로 만들어준다. 여기서 질문 하나. 이런 사진을 주민등록증, 여권, 운전면허증 등 신분을 증명할 수 있는 용도로 사용할 수 있냐는 것이다. 행정안전부는 사용 가능성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주민등록법 시행규칙 등에 ‘복사, 포토샵 등으로 수정하지 않은 사진’이어야 한다는 내용처럼 본인 증명이 안 된다는 주장과 실제 사진을 활용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도 있다.
미국의 경우는 매우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한국인으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포토저널리스트 강형원은 “한국에서는 보정 때문에 신분증 사진과 실물이 너무 달라 놀랐다”며 “미국과 캐나다 여권들과 차세대 신분증인 ‘리얼 아이디(Real ID)’에는 보정이 전혀 안 된, 정부가 인정한 사실적인 사진만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럼 신문에 게재되는 사진은 어느 정도 보정을 하고 있을까? 원칙적으로 절대 하면 안 된다. 포토샵으로 간단한 밝기 조절과 주제와 상관없는 배경을 물리적으로 화면만 잘라내는 ‘크로핑’ 정도만 용인된다. 취재한 사고 현장이나 인터뷰 등에서 없는 걸 있게 하거나 있는 걸 지우면 그건 조작 사진이다. 철저히 사실 그대로 전달하는 것이 사진기자의 의무이기 때문이다.
과거 필름 카메라 시대에는 인화된 사진 속에서 눈을 감았거나 카메라 조작 실수로 어둡거나 밝게 나왔더라도 추억으로 받아들였다. 지금은 세상이 바뀌었다. MZ세대에게 사진은 자기표현 수단 자체다. 인스타그램용으로 사진을 보정하는 건 일상의 놀이에 가깝다. 사진을 예쁘게 보정하고 재미있는 모습을 넣어 합성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지만 AI 등으로 사실이 아닌 사진이 보도사진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 같아 우려되기도 한다. 보도사진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사진 속에 내용이 있냐, 없냐’를 조작하기가 너무나도 쉬운 세상이기 때문이다.
최혁중 사진부 차장 saji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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