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리트 위즈덤’ 캠페인을 아시나요[직업인을 위한 김호의 생존의 방식]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조직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2023. 7. 4.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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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션 김충민 기자 kcm0514@donga.com
고민을 통해 의사결정 해야 하는 대상에는 세 가지가 있다. 일, 관계, 삶. 그리고 각 영역에는 세 가지 방향이 있다. 시작하거나, 끝내거나, 유지하거나.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조직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첫째, 일. 직장에 새로 들어가거나 다니던 곳을 나와야 할지, 아니면 계속 다녀야 할지. 새로운 프로젝트나 실행 방식을 시도할지, 하던 것을 중지할지, 하던 대로 유지할지.

둘째, 관계. 사적인 관계 또는 업무 관계를 새롭게 만들거나 끊어야 할지, 아니면 그대로 유지해야 할지.

셋째, 삶. 이는 관계를 떠나 혼자만의 내 삶에 대한 결정이다. 예를 들어, 어떤 운동이나 취미 활동을 새로 시작하거나 끝내거나 혹은 하던 것을 유지하는 것 등.

우리는 이런 질문과 고민을 마주하게 된다. 때로 친구나 전문가에게 고민을 털어놓으며 생각을 정리하거나 조언을 구하기도 한다. 하지만 매번 다른 사람과 고민을 상의하기도 힘들다. 혼자서 보다 쉽게, 하지만 창의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방식이 있을까?

영국인 사업가 데이비드 펄은 마음속의 질문에 대해 좀 더 새롭고 쉬운 방식으로 접근하는 방법이 있을지를 고민했다. 그는 출퇴근 시간 우리가 바삐 걸어다니는 거리에 주목했다. 출퇴근을 하며 우리는 지하철이나 버스, 자동차와 같은 교통수단 안에서 시간을 보내기도 하지만, 거리를 바쁘게 걷는다. 펄은 우리가 매일 걷는 도시의 거리로부터 고민의 힌트, 지혜를 찾아보자는 의미에서 스트리트 위즈덤(street wisdom)이란 운동을 2013년 시작하여 전 세계로 확산시켰다. 나는 6월 말 런던 시간으로 오후 1시 전 세계 길거리에서 버추얼로 연결하여 진행하는 스트리트 위즈덤에 참여했다. 서울 오후 9시 성수동 길거리에서 스마트폰으로 접속했다.

한 시간 동안 진행된 스트리트 위즈덤은 처음 10분 동안 자신이 걷는 길거리를 시각, 청각, 촉각, 후각, 미각 등 오감을 최대한 발휘하여 살피는 일로 시작한다. 무엇이 눈과 귀에 들어오는지, 길거리에 어떤 패턴이 읽히는지 등을 살피며 평소보다 천천히 걷는다. 길거리와 표지판, 가게 간판에 적힌 서로 다른 색깔과 모양의 글자들이 눈에 들어왔고, 전에 보지 못했던 가게들도 눈에 들어왔다. 무심코 지나갔던 소리들과 냄새 등을 느낄 수 있었다. 이는 거리를 걸으며 나의 오감을 ‘튜닝’하는 단계이다.

두 번째는 질문을 던지는 단계인데, 그 질문은 삶의 의미처럼 너무 거대하거나, 오늘 점심 메뉴를 무엇으로 할지와 같이 너무 단답형의 질문이 아닌 그 중간 어디쯤이어야 한다. 예를 들어, 올해도 절반이 지난 시점에 하반기를 나는 어떻게 보내고 싶은지, 직장을 나와 새로운 일을 시작한다면 무엇을 할지, 혹은 현재 진행 중인 일을 어떻게 접근하는 것이 나을지 등이다. 그다음에는 이 질문을 마음에 품되, 오감을 열고 천천히 길을 걸으며 거리가 나에게 어떤 힌트나 지혜를 제공하는지 연결을 시도한다. 펄은 우리가 고민할 때 너무 자기 내부로만 생각이 향하게 되는데, 스트리트 위즈덤을 통해 내부의 고민과 외부 세계의 자극을 서로 연결해 보도록 제안한다.

나는 스트리트 위즈덤에 참여하면서 오랜 기간 마음속으로만 생각하고 시작하지 못하고 있는 프로젝트를 어떻게 하면 좋을지 질문으로 정했다. 질문을 안에 품고, 성수동 밤거리를 천천히 걷다가 예전에 보지 못했던 반지하 공간에서 나오는 불빛에 이끌렸고, 우연히 오픈 준비 중인 카페에 들어서게 되었다. 그곳에서 청년 사장과 대화를 우연히 나누게 되었고, 그의 도전에서 나 역시 더 이상 미루지 않고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마침 그 가게에 전시된 물건들에서 내가 하려는 프로젝트와 연결되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마지막은 공유로, 전 세계에서 버추얼로 연결된 사람들은 자신이 이 한 시간 동안의 운동에서 무엇을 느꼈고, 어떤 지혜를 발견했는지를 나누었다. 혼자서 노트에 자신의 느낌을 적어도 된다.

이들은 스트리트 위즈덤 운동을 ‘워크숍(workshop)’이란 영어 단어를 살짝 비틀어서 ‘걷다’라는 뜻의 워크숍(walkshop)이라는 용어를 쓰고 있었다. 여러분도 고민이 있다면 사무실이나 집에만 있기보다 잠시라도 주변 거리를 걸으며 길거리가 제시하는 지혜와 연결되는 경험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조직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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