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베이비박스' 유기"...부모 유무죄 나뉘는 이유는?
[앵커]
소재가 파악되지 않는 아이들이 늘어나는 가운데 상당수는 베이비박스에 남겨졌던 것으로 확인됩니다.
하지만 베이비박스에 두고 간 과정에 따라 맡긴 건지, 버린 건지에 대한 수사기관과 법원의 판단이 나뉘고 있었습니다.
우종훈 기자가 알아봤습니다.
[기자]
지난해 경기 수원에서 낳은 아기를 서울 관악구 베이비박스에 맡긴 30대 여성 A 씨.
지난 2015년 광주에서 딸을 출산한 30대 여성 B 씨도 경기 군포에 있는 베이비박스에 아이를 두고 갔습니다.
다행히 두 아이 모두 보육시설로 넘겨져 탈 없이 자라고 있다는 건 확인됐습니다.
그런데 얼핏 비슷해 보이는 두 엄마의 사례를 놓고 경찰은 정반대 결론을 내렸습니다.
먼저, 경찰은 A 씨에 대해서는 무혐의로 수사를 종결했습니다.
베이비박스 운영진과 충분히 상담하고 어려운 사정이 인정돼 아이를 맡긴 부분에 주목한 겁니다.
반면, B 씨는 아무런 상담 없이 아기가 인계되는 것을 확인하지 않은 채 떠난 데다, 양육을 포기할 만한 상황도 아니었다고 봐서, 아동복지법상 아동 유기·방임 혐의로 입건했습니다.
사법부의 관점도 수사기관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지난 2018년과 재작년 두 아이를 잇따라 베이비박스에 유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친모.
법원은 담당자와 상담을 거쳤고, 아이를 보호할 직원이 상주하는 곳에 아이를 두고 간 만큼, 버린 게 아니라 맡긴 거로 봐야 한다며 무죄 판결을 확정했습니다.
하지만 아이만 베이비박스에 놓고 떠난 경우엔 유죄가 인정됐습니다.
출생정보가 적힌 쪽지를 남겼다고 해도, 아이를 버렸다는 판단에 영향을 주지는 못했습니다.
[정훈태 / 변호사 : (베이비박스가) 적법한 어쨌든 보육기관은 아니고, 자기가 낳은 자식임에도 불구하고 아기를 그냥 다른 기관에 맡겨버린 거잖아요.]
최근 출생 미신고 영유아를 둘러싼 경찰 수사가 확대되면서 베이비박스 운영기관에는 앞서 아이를 두고 갔던 부모들의 불안감 섞인 문의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마지막 선택지로 베이비박스를 찾았던 부모들이 잇따라 처벌받는다면 아이들이 음지에서 더 큰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됩니다.
[양승원 / 주사랑공동체교회 사무국장 : (정부) 상담 자체가 출생신고 조건부 상담이다 보니까 엄마들이 어디서든 상담받을 수가 없는 거에요. 생명부터 우선 살려놓고 봐야 되지 않겠냐는 것이 저희 입장인 것이고요.]
현재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경찰이 들여다보는 출생 미신고 아동 97명 가운데 74%는 베이비박스에 넘겨진 아이들로 확인됐습니다.
경찰은 부모의 결정에 참작할만한 사유가 있는지, 맡기는 과정에서 생명을 존중했는지를 살피고 있습니다.
YTN 우종훈입니다.
영상편집 : 연진영
그래픽 : 강민수
YTN 우종훈 (woni0414@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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